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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노래는 너무하지 않냐?
    지식 공유하기(기타)/돌아오라 1988(공감 텍스트) 2022. 1. 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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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초상집에 들어서는 삼남매. 집안 마당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마치 잔치집 같이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덕선: (언니와 남동생에게) 여기, 초상집 맞아? 잔치집 같은데? 

     

    바로 얼마 전에 서울 덕선이네 집에 왔다 가신 시골 할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할머니랑 함께 자면서 "냄새가 좋다"고 말하며 할머니 가슴팍으로 파고들던 덕선이는 시골집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계속 운다. 그런데 막상 초상집에 들어서니, 웬걸. 예상했던 초상집 분위기가 아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듯 시끌벅적한 분위기였고, 옆사람과 술잔을 기울이며 시끄럽게 밥을 먹는 사람들, 옆에서 돈 놓고 화투치는 사람들, 그리고 시끄럽게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까지... 뭔가 제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슬픈 그림은 아닌 현실이 펼쳐지고 있었다. 

     

     

    (덕선, 언니와 함께 전을 부치고 있다.) 

    덕선: 언니, 아빠 사이보그 아냐? 어떻게 눈물을 한 방울 안 흘리냐? 

    (덕선, 보라, 아버지가 지인과 웃으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덕선 부: 아따, 조금 먹어. 그나저나 정말 오래간만이시. 

    덕선: (언니를 보면서) 어른들은 원래 저러냐? 안 슬퍼? 

    보라: 시끄러워. 전이나 부쳐. 

    덕선: 고모들도 그래. 자기 엄마잖아. 지금 반지 자랑할 때야? 

    (덕선, 마루에 앉아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고모들을 바라본다.) 

    둘째 고모: 아따~ 언니는 백금은 도금한 것이고, 순금이 최고라니까. 

    첫째 고모: 아따~ 디자인을 봐봐. 

    덕선: 할머니 불쌍해. 

     

    (덕선 부, 친지들과 함께 흘러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덕선: (그 모습을 지켜 보다가) 언니, 그래도 노래는 너무하지 않냐? 

     

    마을 사람들이 만드는 잔치집 같은 분위기야 그렇다 치고, 아빠랑 고모랑 할머니가 낳아 기른 자식들이 보이는 태도와 행동을 덕선이는 견디기가 어렵다. 아빠는 뭐가 즐겁다고 사람들과 웃으면서 술잔을 기울이고, 고모들은 백금 반지가 좋네 순금 반지가 좋네 말싸움을 하면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특히나, 이 집안 형제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큰 아빠는 미국에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덕선이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덕선 부, 손님들이 가 버린 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덕선: 아빠, 좀 자. 

    덕선 부: 으이그... 예쁘고 착한 우리 딸내미. 아부지, 괜찮애. 괜찮애. 

     

    하지만 이틀 밤을 꼬박 새운 아빠가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덕선. 아빠에게 다가가서 다정하게 좀 자라고 말해 준다. 아빠는 작은 딸 마음을 기특하게 느끼면서 씨익 미소를 띄운다. 그리고 괜찮다고 나즈막하게 말한다. 

     

     

    (대문으로 덕선의 큰 아빠 들어서며) 동, 동일아... 동일아. 

    덕선 부: (큰 형을 끌어 안으면서 흐느낀다.) 우리 엄니, 불쌍해서 어쩐대, 성(형). 우리 엄니, 불쌍해서 어쩐대~ 뭣이 급하다고 먼저 갔을까~ 뭣이 급하다고~ 이제 우리 엄마 못 본다네~ 

    (고모들도 함께 와서 뒤엉커 운다.) 

     

    딸내미 얼굴 보며 씨익 웃던 아빠 얼굴이 갑자기 바뀐다. 등 뒤에서 그토록 듣고 싶었던 형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반가운데, 전혀 반가운 척을 할 수 없는 순간에 불러보는 동생 이름: "동, 동일아... 동일아." 2박 3일 동안 상을 치르면서, 많은 문상객 맞이하면서도 늘 배시시 웃기만 하던 아빠가 형님 품에 안겨서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형님 대신 상주 노릇 하느라 표현하지 못했던 슬픔과 상실감을 드러낸다.  

     


    (덕선 나레이션)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어른으로서 일들에 바빴을 뿐이고, 나이의 무게감을 강한 척으로 버텨냈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


    팥 죽 한 그릇.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던 것 같다. 광주 큰 외삼촌 댁으로 여행을 갔다. 겨울이라서 외숙모가 팥죽을 내오셨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달콤한 팥죽! 새알도 적당히 들어가 있어서 씹는 맛도 있었다. 정말 맛이 있었다. 내 몫으로 퍼 주신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숟가락을 빨았다. 그러자 외숙모가 조금 더 주셨다. 얼굴을 그릇에 얼른 담갔다. 마지막으로 팥죽 한 주먹이 남았나부다. 외숙모가 울 엄마에게 권했다. 네가 먹어라, 아니다 네가 먹어라, 실랑이를 했다. 나는 이해가 안되었다. 이렇게 맛있는 팥죽을 두고 왜 싸우지? 난 더 먹고 싶은데? 그냥 내가 먹으면 안되나? 

     

    “제가 먹을게요”

     

    울 엄마 얼굴은 붉어졌고, 외숙모는 빙그레 웃었다. “그래, 니 먹어라.” 그릇에 다시 얼굴을 담갔다. 아주 핥아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엄마한테 크게 혼났다: “너는 왜 그렇게 이기적이냐? 네 주둥아리만 주둥이냐? 엉?” 난 이해가 잘 안되었다. 분명히 먹기 싫어서 두 분이 서로 사양하고 있었는데? 왜 그 문제를 해결해 준 나에게 이러시지? 어째서 내가 혼나야 하지? 

     

    “넌 정말 이기적이야.”

     

    오래전 누군가에게 들었던 가장 아픈 말. 깜짝 놀라 되돌아보니, 그의 팥죽을 수도 없이 뺏어 먹었던 것 같다. 부인할 수 없었다. 시간이 약이다? 아니, 시간이 벌이다. 난 이렇게 이야기한다. 험악한 물리적 감옥보다 무서운 게 자책감이라는 심리적 독방. 비록, 나 혼자 잘못하고 나 혼자 벌을 받았지만, 상대는 내가 벌을 받는지도 몰랐겠지만, 어쨌든 벌을 제대로 받았다.

     

    새벽에 집에 돌아오면서, 아무 이유 없이 땡겨서 사온 인스턴트 팥죽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다가 운 적이 있다. 왜 울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같이 이기적인 사람은, 배려조차도 학습해야 했다. 자연스럽게 배우지 못했으니 복습이라도 빡세게(?!) 해야 했다. 그리하여, 팥죽을 다시 눈 앞에 둔 오늘, 지금, 이시간... 다시 자문하게 된다:

     

    “너, 팥죽을 사람들과 나눠 먹을 수 있겠니?”

     

    (2019년 5월 4일 이재원이 쓴 글 중에서 일부 발췌함)


    나는 지난 수년 동안 '성숙'이라는 단어에 매여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성숙해졌다면, 그래서 성숙을 생각했다면 좋았겠지만... 특정한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성숙을 생각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난 날을 냉정하게 돌아본다면, 나는 '성숙이란 안 아픈 척을 하거나, 아예 안 아픈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성숙을 어떤 고정된 심리 상태, 더 이상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멈추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아닌 척, 괜찮은 척, 강한 척 그 자체가 성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성숙이란 어려움을 겪지 않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정말로 단단해져서 전에는 힘없이 쓰러졌던 어려움에 견디는 힘이 생기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로 힘들다면 내 상태를 솔직히 인정하고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의지할 줄 아는 지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숙이란 닥쳐오는 파도를 (최소한 이전보다는) 부드럽게 타고 넘는 유연함과 지혜이기 때문이다. 

     

    "삶은 쉬워지지 않아. 단지 네가 강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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