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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운 아이도 그저 아이일 뿐이다지식 공유하기(기타)/돌아오라 1988(공감 텍스트) 2022. 1. 5. 13:29728x90반응형
(터벅터벅 골목길을 걷는 덕선 부, 택이가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한다) 아이고~ 최사범님? 이제 퇴근하십니까? (머리를 숙여서 인사한다)
택이: (함께 머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덕선 부: (빙그레 웃으며) 아 참, 택아, 오늘 이 아저씨 술친구 좀 해 줘야 쓰겄다.
택이: (살짝 놀라는 표정)
며칠 전, 모친 상을 치르고 상경한 덕선 부. 집에서 TV 뉴스를 보다가 '형광등 초크 다마'가 나가는 바람에, 동네 슈퍼마켓에 들렀다. 술은 마시지 말라는 부인 말을 뒤로 하고 (초크 다마와 함께) 소주 한 병 사 들고 골목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그러다가 마침 동양증권배 바둑대회에서 우승하고 집으로 돌아온 택이와 만난다. 국가대표 바둑 기사로서 외국에도 자주 나가는 등 벌써 '어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택이.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그냥 엄마 없는(일찍 돌아가셨음) 고등학생에 불과하다. (아빠도 계시지만) 반겨주는 엄마 없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택이 발걸음도 덕선 부 발걸음 못지 않게 무겁다. 엄마가 없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의기 투합. 덕선 부가 택이에게 술친구가 좀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덕선 부: (소주잔을 내려 놓으며 한숨을 쉰다) 하~ (소주병을 손에 쥐려고 한다)
택이: (얼른 소주병을 들어서 덕선 부에게 술을 따라 준다)
덕선 부: (그 모습을 보면서 미소 짓는다) 아따~ 우리 택이가 인자 어른이 다 되어 부렀네. 언제 이렇게 철이 들었을까. 다 컸네, 다 커부렀어.
택이: 아저씨, 어머니 돌아가셨다고. 죄송합니다. 가 보지도 못하고.
덕선 부: 아이, 시방 지금 그 이야기를 뭐하러 꺼낸대? 괜히 눈물 나고로. 허허... 글제... 살아서도 죽어서도 젤로 보고자픈게 엄마지. 헤헤... 아따 우리 엄니 보고잡다. 우리 택이는, 언제 엄마가 젤로 보고잡대?
역시, 어른스러운 택이. 손윗사람 빈 술잔을 채워드리는 예의 범절도 안다. 게다가 모친 상 당해서 슬퍼하면서 힘들어 하고 있을 덕선 부 마음을 헤아려서 정중하게 인사도 올린다. 슬픈 마음을 많이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덕선 부는 화제를 택이에게 돌리기 위해서 짧지만 결정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 택이는, 언제 엄마가 젤로 보고잡대?"
택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매일요. 엄마는 매일매일 보고 싶어요.
덕선(나레이션): 어른스러운 아이는 그저 투정이 없을 뿐이다. 어른스레 보여야 할 환경에 적응했을 뿐이고, 착각어린 시선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어른스러운 아이도, 그저 아이일 뿐이다. 착각은 짧고 오해는 길다. 그리하여 착각은 자유지만, 오해는 금물이다.
사실, 이 대목에서 택이(박보검 분)는 음성이 아니라 표정으로 연기를 한다. 이 장면에서 두 등장 인물이 느끼는 정서는 대사가 아니라 분위기로 전달된다. 두 사람은 왜 만났는가? 이우정 작가는 두 사람을 왜 만나게 만들었나? 왜 하필이면 덕선 부와 택이가 만나야만 했을까? 첫째, 두 사람 처지가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택이는 덕선 부가 어머니를 잃고 느끼고 있을 상실감, 슬픔, 회한, 그리움, 죄책감 등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두 캐릭터는 서로 비슷하게 보통은 진심을 숨기고 속이는, 그러므로 속이 깊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자고로 역설적이게도 슬픔을 말로 대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자가 가장 절절하게 슬픔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 마음을 숨기는 두 사람이 만나 표정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하니, 상실감과 슬픔이 배가된다.
우리말로 공감(共感)이라고 번역하는 영어 단어가 세 개나 있다: Sympathy, Compassion, Empathy. 세 단어모두 상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나도 느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세세한 결은 다르다. (a) Sympathy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고, (b) Comapssion은 상대를 앞에서 바라 보면서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며, (c) Empathy는 아예 상대가 되어서(혹은 바로 옆에 붙어서) 그가 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면서 느끼는 상황이다. 요약하자면, Sympathy에서 시작해서 Compassion을 거쳐서 Empathy로 갈수록 상대의 시각에 가까워진다. 이런 구분에 따르자면, 택이는 덕선 부 마음으로 들어가서 상실감, 슬픔, 회한, 그리움, 죄책감을 함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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