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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묻길 잘했다, 생각했거든요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2. 3. 2. 17:22728x90반응형
김정현 사회사업가: 저의 강점 세 가지. 먼저, 공감을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설이 한센인 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어르신들이 젊어서 고생하신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그러면 잘 들어 드리고, 잘 울어 드려요. 그래서 한 번 같이 울고 나면, 할머니들하고는 무척 친해지죠.
그리고 두 번째는 궁금한 것, 질문이 많은 게 제 강점 같아요. 어르신들이 행동하실 때, 그 너머에 있는 욕구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 드려야 좋아하실까요? 라고 질문을 드려요.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들 하시는데, 예를 들어서 어제 아침에 찬물 밖에 안 나온다고 신경질 내신 할머니가 계셨는데, 다른 날도 찬물만 나왔는데 왜 오늘은 찬물이 나올까 우리는 한센인 생활시설이고 80세 이상 고연령층이 계시기 때문에, 한센인들은 말초신경이 많이 손상되어 있어서 뜨거운 물에 손을 담궈도 잘 몰라요. 그래서 각 요양실마다 화장실이 있는데 일단 온수를 잠궈 두거든요. 늘 그랬는데 왜 할머니가 오늘따라 화를 내실까. 그래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래서 할머니, 원하시는 게 뭐죠? 제가 무엇을 해 드리길 원하세요?" 라고 물었을 때, "오늘 아침에 미용봉사자가 와서 머리를 잘라 줬는데, 머리를 감고 싶은데, 머리를 못 감아서 화가 났다" 라고 답하셨어요. 만약에 제가 "매일 나오던 찬물인데, 왜 오늘만 이렇게 화를 내세요?" 라고 말했다면, 할머니가 더 화를 내셨을 텐데, 오늘은 "내가 뭘 해주기를 원하길래 그렇게 화를 내시냐"고 여쭈었을 때, 할머니가 상황을 설명을 해 줘서, 아 내가 이렇게 묻길 잘했다,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묻는 걸 좋아하고.
세 번째 강점은, 우리 어르신들에 대한 거지만, 한 명 한 명을 그래도 최선을 다 해서 살피려고 하는 거. 그래서 프로그램 하다 보면, 커다란 일로만 해결할 수 있는데, 그날 결석한 사람, 그날 사정이 있어서 다른 데 갔던 사람들에 대해서 프로그램 끝나고 나면 꼭 다시 한 번 더 확인해 주고, 잘 갔다 왔느냐, 오늘은 이런 거 했는데 다음 시간에 꼭 오셔라. 살펴주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제 마음이 그런 일을 하는데 힘들어 하지 않는 거. 그게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재원: 잠깐만요. 선생님께서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배워 보신 적 있으세요?
김정현 사회사업가: 아니요.
이재원: 한 번도 없으세요?
김정현 사회사업가: 살짝 맛을 본 적은 있어요.
이재원: 지금 이야기 해 주신 걸 듣고 제가 깜짝 놀랐는데, 왜냐하면 대단히 해결중심적인 태도를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에요. 만약에 그게 배워서 하시는 게 아니라면, 엄청난 거라고 생각해요. 대단히 해결중심적인 태도에요. 완전히 본령, 본질. 특별히, 사람들이 해결중심하면 대부분 어떤 질문 같은 걸 배울 거라고 기대를 해요. 당연히 저도 질문을 가르칠 건데요, 질문이 뭐죠? 궁금한 거잖아요? 근데 뭐가 궁금한 거냐면, "저 사람이 뭘 원하지?" 이거죠. 이게 본질 중에 본질이에요. 그래서 이야기 하시는데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이 양반은 그냥 하산하셔도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상은 2022년 3월 1일, 저녁 7시에 열린 '차근차근 해결중심상담 기본반(화요일 저녁반)' 온라인 사전모임에서 학생으로 참여해 주신 김정현 사회사업가와 나 사이에 오고 간 대화 내용 중 일부다. 사전에 공지를 띄워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렸는데, 그 중에서도 '나의 강점 세 가지 말하기' 부분에서 위와 같이 답하셨다. 가끔씩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만난 학생들 중에 김정현 선생님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실 이런 순간에 나는 약간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저런 사고방식을 갖추려고 10년 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어떤 사람은 배우지도 않았는데도 이런 사고방식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담반 진담반)
그러니까, 나는 운이 참 좋다. 이렇게 애초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해결중심적인 학생을 만났으니까.
위 대화 중에도 나오듯이, 사람들은 해결중심 '질문 테크닉'을 배우고 싶어하지만, 그 이면에 놓인 태도나 관점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상대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면, 질문을 한 두 개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상대방이 답하는 내용을 어떻게 질문으로 이어가느냐고? 테크니컬하게, 자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결국은 '정중함'과 '호기심'이 비결이다. 그리고 이 '정중한 호기심'은 가르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김정현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은 의미가 있다.
<모집은 끝났지만, 해결중심상담 기본반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호기심이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사업가에게 미치는 영향>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상담 공부방 > 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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