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잘 몰라서요'가 어르신들께 다가가는 기술이 될 것 같아요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2. 3. 18. 07:58728x90반응형
조아라 생활지원사(사회사업가): "저는 사람들 만나서 대화할 때 좀 지레 짐작하는 경향이 약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실제로 다양하게 경험이 많고, 두루두루 아는 게 많기 때문에 자만심이 조금 있었다고 할까, 그래서 어르신들 말씀을 듣기도 전에, 표정이나 상황을 보고 그냥 지레 짐작해 버려서, 조금 전에 배운 '알고 싶어요'가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수업에 참여하면서 배운 점은, 제가 잘 몰라요, 이런 느낌으로 대하는 게,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는 테크닉, 혹은 태도가 될 수 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재원 사회사업가: 오늘 배운 '알지 못함의 자세/알고 싶어하는 자세(Not-Knowing Posture)'에 대해서 인상적으로 느끼셨군요? 수업을 들으시고 자신을 반성하는 관점에서 말씀해 주셨네요. 반성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크게 칭찬드리고 격려 드립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알지 못함의 자세/알고 싶어하는 자세'란 선생님께서 이미 알고 계시는 지식을 무시하라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척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내가 알고 있는 걸 어떻게 모르겠어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나중에 다 쓰일 거에요.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해결중심적인 대화를 나눌 때, 주도권과 우선권을 상대방에게 주자는 거에요. 그 사람 인생이니까요. 내가 알고 있는 건 일단은 놔두고 저 사람이 뭐라고 이야기 하나, 그걸 우선적으로 귀하게 여기고 들어봐야겠다는 태도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핵심이에요.
부산 지역에서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시고 현재는 생활지원사로서 어르신들 일상 생활을 돕고 계신 조아라 선생님. 현재 강점관점실천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차근차근 해결중심상담 기본과정(목요반)'에 참여하고 계신다. 조아라 선생님께서는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편안한 분이시지만, 종종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어렵게 느껴졌다고 하신다. 그래서 해결중심모델 공부가 그동안 목에 걸린 아주 작은 가시 같았던(커다란 문제는 아니지만 미세하게 불편감이 느껴졌으니까) 어려움을 푸는 열쇠가 될 것 같다고 기대하시고 우리 클래스에 들어오셨다.
2022년 3월 17일 저녁 7시. 목요반 두 번째 클래스에서는 지난 시간에 배웠던 공감 공식을 복습하고 학생 분들께서 내 주신 과제물을 1:1로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함께 마음 터 놓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무척 따뜻하고 생산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질문 테크닉을 본격적으로 배우기에 앞서서, 사람들을 해결중심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핵심은 1980년대 말, Harlene Anderson 박사가 개발한 용어, '알지 못함의 자세 / 알고 싶어하는 자세(Not Knowing Posture)'였다.
'알지 못함의 자세 / 알고 싶어하는 자세(Not Knowing Posture)'란 무엇인가? 해결중심모델에서는 '자기 문제는 자기가 제일 잘 알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도 자기가 제일 잘 안다'는 관점을 취한다. 그래서 상담자가 전문가랍시고 내담자에게 이러쿵 저러쿵 함부로 조언하지 않는다. 그 대신, 겸손한 태도로 질문을 한다. 상대가 가장 잘 안다는 태도를 테크닉으로 바꾼 셈이다. 당신이 가진 강점과 꿈, 희망은 당신이 가장 잘 아니까, 당신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인 당신이, 나에게 대답해 주세요, 라는 태도를 테크닉으로 바꾼 셈이다.
이 지점에서, '알지 못함의 자세 / 알고 싶어하는 자세(Not Knowing Posture)' 용어를 개발한 Harlene Anderson 박사가 이 용어에 대해서 직접 설명한 내용을 들어보자. (Anderson 박사가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이재원이 2019년에 번역해서 정리한 내용임.)
'알지 못함(not-knowing)'이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에요. 알지 못함은 불교적 수련 방법인 마음챙김(mindfulness)에 가깝지요. 이 방 안에서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면서,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에만 집중하고, 이 방 밖에서는 아무 것도 가져오지 않는 거에요.
이때, 그동안 우리가 쌓아 온 경험, 책에서 읽은 모든 지식, 그리고 가치는, 절대로 그냥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나와 함께 있어요. 하지만 내가 과거에 알게 된 그 모든 경험, 지식, 가치가 현재 내가 생각하는 과정의 전면에 나서서 상담 내용을 특정 방향으로 걸러 내거나 이끌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여러분,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오래된 지식'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이 붙여 놓은 '우울증'이나 '알콜중독' 같은 진단명, 사람들이 붙여 놓은 '수급자'나 '무엇무엇 대상자'라는 꼬리표겠지요. 그러면 우리가 열어 놓고 탐색해야 할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일까요?
조아라 선생님께서 언급하셨던 '지레 짐작하는 태도'는 '알고 있다는 태도 / 알고 싶어하지 않는 태도(Knowing Posture)'라고 할 수 있겠다. 어르신이 보이시는 행동, 표정을 보시고 '다 알아요' 라는 태도를 보이셨던 셈이다. 하지만 우리 클래스 수업을 통해서, 어째서 대화가 쉽지 않았던 건지, 힌트를 얻었다고 말씀하셨다. '알지 못함의 자세 / 알고 싶어하는 자세(Not-Knowing Posture)'는 내가 알고 있는 바를 쓸모 없는 쓰레기처럼 생각하자는 게 아니다. 내가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그리고 맞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알고 있는 내용보다 우선시 하지 않을 게요, 라고 다짐하는 겸손한 태도에 가깝다.
조아라 선생님께서 용기 있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 주시고, 앞으로는 새롭게 달라지겠다고 다짐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참 자랑스러웠다. 앞으로 조아라 선생님께서 사람들을 만나시면서 조금 더 겸손한 태도, 즉 '알지 못함의 자세 / 알고 싶어하는 자세(Not-Knowing Posture)'를 취하시면서 더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조아라 선생님, 마음 깊이 응원 드립니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상담 공부방 > 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중심계획(PCP)을 지향하는 사회복지사가 해결중심 질문을 배우면? (0) 2022.04.06 어떻게 그렇게 매주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실 수 있으셔요? (0) 2022.04.04 '어? 나도 꺼낼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0) 2022.03.10 내가 이렇게 묻길 잘했다, 생각했거든요 (0) 2022.03.02 상담이 어색했던 내가 질문 천재(?)가 된 이유 (0)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