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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 혹시 바쁘세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3. 14. 09:57728x90반응형
조카: 외삼촌, 혹시 바쁘세요?
삼촌: ?
조카: ㅋㅋㅋㅋㅋ 애기 보느라 바쁘신가요?
삼촌: 왜?
조카: 아, 삼촌이 평소에 페이스북에 글도 쓰시고 강의도 하시잖아요?
삼촌: ㅇㅇ
조카: 저도 오늘 이것저것 생각이 들어서 인스타에 글 올리려고 하는데요.
삼촌: ㅇㅇ
조카: 제가 봐도 횡설수설인 것 같아서 삼촌에게 보이고 팁을 좀 얻을까 해서요.
삼촌: 네가 쓴 글을 봐 달라고?
조카: 네 ㅋㅋㅋㅋ
삼촌: 보내 봐.
이제 갓 스물 한 살이 된 조카가 글을 봐 달라고 요청했다. 녀석은 어릴 때 교회에서 우연히 악기(드럼)를 접하고, 교회 안팎에서 꾸준히 북을 치더니 결국 대학도 음악대학을 다녔다. 아직 한참 어린 친구지만 속이 알차고 기특하다. 뜬금없이 글을 평가해 달라기에,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읽었는데... 참 잘 썼다.
내가 잘 썼다고 말하는 기준은 이렇다: (1) 솔직하게 쓸 것.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거나 진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것. (2) 최대한 쉽게 쓸 것. 결국, 어렵게 쓴 글은 쓴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3) 뚜렷한 자기 생각을 쓸 것. 솔직하고 쉽게 썼다는 건, 남의 것이 아닌 자기 생각과 감정을 썼다는 증거다.
조카가 쓴 글을 내 기준에 빗댄다면? (1) 솔직하게 썼다. 약간 부끄러울 수도 있는 일에 관해서 썼다. 부끄러운 소재에 대해서 썼다는 건, 자신의 부족한 면을 인정한 뜻이고, 드러낸 용기가 있다는 뜻이다. (2) 쉽게 썼다. 조카가 쓴 문장은 나쁜 버릇이 적고 이해하기 쉽다. (3) 본인은 횡설수설했다지만, 아니! 뚜렷하게 잘 썼다.
조카가 쓴 글을 읽고 전화해서 이렇게 말해 줬다: "얌마, 네가 횡설수설했다길래 봤더니, 전혀 아니던데? 아주 잘 썼다. 삼촌은 학생들 글을 읽고, 글쓴이가 소재나 주제에 대해서 취하는 태도나 생각, 감정 같은 걸 아주 정확하게 짚는 재능을 가지고 있거든? 처음엔 몰랐는데 가르쳐 보니 나한테 그런 재능이 있더라구. 너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은 아닌데, 암튼 잘 썼어. 내 생각엔 네가 글재주가 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도 네가 종종 글을 쓰면 좋겠다. 혹시, 네가 원하면 삼촌이 봐 줄 테니까. 오늘처럼 쓱~ 써서 보내. 솔직하게 평가해 줄게."
[조카가 쓴 글]
오늘 한 생각 이것저것
“안녕하세요. 드럼치는 최정인이라고 합니다.” 나는 어디가서 나를 소개할때 이렇게 소개했다. 누구와 나눴던 대화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대화가 오늘 아침 내 머릿 속에 스쳐갔다."요즘 정말 순수하게 밥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 연습 몇 시간 하니?"
‘"그 시간 빼면 2시간도 안되겠는데요."
"야이씨 그러면 너는 나머지 시간을 딴짓 하면서 보낸다는 건데 하루 일과 중에 드럼치는 시간이 1~2시간 밖에 안되는 사람이 직업이 드럼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
"글쎄요…"
할 말이 없었다. 특히 졸업 이후 나는 말 그대로 ‘드럼치는 사람’은 전혀 아니였던 것 같다. 게으름과 나태에 빠져 그저 2년동안 학교 다니면서 여러 연주를 통해 쌓였던 피로를 푼다는 합리화로 3달을 쉬었다. 솔직히 쉬어주긴 해야 했지만 3달까진 아니였다. 그렇게 게으르게 지내던 와중 코로나에 걸려서 작업실에서 격리중인 나는 나태의 끝을 찍었고, 더이상 내 안에 있는 부지런한 내가 봐줄 수가 없었는지 기본기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덕분에 엊그제부터 어제, 오늘에 이르러 부지런해지기 재활에 성공했고 나는 비로소 오늘 오랜만에 ‘드럼치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이렇게 인사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드럼치는 최정인이라고 합니다.
<송파구 방이복지관(장애인복지관) 동료들과 함께 한 공부 기록>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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