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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44일차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2. 3. 2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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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가 이렇게 거친 사람인 줄 몰랐어요."

    솔직히,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거친 사람일 줄은. 누굴 때리거나 힘들게 했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날 문득, 내가 아기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한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아기를 거칠게 다루었다는 말이다. 아니지. 본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거칠었다는 말이겠지?

    나는 결혼할 때부터 아기를 낳을 생각을 했다. 우리 부부가 두 사람 다 나이가 적지 않아서 못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결혼 결심에 이미 아기까지 들어 있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결혼이란 내가 창설한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달랐다. 적어도 마음으로는 내가 완전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딸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내가 보인 매너는 너무 거칠었다. 아~ 잠깐, 아내가 이 글 초안을 보더니 자기는 내가 '거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자기는 '섬세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내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다. 내가 스스로 느끼기에 거칠었던 것 같으니까.

    사실, 아빠가 태어난지 두 달도 채 안된 아기에게 거칠면 얼마나 거칠겠나. 아내가 '지적하는' 내용이란... 예컨대, 아이를 침대에 눕힐 때 가제수건을 대지 않았다, 라든가 아기 몸을 만질 때 미리 말을 안해 주었다, 같이 오히려 내가 보기엔 조금 과도한 보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다. 나로선 조금 억울한 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내가 딸이라면? 별로 고민하지 않고 아빠보다는 엄마 손을 들어줄 것 같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면서: "아빠, 아빠도 초보 아빠라서 적응하시느라 힘드시겠지만, 저는 이 세상 자체가 처음이에요. 엄마 뱃속과 달라서 너무 힘드니, 조금만 제 사정을 봐 주세욧!"

    언제나처럼, 아내에게 이길 순 없다. 결국엔 아내 말이 맞다. 내 매너가 조금 거칠었다. 물론, 노력은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딸에게 거친 매너를 보일 때가 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딸을 제외하면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지만, 딸도 너무 어려서 절대로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내 자신을 속일 수가 없다. 딸이 태어난 후로 44일이 지나는 동안 정말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 특히, 아내를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감탄이 나올 때가 많다.

    가만 보면 아내는 '문자 그대로' 딸을 인격체로 대우하고 있다: 아내는 딸에게 뭘 하기 전에는 늘 말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아이가 그 모든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아내는 정말 성실하게 모든 과정을 말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래서 내가 '너 대단하다'고 말하면 아내는 '아니에요. 오빠, 모든 엄마가 다 비슷할 거에용' 이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내는 정확한 사람이다. 많이 미흡하지만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내가 딸에게 다소 거친 매너를 보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워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눈치다. 스스로 자신에게 실망했다가, 조금 더 노력했다가, 또 실망했다가, 또 노력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그리 섬세하게 딸에게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한다. 아내가 기대헀던 바, 좀 더 세심하고 친절한 아빠가 되고 싶다. 내 딸은 이제 겨우 생후 44일째 되는 신생아니까. 원래도 존재 그 자체로서 사랑받아 마땅한 아기이지만, 특별히 이 시기야말로 부모에게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니까.

    미안하다, 딸아. 내가 더 노력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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