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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54일차
    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2. 4. 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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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봄이 왔는데, 자기 계절이 왔는데, 봄이 집에만 있는 게 말이 되냐?"


    이렇게 말하면서 고운 아내 손을 잡아 끌었다. 봄을 안고 집을 나섰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아기라서, 얼굴에 가제 수건을 씌웠다. "음냐음냐~."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봄 목소리가 저 하늘 햇살만큼 따뜻하게 흘러 나왔다.

    이렇게 호기롭게 나왔지만 사람들이 '드글드글' 모여 있는 곳에는 갈 수가 없다. 커피 전문점에서 연유라떼와 제주영귤차 한 잔씩을 사 들고, 인적 드문 곳으로 향했다. 개나리가 거의 핵폭발처럼 터지듯 피어 있는 대로변을 걸었다.

    가족 산책을 즐기면서 내 머릿 속에 떠오른 문장: 진짜, 봄이 왔나 봄. 

    48세 늙은 아빠가, 47세 여전히 고운 아내와 함께 만든 딸이 이 세상에 온 지 만 50일이 지났다. 우리가 이 나이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다가도, 봄이 살포시 웃기라도 하면(배냇웃음이라서 별 의미는 없음) 갑자기 밤이 낮이 되듯 놀랍다. 
     
    최근에 깨달은 사실 세 가지. 

    하나. 질투심. 아기가 엄마 젖을 마음껏 빨면서 넘치도록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기억 저편에 봉인해 두었던 미묘한 정신분석적 감정이 올라온다. 생후 두 달도 채 안된 딸에게 질투심을 느끼다니... 그런데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팩트 체크. 어머니 말씀으로는 셋째였던 나를 낳으셨을 때 젖이 모자라서 힘드셨단다. 이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포만감을 충분히 느껴보지 못한 내가, 딸 아이를 보면서 질투심이라는 이름으로 울부짖는 감정을 토해 내고 있나보다. 

    둘. 허리 통증. 이제 본격적으로 지기 시작하는 두 사람이, 들불처럼 일어날 아기를 안아 키우는 일은, 결국 허리에 밀려오는 통증으로 귀결된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세면대에서 아기 똥을 닦아주고, 작은 욕조에서 목욕을 시켜주고... 이런 일 모두 허리 힘이 필요한데,

    우리 허리는 20, 30대 허리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면서도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허리다. 지금까지는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버텼다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벌써 키 60cm, 몸무게 5.5kg이다.)

    셋. 최대 미스테리: 영아 산통. 100일 미만 아기들 중에 20%는 아무런 이유 없이 배가 아파서 운다. 집이 떠내려 가듯 운다. 목이 쉴 때까지 운다. 하이 톤으로 울다가 더 높은 톤으로 올라가며 운다. 아이유 3단 고음을 능가한다. 

    찾아보니 이유가 없단다. 그러니 치료약도 딱히 없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병원에도 가 봤다. 역시 딱히 방법이 없단다. 트림 잘 하고, 가스 잘 배출시키고. 우리도 다 아는 이야기다. 다행히, 나는 아기 울음 자체에는 두려움이 별로 없다.

    며칠째 밤 10시만 되면 시작되는 영아 산통 때문에, 아내가 잠을 통 못 잤다. 평생 코피가 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데, 3일 연속 코피가 터졌다. 그런데도 짜증 한 번 안 내고 아기를 돌보는 아내가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그래도 가지길 잘 했다. 내 결론은 이거다. 나는 아직도 딸 아이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내가 딸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얘가 정말 내 딸 맞나? 싶다. 하지만 아내의 고운 피부에 내 얼굴을 빼 닮은 딸을 보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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