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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부 운운운.... 안녕하세요 요요요...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2. 4. 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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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제가 여기 왔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 주세요." 

     

    여러 면에서, 최악 중에서도 최악에 속하는 날이었다. 오후 4~6시 강의. 원래 나는 2시간 강의를 수락하진 않는다. (나는 주로 상담 모델/기술을 가르치는데, 2시간 동안 무엇을 가르치겠나) 하지만 나를 초청하신 동료(사랑의전화마포종합사회복지관 홍세은 선생님) 말씀을 듣고 그래도, 그래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네이게이션 지도를 찾아 보니, 강동구에서 올림픽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를 타고 마포구까지 가는 경로. 아마도 용산 근방을 지나서 마포구로 접어들면 (퇴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막힐 것 같았다. 

     

    그래서 2시가 조금 넘었을 때 출발했다. 올림픽 대교를 건널 때쯤 업무상 전화를 해야 할 곳이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는데,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강변북로를 타고 한강을 바라보며 씽씽 달리는데... 마포 방면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눈을 들어 표지판을 봤더니, 옴마나! 구리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곧바로 가장 가까운 우회 도로로 접어 들어서 반대 쪽으로 향했다. 그래도 일찍 출발한 편이어서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겨우 도착한 복지관 앞. 그런데 주차장이 안 보였다. '이상하다? 분명히 주차장이 있다고 하셨는데...' 담당자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었는데 받질 않으신다. 그래서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기 않도록 길 한 쪽에 대충 주차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나) "여기 홍세은 선생님 계시죠? 오늘 강의 때문에 온 사람인데요, 홍세은 선생님 좀 불러 주세요." (복지관 직원) "네? 여기 그런 사람 없는데...? 여기 찾아오신 거 맞나요? 이곳은 마포노인종합복지관입니다만."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건가?

     

    알고 보니,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검색했을 때 유사한 이름을 가진 두 곳이 나왔는데, 터치 실수로 엉뚱한 곳을 찾아온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마포종합사회복지관'에 가야 했는데 '마포노인종합복지관'으로 와 버렸다. 이 순간, 시계를 보니 이제는 정말 늦을 것 같았다. 식은땀이 흘렀다. 그래도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받지 않으신다. 여러 번 걸었는데도 안 받으신다. 그래서 복지관 전화 번호를 검색해서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누군가 친절하게 받으시기에 상황 설명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4시부터 강의인데, 4시 5분 경에 복지관에 도착한 것 같다. 복지관 건물 앞에까지 마중 나오신 홍세은 선생님 안내를 받아서 부랴부랴 지하 소극장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늦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더니, (당연히 친절하게) "괜찮습니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지만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강의 시간에 늦은 나를 용서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선생님께서는 당연히 이렇게 말씀하시겠지만, 저는 스스로 용납이 잘 안되네요. 다들 바쁜 시간 쪼개서 오셨을 텐데... 너무 죄송하고 면목이 없습니다."

    그렇다. 여기까지라면, '최악'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 그 다음이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교재를 준비하다가 마지막에 USB에 저장을 했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계속 오류가 났다. 여러 번 시도해도 안되기에, 요즘 인터넷이 안되는 곳은 없으니 일단은 가서 처리하자, 싶어서 출발했던 터. 그런데 나는 이미 늦었지 않나. 원래 생각은 미리 도착해서 사무실 컴퓨터 등을 활용해서 클라우드에 동기화 해 놓은 자료 파일을 다운받을 계획이었다. 헌데 들어가자마자 강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다운로드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민하면서 준비한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서 클라우드에서 내려받기를 클릭했...

     

    는데, 도무지 다운로드가 되질 않았다. '아이구야...' 이곳은 지하 소극장이라서 인터넷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설명을 들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안그래도 마음이 바쁜데 더 마음이 바빠졌다. 친절하게도 사례관리 팀장님께서 사무실에 다녀오겠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음... 나는 판단을 내려야 했다. 일주일 전에 홍세은 선생님께 보내 드렸던 자료, 내가 오기 전에 스크린에 게시해 두신 자료를 그냥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썩 차지는 않지만 동료들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부족한 부분은 그냥 썰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크를 손에 쥐고 "여러부 운운운.... 안녕하세요 요요요..." 인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느낌이 영 이상했다. 노래방에 온 것처럼 마이크 에코 효과가 장난 아니게 크게 들렸다. 정말 동굴 속에 들어온 듯, 내 말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러 퍼졌다. 부랴부랴 홍세은 선생님께서 달려 오셔서 음향 기기를 만지셨는데... 도무지 고쳐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목소리가 울려도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 그냥 들고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에코 효과가 강해서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나는 마이크를 내려 놓았다: "그냥 제 목소리로 하겠습니다."

     

    "여기 오신 분들 중에서, 혹시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부분적으로라도 공부해 보신 분이 몇 분 계시나요? 손 좀 들어 주실래요?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이라고 들었는데요..." 열 명 중에서 두 세 분만 손을 드셨다. "어? 부끄러워서 손을 못 드시나요? 오늘 제가 기적질문을 가르치려고 왔는데... 기적질문이라는 말은 들어 보셨잖아요? 흠... 아닌, 가요? 처음 들어 보셨나요?" 나중에 홍세은 선생님께, 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금요일 오후라서 출석한 인원이 적고, 최근에 신규 직원들이 많아져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다. 

     

    어쨌든, 절대 다수가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전혀 듣지 못하신 분들에게, '기적질문'을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분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테크닉이다. 또 한 번, 눈 앞이 캄캄했다. (참고로 내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순발력'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상황을 넘겨야만 했다. 내 약점이고 뭐고 간에, 나를 기다려 주신 학생들에게 더 이상 불편을 끼칠 수는 없었다: "아~ 오늘은 저에게 당황스러운 일이 계속 발생했는데요, 이 상황이 가장 당황스럽네요. 하지만 이 상황을 그냥 인정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내용을 말씀 드려 보겠습니다."

     

    여기가지는 분명, 최악이었다. (거의) 내 잘못과 내 실수로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 뒤로,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떠들었는데 말이 너무 술술 잘 나왔다. 단연코 상황은 최악이었지만, 내 강의 퍼포먼스는 최상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특별한 자료도 없이, 그동안 치열하게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쌓아온 내공을, 불리한 조건에서 유감 없이 펼쳐냈다. 내가 술술술~ 이야기를 풀어 가는 도중에 팔짱을 끼고 계셨던 선생님들도 자연스럽게 팔을 푸셨고(이건 정말 좋은 신호),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으시는 분들도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내가 3년 동안이나 마음 속으로 지고 왔던 과제 하나가 이때 풀렸다. (특히, 제너럴리스트) 사회사업가에게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친다면 결국 어렵게 느껴지는 질문 테크닉을 가르치게 된다. 그런데 질문을 열심히 가르치면서 내 마음 속엔 '이 분들이 나중에 이 질문 기술을 다 기억해서 사용하실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을까? 결국엔 사용하지 않으시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들곤 했다. 그렇다고 질문을 가르치지 않을 수도 없다. 해결중심모델의 정수는 결국 강점관점을 담아 질문을 설계하고 구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 고민과 질문이 풀렸다는 건데, 내가 떠올린 전략은 이랬다: (1) 해결중심 질문을 왜, 어떻게 설계하는지를 그 취지를 설명하고, (2) 양식화 되어있는 특정한 질문을 던지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그 태도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며, (3) 해결중심 질문 테크닉과 관련된 맥락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물고기를 낚는 수단은 다양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낚싯대가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물론, 낚싯대를 사용하면 가장 효율적이다. 그러나 낚싯대가 내 손에 없다면? 낚싯대 없이도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써야지! 

     

    비유컨대, 내가 이날 경험한 바는, 낚싯대 없이 물고기를 풍성하게 잡는 경험이었다. 강의가 모두 끝난 후에, 일부 학생 분들에게 소감을 여쭈어 보았다. 그 중에서 어떤 남자 동료 분께서 해 주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저는 강점관점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정말 자신이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잘 할 자신이 있는데, 늘 시간이 부족하고 실적과 평가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참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오늘 강의를 통해서 제가 동의하는 가치를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왠지 슬프면서도 자랑스러운 말씀이었다. 

     

    복지관 정문을 나서면서 수고해 주신 홍세은 선생님께 인사 드리는데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저도 해결중심모델은 꽤 공부해 보았지만, 오늘처럼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현실적인 사례 이야기를 포함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셔서 좋았답니다." 이 말씀을 듣고 있자니, '정말로 상황이 안 좋았지만... 오늘 내가 나름대로는 성공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퇴근길 꽉막힌 강변북로를 거의 기어왔지만, 내 마음은 뿌듯했다. 최악을 최선으로 바꾼 역사적인 날이기 때문에.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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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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