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님과 나눈 정중한 호기심 가득한 대화(사실은 해결중심적 대화)

<상황>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있었는데, 차를 집에 두고 와서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대화 중에 택시 기사님께서 택시를 시작하신지 한 달이 되었다고 하셔서 (호기심이 생겨서) 질문을 하였습니다.

 

<대화록> 

 

_ 이도연 사회사업가: 택시 기사님께서는 택시를 시작하신지 한 달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_ 기사님: 택시를 시작한지 한 달이 되었고, 그전에는 해군으로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_ 이도연 사회사업가: 군인으로 근무하시는 편이 근무환경이 더 좋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결정을 하셨을까요?

_ 기사님: 해군이다 보니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많이 없었어요. 25년을 넘게 군 생활을 했는데 집에 제대로 퇴근을 해서 아이들과 생활한 시간이 10년도 되지 않았어요. 또 발령이 나서 배를 타고 퇴근을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이 생활이 맞는 생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마침 아내도 퇴직에 대하여 지지해 줘서 할 수 있었어요.

_ 이도연 사회사업가: 그래도 급여를 생각하면 선택이 쉽지가 않았을 것 같은데, 대단한 결심을 하시고 결단력 있게 퇴직을 했을 때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_ 기사님: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고 처음에는 떨어졌어요. 그런데 육군에서 명예퇴직 자리가 남아 있어서 그 비용으로 받게 되었어요. 명예 퇴직금이 없었다면 저도 결정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_ 이도연 사회사업가: 그래도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 가족분들은 지지를 많이 해 주셨어요?

_ 기사님: 네. 두 자녀가 대학생이어서 결정이 쉽지가 않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택시를 하는 것이 행복하고,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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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해결중심상담 기본과정(목요일반)'에 참여하고 계신 이도연 선생님. 일이 생겨서 콜택시를 타셨다가 기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단다.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시다가 기사님에게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시고, 궁금해지셨단다. 그래서 '정중한 호기심'을 발동시키셨단다. 기사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으셨단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으셨단다. 

 

그림으로 비유해 본다면, 그 순간 이도연 선생님께서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계셨을 것 같다: 

 

 

사냥하는 호랑이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바람을 얼굴에 맞으면서 주변 상황을 살핀다. 먹잇감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대단히 조용히 움직이고, 일단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더욱 조심한다. 먹잇감이 움직이는 일거수 일투족을 숨 죽인 채 관찰하면서 기회를 엿본다. 그러다가 때가 왔다고 생각하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서(!) 한 번에 사냥한다. 다시 없을 기회를 잡는다. 

 

오해 마시라. 이도연 선생님께서는 택시 기사님에게는 한없이 순한 양처럼 대화를 나누셨겠지만, 마음 속으로는 기사님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에 대해서는 먹잇감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을 지닌 호랑이처럼 행동하셨을 터. 택시 기사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주의 깊게 듣고 계시다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셨을 때 툭, 하고 튀어 나가셔서 긍정적인 초점을 잡아내셨다. 다시 없을 기회를 잡으셨다.

 

다른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이런 모습일 터: 

 

조금 더 자세하게 대화 내용을 분석해 본다: 

 

_ 이도연 사회사업가: 택시 기사님께서는 택시를 시작하신지 한 달이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이재원 해설: 이도연 선생님께서는 바로 앞에 기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붙잡고 들어가셔서 질문을 하셨다. 상대방이 한 말 중에서 궁금한 부분을 포착해서 그 부분을 잡고 들어가셨다. 이런 행동 자체가, 이도연 선생님께서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_ 기사님: 택시를 시작한지 한 달이 되었고, 그전에는 해군으로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_ 이도연 사회사업가: 군인으로 근무하시는 편이 근무 환경이 더 좋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결정을 하셨을까요? 

(이재원 해설: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오지 않았다. 이도연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호기심을 가지고 더 들어가 보신다. 이 대목에서도 바로 전에 기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붙잡고 들어가시는 부분이 좋다. 비유컨대, 돋보기를 더 자세히 들이대는 행동이다.) 

 

_ 기사님: 해군이다 보니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많이 없었어요. 25년을 넘게 군 생활을 했는데 집에 제대로 퇴근을 해서 아이들과 생활한 시간이 10년도 되지 않았어요. 또 발령이 나서 배를 타고 퇴근을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이 생활이 맞는 생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마침 아내도 퇴직에 대하여 지지해 줘서 할 수 있었어요. 

_ 이도연 사회사업가: 그래도 급여를 생각하면 선택이 쉽지가 않았을 것 같은데, 대단한 결심을 하시고 결단력 있게 퇴직을 했을 때는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이재원 해설: 기사님께서 비교적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 주셔서, 질문할 수 있는 대상이 늘어났다. 기사님께서 스스로 열어서 보여 주신 긍정적인 내용은? (1) 가족, 자녀들에게 애착과 책임감이 강하다. (2) 부인과 사이가 좋고, 특히 서로 지지해 주는 성숙한 관계다. (3) 힘든 군생활을 장기간 버텨낼 정도로 인내심이 강하다. (4)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결단력, 행동력을 보였다. 사실, 이 모든 내용을 질문에 담을 수 있다. 하나하나, 다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도연 선생님께서는 기사님의 결단력/행동력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싶으셨나 보다.) 

 

_ 기사님: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고 처음에는 떨어졌어요. 그런데 육군에서 명예퇴직 자리가 남아 있어서 그 비용으로 받게 되었어요. 명예 퇴직금이 없었다면 저도 결정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_ 이도연 사회사업가: 그래도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 가족분들은 지지를 많이 해 주셨어요? 

(이재원 해설: 운도 강점이다. 기사님께서 성공적으로 군에서 명예퇴직하실 수 있었던 이유는, 명예 퇴직금이었다. 그래도 25년 동안 몸을 담았던 조직을 떠나기는 쉽지 않을셨을 터... 이도연 선생님께서는 계속 기사님의 결단력에 대해서 강조하고 인정하면서, 가족분들의 지지에 대해서 물어 보신다. 당연히! 지지를 많이 해 주셨을 것이다. 이미 부인께서 지지해 줬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확실하다. 그래도 다시 물어보면, 긍정적인 면을 든든하게 재확인하고 다지는 의미가 생겨서 좋다.) 

 

_ 기사님: 네. 두 자녀가 대학생이어서 결정이 쉽지가 않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택시를 하는 것이 행복하고, 집에 들어가서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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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이도연 선생님께서 사용하신 해결중심 질문 테크닉은 '대처질문(coping question)'이다. 대처질문은 상대가 어렵고 힘들고 외로운 상황에서도 충분히 인정할 만한 행동을 했을 때,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요?' 라고 질문하는 테크닉이다. 그러나! 나는 이도연 선생님께서 이 질문을 구사하셨느냐 아니냐에 주목하지 않는다. 대처질문은 전체 대화 내용 중에 극히 일부일 뿐, 더욱 중요한 요소는 이도연 선생님께서 택시 기사님에게 긍정적이면서도 정중한 태도로 호기심을 발동시키셨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호기심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질문을 이어가셨다는 점이다. 

 

해결중심적 대화를 잘 나누려면, 특정한 질문 하나를 구사하기 위해서 목을 매지 말아야 한다. 내가 구사하는 질문보다는, 그 질문에 관해서 상대방이 하는 말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바로 좀 전에 상대방이 한 말을 기초로, 호기심을 발동시켜서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물어보고 있는지를 인식하면서, 부드럽게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이도연 선생님께서 보여 주신, 정중한 호기심을 이용한 대화는 대단히 현란한 질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현란한 고급 질문보다도 가치가 있다. 긍정적이면서도 정중한 호기심이 해결중심모델에서도 본질이요 정수이기 때문이다. 

 

 

<참고> 

본 포스트에 사용한 사진, 텍스트는 이도연 선생님께 사용을 허락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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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질문을 잘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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