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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대로, 그러나 쉽게 글쓰기 훈련하는 방법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5. 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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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장한 글> (다소 긴 버전)

     

    아내: 오늘 어딜 간다구요?
    저: OO 부부 만나러 대학로에.
    아내: 오빵, 나 혼자 우리 봄이 보는 게 쉽진 않아요.
    저: 너무, 너무 잘 보면서 왜 그래.
    아내: 오빠가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완전히 달라요.
    저: 그래? 알았어. (그러나 심드렁하게)

    일요일 오후에 오래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혼자서 외출을 했습니다. 아내가 혼자서 아이 보는 일이 쉽지 않다고 제 등 뒤에서 말을 했지만 심드렁하게 반응하고 나왔습니다. 안다고, 알겠다고 말하면서요. '허! 알긴 개 콧구멍을 알아?' 아뇨,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엄마 없이, 100일도 안 된 아기를 오롯이 하루 종일 돌보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아기가 콧물을 흘리는 걸 보니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일요일 오후부터 아내가 여러 번 말했습니다. 코로나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후유증일 수도 있는데, 아내는 엄마로서 딸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워낙 강해서, 걱정이 되나 봅니다. 다소 과하게 걱정하는 듯 했지만, 월요일 아침까지 어린이집을 보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안되겠다 싶더군요. 내가 보겠다고, 오늘은 아무 일정 없으니 하루 종일 돌볼 수 있다고, 오전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 다녀 오겠다고, 진짜 감기인지 전문의 선생님께 보이고 분명하게 확인받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슬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저는 이렇게,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아내가 바쁘게 출근하는 오전 8시부터,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는 오후 6시까지 꼬박 10시간을 꼼짝없이 딸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당연히 '우리는 함께 키운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제가 엄마는 아니기에(제 몸에서는 젖이 안 나오기에) 아무래도 무게감이 달랐지요. 아이 반응도 달랐구요. 저는 급해지면 언제나 아내를 호출했고요. 그러면 아내는 짱가처럼 슝~ 하고 나타나 틀림없이 솟아나는 엄청난 기운을 보여주시곤 했습니다. (깽깽대며 숨 넘어 가게 울던 딸이 순식간에 웃는!) 

    시작은 무난했습니다. 배우고 경험해 온 대로, 아기가 울면 처음에 슬쩍 기저귀 상태부터 살피고, 그 다음엔 입 모양을 잘 보면서 배고픈 거 아닌가 살피고, 그 다음엔 자고 싶어하는가 살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촉을 발동시켜서 대응했고, 별 문제 없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병원까지도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제 마음을 아셨는지, 가슴부터 배, 등에 이르기까지 청진기로 세심하게 소리를 들어 보시고, 열도 재시고, 목구멍까지 유심히 관찰하신 후에, '아무 이상 없고, 괜찮은데요?' 라고 안심 도장을 찍어 주셨지요. 콧물이 조금 나면서 기침이 나는 증상을 말씀 드리니 시럽으로 되어 있는 기침 약을 처방해 주셨습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아내를 안심시킬 답을 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가 되자 큰 일(?)이 터졌습니다. 바운서에 앉아서 한동안 잘 놀던 딸이 울기 시작했는데, 배고픈 것도 아니고, 자고 싶은 것도 아닌 듯 싶더군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있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기저귀 상태부터 살폈어야 했지요. (저구나 저는 후각이 둔해서 냄새를 잘 못 맡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한 쪽 엉덩이를 드는 순간... 축축하게 젖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서둘러 품에 안고 기저귀 안쪽 상태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어머머... 역대급 똥파티가 개최되어 있었습니다. 똥 입자가 기저귀 경계를 탈출해서 가슴팍에까지 뭍어 있었지요. 저는 먼저 아기를 안고 안방으로 달려갔습니다. 깔개를 찾아서 침대 위에 눕히고 기저귀를 갈려고 하다가... 생각해 보니, 이 정도 파티가 열렸다면 화장실로 가서 목욕에 준할 정도로 씻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기를 안고 화장실로 달려 가서, 세면대에 연결해서 혼자서도 아기 하반신을 씻길 수 있는 아기 비데를 설치하고 기저귀 속 충격적인(?!) 현장을 확인했습니다.

    당연히, 제 두 손에 아기 똥이 온통 뭍기 시작했고, 아기 비데가 너무 좁아서(아니! 딸아, 너는 언제 이렇게 큰 거니?) 아기가 불편해 하고, 딸을 달래면서 기저귀부터 떼어 내고, 손으로 물 온도 맞추고 씻는데, 아예 목욕을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옷 벗기고, 샤워꼭지도 틀고, 아기 몸에 비누칠을 하고, 여러 번 물로 씻어내며 헹구고, 그 사이에 제가 입고 있던 옷은 다 젖고, 다 씻긴 했어도 안방 침대에 뭘 안 깔아 놓아서 아기를 허리 춤에 한 팔로 감은 상태에서 속싸개 찾아서 깔고, 급하게 체온 떨어질까봐 뭔가로 덮고... 정신이 하나도 없이 이리저리 뛰어 다녔습니다.

    헐... 그런데요, 이 전쟁 통에 우리 딸 표정까지 살피진 못했는데, 물기까지 모두 닦아내고 아기를 내려다 보니~ 아기가 제 얼굴을 보면서 빙긋 웃고 있었습니다. 배를 간지럽히면서 웃어주니, 아기가 더욱 밝게 웃습니다. "아유~ 우리 딸, 기분 좋아졌쪄요?" 라고 말하면서 웃어주니, 봄이가 더욱 밝게 웃습니다. 아빠가 많이 서툴러서 불편했을 텐데도, 그딴 거 싹 다 잊고 배시시 웃어 줍니다.

    오늘 새벽에 곰곰 생각해 보니, 사실 저는 어제 제 딸이 웃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아빠'가 된 듯 합니다. 솔직히, 그동안은 그냥 함께 사는 동거인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얼굴이 이렇게나 닮았는데도, 아기가 '에취~' 하며 종종 재채기를 하는데도(재채기 반응이 저를 똑 닮았습니다), 얘가 내 딸인가, 아니면 뭔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젠 진짜 딸 같이 느껴졌습니다. 아내 말대로 우리 사이에 뭔가 '끈끈함'이 생긴 듯 합니다.

    저: 서툴고 잘 못하지만, 이렇게 하루 종일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참 소중하네. 
    아내 말대로, 맞아요, 오빠! 넘 소중한 시간이에요. 끈끈함이 막 생겨요.

    저로서는 '작은 한 발'을 또 한 번 더 내딛은 셈입니다. 또 곰곰 생각해 보니, 역시 이렇게 '작은 시작'을 기뻐하고 축하하고 격려하는 방식이 해결중심적인 방식인 것 같습니다. 무조건 긍정적인 것, 무조건 잘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잘 못한다는 사실을 그냥 인정하고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을 때 잘 알아주는 것이 해결중심적인 방식이라는 말씀입니다. 특히, 남보다는 내 자신이 '작은 한 발'을 내 딛었을 때, 충분히, 흡족히 인정해 주고 축하해 주는 것이 해결중심적인 방식이라는 겁니다.

    앞으로도 우리 딸과 저는 이런 순간을 여러 번 맞이하겠지요? 서로 눈을 맞추고, 더 알아가고, 웃어 주고, 지지고 볶기도 하겠지만 끈끈해지고. 그때마다 어제 우리가 함께 지낸 하루를 기억하렵니다. 서툴고 또 서툴렀지만 딸에 대한 사랑 한 조각을 알게 된 어떤 아빠를 기억하렵니다.


    <원래 글> (두 단락 글쓰기 사례)

     

    며칠 전, 처음으로 아내 없이 혼자서 하루 종일 아기(생후 90일)를 보았다. 처음에는 나름 괜찮았는데, 오후에 큰 일(?)이 벌어졌다. 이런 저런 처방을 시도해도 아이가 계속 울길래 기저귀를 열어 보았더니... 똥 입자가 가슴팍까지 올라올 정도로 똥 파티(!)가 열려 있었다. 내 온 몸을 적셔 가면서 화장실 세면대에서 아기를 씻겼다. 한 마디로, 난리 부르스를 췄다. 그래도 정신줄을 놓지 않고 목욕으로 상황을 마무리한 후에 딸 얼굴을 보았는데, 나를 또렷하게 올려다 보면서 배시시 웃고 있었다. 

     

    대환장 똥파티 후에 딸이 웃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내가 아빠가 된 듯하다. 솔직히, 그동안은 그냥 함께 사는 '동거인' 정도였던 것 같다. 얼굴이 이렇게나 닮았는데도, 아기가 나를 똑 닮아 햇빛만 보면 '에취~' 하며 재채기를 하는데도, '얘가 내 딸인가? 아니면 뭔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젠 진짜 딸 같이 느껴졌다. 아내 말대로 우리 사이에 뭔가 '끈끈함'이 생긴 듯 했다. 음... 앞으로도 이런 순간을 여러 번 맞이할 것 같다. 서로 눈을 맞추고, 더 알아가고, 울고 웃고, 이리저리 지지고 볶기도 하겠지만 그럴 수록 더욱 끈끈해지고. 그때마다 어제 우리가 함께 지낸 어제를 기억하련다.


    <재원 생각> 

     

    나는 이 세상에서 사회사업가만큼,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사람들을 찡하게 웃고 울릴 만한 사연을 거의 매일 겪는 사람들도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매우 안타깝게도, 사회사업가만큼 재미있고 훌륭한 온갖 사연을 제대로 적지 못하는 사람들도 없다고 본다. 왜? 첫째,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 능력은, 왜 써야 하는지 인식한다고 향상되지도 않고, 잘 정리된 서식이나 매뉴얼을 본다고 좋아지지도 않는다.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소화해야 한다. 둘째, 현실을 도외시한 채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기 때문이다. 짧은 한 두 단락을 제대로 쓰는 기본기 훈련부터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야 한다. 셋째,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대단히 오랫동안 수련받아야 하는, 진실로 배우기 어려운 고급 기술이다.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위에 제시한 세 가지 이유 중에서도,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항목은 두 번째다. 솔직히, 글쓰기 이론을 배우지 않고 무작정 많이만 써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굳이 '머얼리'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짧은 한 두 단락을 제대로 쓰는 기본기 훈련을 해야 한다. 두꺼운 책 내용도 결국 요약하면 한 단락이 될 수 있다. 거꾸로, 자기 생각만 분명하다면, 한 단락을 뻥튀기 해서 방대한 내용을 늘릴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사회복지사 동료들에게 글쓰기 방법론으로 제시하는 방법이 '두 단락 글쓰기'다: 첫 번째 단락에서는 서사 및 묘사로써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먼저 제시하면서 사람들 마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고, 두 번째 단락에서는 설명 및 논증으로써 해당 상황에 대해서 나 자신이 느낀 바나 생각한 바를 제시한다. 

     

    위에 제시한 두 글을 비교해 보라. 제대로 글쓰기 훈련을 받으면, 첫 번째 글을 두 번째 글로 짧게 요약할 수도 있게 되고, 두 번째 글을 첫 번째 글처럼 길게 늘일 수도 있게 된다. 두 단락 글쓰기를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반드시 글쓰기 실력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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