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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된장국에 밥 말아 먹다가 눈물을 왈칵 쏟은 이유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5. 25. 10:52728x90반응형
아내가 8시에 출근하고 나면 어린이집에 모시고 갈 때까지 따님은 내가 모셔야 한다. 지방 출장이 있는 오늘 아침. 아이에게서 신호가 와서 분유를 1차로 먹이고 바운서에 앉힌 후에 잘 노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밥을 먹는다. 장모님표 된장에 시금치를 풍성하게 넣고 끓인 된장국. 빨리 먹어도 시간이 없어서 밥을 말아서, 입 속에 급히 우겨 넣고 있었다. 그래도 행복한 밥 먹는 시간!
헌데, 갑자기 따님께서 신호를 보내신다:
따님: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이~ 아이~ 아이!”
따님: (번역하자면) “아빠! 배, 배, 배가 고파요!
나(아빠): “아이고~ 우리 공주님~ 배가 고프시죠? 하지만, 이 아빠도 빨리 밥을 먹어야 합니다요. 오늘은 지방에도 가야 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서 된장국을 퍼 먹고 있다가, 문득 눈을 내려서 그릇을 봤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흐뭇한 숟가락을 내려 놓은 후, 아기를 품에 안고 분유를 챙겨 먹였다.“딸아, 사랑한다.”
따님께서 꺄르르 웃어 주셨다. 나도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내 시선이 30년 전으로 옮겨갔다.
울 어머니는 정말 충격적으로 가난한 집에서 자라셨다. 배가 고프다 고프다 죽을 것 같으면 풀을 쥐어 뜯어 먹어야 할 정도로 가난하셨단다. 그래서 생긴 버릇: 눈 앞에 먹을 것이 있으면 덮어놓고 입에 넣으셨다. 누가 보면 궁상 맞게 보일 이 행동은, 어머니 편에서 보면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문제는 자식들을 키울 때였다. 나는 삼남매 중에서 막내 아들(위로 누나 두명)이었는데, 젖이 모자라서 고생을 하셨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그런데 어머니께선 늘 본인부터 드신 후에 아이들 밥을 먹이셨다. 우리 집에선 그게 규칙이었던 것 같다: ‘무조건 어머니부터.’
그런데 나중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게 된 사실인데, 나는 신체적인 식량은 물론이고, 정서적인 사랑에 대해서도 강렬한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 단언컨대, 어머니는 아들을 깊이 사랑하셨다. 너무나도 확실하다. 하지만 이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잘 알지 못하셨다. 그리하여 우리 모자 사이에 거의 30년이 넘는 기인 시간 동안, 우여곡절 가족 로맨스가 이어지게 되었다.
내가 된장국에 밥 말아 먹다가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은 이유:
(1) 나는 딸에게 먼저 밥을 먹이는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때때로 모정이 고파서 허기를 느끼고 괴로워 하는 ‘어른 아이’이지만, 이제는, 이제는, 다른 존재로 한 단계 올라서야겠다는 다짐. 내 딸만큼은, 내딸만큼은 아빠가 언제든 자기 뒤에 있어서 필요하면 언제든 손을 뻗는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만들고 싶다.
(2) 15살 때까지 첩첩산중에 사시면서 고구마만 드셨다는 내 어머니. 어릴 적 쌀밥을 드신 적이 없어서, 명절이라도 되면 그나마 좀 넉넉하셨다는 할머니 댁에서 쌀밥을 드시다가 설사가 와서 고생하셨다는 내 어머니.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남들과 똑같았지만, 당신께서 너무나도 받은 게 없어서, 어떻게 줄 지도 모르셨던 내 어머니.딸아, 사랑한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글을 전개하는 방식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서사, 묘사, 설명, 논증.
(1) 서사(敍事 / 펼서 + 일사)는 어떤 일을 시간 순서대로 펼쳐서 기록하는 전개 방식이다. 필자가 겪은 사건을 쭉 풀어서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서사에는 등장 인물이 나오고, 그가 시간에 따라서 장소를 달리 하며 움직이고, 그에게 의미 있는 어떤 행동을 한다.
(2) 묘사(描寫 / 그릴 묘 + 베낄 사)는 어떤 상황을 그림을 그리듯이(혹은 사진을 찍듯이) 그대로 베껴서 말로 표현하는 전개 방식이다. 내 눈 앞에 놓인 사진을 뚫어지게 들여다 보면서, 그 속에 펼쳐진 풍경이나 광경을 좌우로 훑어가면서 하나하나 말로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묘사에는 사람이 등장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3) 설명(說明 / 말씀 설 + 밝을 명)은 어떤 대상을 자세하게 풀어서 뜻을 풀이함으로써 밝게 드러내는 전개 방식이다. 추상적인 생각이나 구체적인 물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세하게 알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설명에는 강력한 주관적인 주장보다는,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주로 사용된다.
(4) 논증(論證 / 논할 논 + 증거 증)은 어떤 주장을 하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대는 전개 방식이다. 설명이 객관적인 사실을 주로 사용하는데 반해, 논증에서는 일단은 주관적인 주장이 나온 후에, 주로 사실에 근거한 증거가 제시된다. 논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해 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실용적인 글쓰기를 잘 하려면, 위 네 가지 글 전개 방식에 통달해야 한다. 기본 개념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테크닉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전개 방식을 적용해서 글을 많이 써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누가 모르나? 너무 뻔한 이야기라서 하품이 나거나 절망감이 들 수도 있겠다. 그래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나로서는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어떻게든 글쓰기를 쉽게 느끼고 계속 쓰면 좋겠는데, 애초에 어려운 걸 어떡하나? 조금만 글을 써 봐도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시는데, 어떡하나?
조금이라도 쉽게 느끼시라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내가 나름대로 정리한 방법론이 '두 단락 글쓰기'다. 아니, 한 두 단락이라도 쓰기 시작해야, 더 긴 글, 정말 제대로 마음 먹고 쓴 글이 나올 수 있는 거 아닌가. 두 단락 글쓰기는 (1) 본인이 직접 겪은 어떤 에피소드를 서사와 묘사 방식을 활용해서 구체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제시한 후에, (2) 이 서사글과 묘사글에서 제시한 이야기 속 의미/결론을 글쓴이 나름대로 해석한 내용을 설명 방식으로 적는 방법을 가리킨다.
위에 제시한 내 글도 두 단락에서 시작되었다. (1) 첫 번째 단락: 아이에게 분유를 먹였다가, 내 밥을 먹었다가, 다시 아이에게 분유를 먹였다. (2) 두 번째 단락: 이 일을 겪으면서, 이런 저런 옛날 생각이 떠올라 울었다. 이런 구조로 쓴 짧은 두 단락 글을, 좀 더 자유롭게, 좀 더 넓게 펼친 결과물이 위 글이 되었다.
사회사업가 동료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다 보면, '쓰고 싶은 내용은 무진장 많은데, 생각이나 느낌을 조리있게 펼치는 능력이 부족해서' 무척 힘들어들 하신다. 그래서 선택하시는 방법은 두 가지: (1) 무조건 많이 쓰거나 (2) 글쓰기 매뉴얼을 참고하는 방법. (1) 무조건 많이 써도 늘기는 한다. 나름대로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리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 너무 많이, 오랫동안 헤매야 한다. (2) 남이 잘 쓴 모델 글을 보고 따라하는 방법도 나쁘진 않다. 역시, 나름대로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내가 떠올린 생각을 진중하게 서술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결국 낮은 수준에서 참고하다가 졸작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래서 글쓰기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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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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