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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면 독재자지 뭐
    상담 공부방/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2022. 6. 1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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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자: 저와 제 신랑이 만난 지 18년이 됐는데, (저희는) 서로 필요에 의해서 결혼을 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 신랑이 되게 성실합니다. 건설 쪽에 종사하는데, (처음에) 만나자마자 얼굴 봉투를 줄 정도로 정말 성실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희 신랑은 돈을 쫓는 사람이고, 저는 감성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맞지 않아요. 저희 신랑하고 저는요, 1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의견 일치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표현이 딱 맞아요. 너무 힘들고 외로워요. 행복하지가 않고. 

     

    법륜 스님: '신랑하고 소통이 안 된다' 이렇게 말했는데, 내가 말하면 상대가 잘 들어줄 때 이게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상대가 말하는 거를 내가 잘 들어줄 때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요? 

     

    질문자: 들어주는 거요. 

     

    법륜 스님: 그럼 자기는 남편 말을 잘 들어줘요? 자기 지금 원하는 게 '내가 남편 말을 잘 들어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지금 번뇌에요, '내 말을 남편이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런 지금 생각이에요? 

     

    질문자: 남편이 내 말을 좀 들어줬으면 더 좋겠어요.

     

    법륜 스님: 그러면 독재자지 뭐. 독재자가 되고 싶은데 독재자가 지금 못 되고 있는 거야. 

     

    질문자: 아닌데요.

     

    법륜 스님: 아니 남편이 내 말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질문자: (남편이 내 말을) 들어지면 저도 (남편 말을) 들어주죠. 

     

    법륜 스님: 아니 그건 우선 놔 놓고, '상대가 내 말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이거는 독재자예요. 내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거를 '소통을 잘 한다' 이렇게 말해요. 남편하고 소통을 하고 싶다 하면 내가 남편 말을 잘 들어주는 게 남편하고 소통을 잘하는 거예요. 근데, 내가 말하면 남편이 내 얘기를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건 소통을 하고 싶은 게 아니고 독재자가 되고 싶은 거예요. 

     

    상대편 데려와서 이렇게 직문즉설을 해보면 어때요? '아내가 너무 잔소리가 많고 말이 많은데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데 아이고 말을 대꾸 하려니까 싸울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아내가) 말 몇 마디 하면 알았다, 이러고 그냥 나가버립니다'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요. 

     

    나는 둘러 앉아서 아기자기 얘기하고 싶은 게 내 취향이고 내 성향인데 상대는 '그렇게 뭐 무슨 앉아서 그런 쓸데없는 얘기하고 있나?'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내가 원하는 거 들어 달라' 자꾸 이렇게 하지 말고, 그렇게 해서 될 사람이면 18년 전에 벌써 됐지, 18년이 되어도 안 되겠어요? 18년이 되어도 안 된다는 건, 그 사람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좀 다가가 보는 게, 네가 어떻게 변해서 나한테 맞춰라 하지 말고, 내가 그 사람에게 맞춰 주고, 자꾸 가서 말할래 하지 말고, 그냥 서 있어 주고, 웃어 주고, 껴안아 주고, 먹을 거 주고... 이렇게 좀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 그래도 나도 돈도 벌고 하니까 내 취향대로 한 번 살아봐야겠다 하면, 아들이 스무 살이 넘거든 이혼을 하고, 그렇게 정서적으로 맞는 사람을 (만나서) 한 번 살아보든지.


    법륜 스님께서 사람들을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 다양한 고민을 듣으시고, 바로 그 자리에서 각자 고민하는 바에 대해서 불교 철학에 기초하여 조언을 해 주시는 '즉문즉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은 (1) 타인과 별로 상관이 없는 개인 내적인 문제를 꺼내기도 하고, (2) 타인과 직접적으로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토로하기도 한다. 그런데 법륜 스님께서는 개인 내적인 문제도, 관계 문제도, 차이 없이 지극히 불교식으로 답변하신다. 즉, 법륜 스님께서는 '사실, 그건 네 문제다', '네가 욕심이 많고 집착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네 생각과 행동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질문자의 생각을 바꾸는 방식으로 답변하신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관계에 문제가 있을 때 (폭력이나 학대 등 한 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쌍방과실일텐데도, 스님께서는 '네 잘못이 크다'라고 말씀하신다.

     

    이렇게 하시는 이유가 뭘까? 즉문즉설은 개인이 나와서 자신이 경험한 바를 주관적으로 말하는 자리라서 문제에 관련된 상대자는 (애초에)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사람을 고치기보다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문제 상황이 바뀌기를 원하는 질문자를 바꾸는 전략이 훨씬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불교가 개인이 스스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깊이 돌아보면서 깨닫는 과정을 강조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리라. 

     

    위 사례에서는, 법륜 스님께서 질문자가 고민 토로 중에 언급한 '소통'이라는 단어를, 순간적으로 재명명(reframing)하시면서 질문자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부드럽게, 그러나 절절하게 지적하신다. 원래 소통(疏通)이라는 낱말은 '막힌 것을 뚫는다'는 뜻으로서, '상호적인' 개념이다. 즉, '서로 노력하면서 절충하면서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런데, 법륜 스님께서는 이 '상호적인' 개념을 부부 중에서 혼자 나와 있는 질문자(아내)에게 적용하시면서, '당신은 이 상호적인 개념을 왜 자기중심적으로만 해석하는가?' 라고 질문하신다. 즉, '지금 당신은 당신을 우선시하고 있다', '지금 당신은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대를 비난하기에 앞서서, 당신이 이 상호적인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말씀하시는 셈. 

     

    문화심리학에 따르면, 한국인은 관계 속에서 '주체성'이 강하다. 즉, 한국 사람들은 '내가 옳다'고 믿고, 이 옳다고 믿는 바를 상대에게 전해서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관계 속에서 갈등이 생기면, 상대가 옳다고 믿는 바를 틀렸다고 생각하면서, '상식' 즉,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한다. 가장 한국적인 정서라고 일컫는 정(情)을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정(情)은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는 것'이다. (情)은 이타적인 정서이지만, (情)을 잘못 품으면 내 마음을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강요하게 될 수도 있다. 명절에 친척 어른들이 그렇게 '선'을 넘으면서 '남의 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情)이 많아서 그렇다. 한국 사람들은 (情)이란 남을 위하고 남을 돕기 위한 것, 즉 이타적인 것이니까 괜찮다고 여긴다. 하지만 상대가 그 (情)을 원치 않아 한다면?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사회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사회사업가는 '직업적으로 (情)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하는 중에 돕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지면, 다시 말해서 (情)이 너무 많아지면, (情)에 포함되어 있는 이타적인 마음이 타인의 삶을 자기 마음대로 재단하고, 함부로 선을 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가 있다. 말로는 '합의'한다고 하면서,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어떻게든 상대를 유도하고 끌고 오려고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대가 누군가? 한국인이다. 그도 주체성이 있다. 그도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바가 있고, 그 옳다고 믿는 바를 상대에게 전해서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도,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진 않는다.

     

    그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내하려면, 내가 끌고 가려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한다: 그가 가고 싶은 방향은 어떤 방향일까? 그가 지향하는 삶은 무엇인가? 그는 어떤 가치를 따르는가? 그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그는 무엇을 잘 하는가? 그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 그는 어떤 대화 방식을 좋아하는가? 그대가 대충 스치면서 관찰한 내용을 기초로 함부로 넘겨짚지 말고, 그 사람 처지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 내가 안내하려는 방향이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과 관련되어 있는가? 내가 안내하려는 방향이 그가 가려는 방향과 어느 정도 겹쳐지는가? 내가 제시하는 방향에 그가 흔쾌히 따라올 이유가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을 생각해 보고 나서는...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생각해 보라: 

     

    이 글을 읽는 그대, 겸허하게 돌아보라: '소통(疏通)'이란 무엇일까?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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