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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내딛고 있는 작은 한 걸음을 바라보자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8. 1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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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 모 지역 복지관에서 일하시는 사회복지사 동료들과 더불어 4시간 동안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동료들께서 해결중심모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계신지는 잘 모르는 상태였는데, 내게 허락된 시간이 너무 짧아서 정식으로 교육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사전에 질문을 받아서, 평소 해결중심모델이나 강점관점실천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부분을 파악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 역시, 그리고 여전히 해결중심모델/강점관점실천은 시대적 흐름에 맞는 대세였다. 다들 '우리는 전통적인 방식을 줄이고 해결중심적으로/강점관점으로 실천을 해야 해' 라고 생각하시는 듯했다. (2) 그러나 현장에서 유연하게 해결중심적으로/강점관점으로 실천하시가 어려울 정도로 해결중심모델/강점관점실천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계셨다. 비유하자면, 전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전선에서, 새로 보급받은 신형 소총을 당장 써야 하는데, 이 총이 가지고 있는 사거리나 장/단점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지 못하는 형국.

    (그 전장에 서 봤던 사람으로서) 이해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동료들께서는 지금 손에 들고 계신 신형 소총을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었는지, 혹은 이 소총을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원래 가지고 있는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지를 진득하게 앉아서 배우고 익힐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머리 위로, 혹은 심지어 등 뒤에서 총알이 빗발치게 날아오고 있는데, 어떻게 한가롭게 앉아서 무기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으랴. 배우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정신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예쁜 자동차만 덜렁 사 놓고선, 운전 연습도 안 하고, 면허 시험도 못 본 상태로, 더구나 기름도 넣지 않은 자동차를 끌고 '전쟁터 같은' 시내 도로로 나설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론/관점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왠지 사용해야 할 것 같은 분위 때문에, 혹은 위에서 하라고 해서 해결중심적으로/강점관점으로 실천해야 하니, 호기롭게 끌고 나온 자동차 여기저기에서 탈이 나고, 심지어는 도로 한복판에서 퍼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마음은 급한데, 빨리 가야 하는데, 나아갈 수가 없다.

    다시, 동료들과 공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가 받은 질문을 적나라하게 요약한다면, '(내가 돕고 있는 분에게서) 도무지 찾을 수 없는 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 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서 세 가지 숨겨진 전제를 찾을 수 있다: (1) 원조전문가인 사회복지사가 주민/이용인의 강점을 주도적으로 찾아야 한다. (2) 그렇게 찾아낸 강점을 실천 과정에 활용해야 한다. (3) 하지만, 내가 돕고 있는 주민/이용인은 문제가 너무 많고 심각해서(정신질환 포함), 아무리 찾으려고 노력해도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전제를, 각각 좀 더 자세하게 분석해 보자. 먼저 첫 번째 전제: "원조전문가인 사회복지사가 주민/이용인의 강점을 주도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사회복지사가 주도적으로 강점을 찾아도 된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일이다. 왜냐하면 나는 주민/이용인에 대해서 완전히 다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다 모르고, 어떤 강점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가장 좋은 그림은, 본인이 본인 스스로 자신의 강점을 찾고 인식하고 수용하는 그림이다. 강점을 누가 찾든지, 실제로 쓸모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스스로 찾는 그림이 당연히 가장 좋다.) 

    두 번째 전제: "(사회복지사가 주도적으로) 찾은 강점을 실천 과정에 활용해야 한다." 이 전제는 사회복지사가 주도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첫 번째 전제를 포함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누가 찾느냐는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 어떻게든 찾아낸 강점을 활용만 하면 된다. 그런데 사회복지사가 주도적으로 찾아낸 강점을 주민/이용인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인이 스스로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내면으로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생각할 뿐, 진짜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형국이다. 이래서 스스로 찾은 강점이 가장 좋은 거다.

    세 번째 전제: "내가 돕고 있는 주민/이용인은 문제가 너무 많고 심각해서,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전제에는 대단히 많은 사회복지사가 동의할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어떤 주민께서 불면증으로 오전에는 자고, 오후 늦게 일어나 활동하고 계신다고 하자. 복지관에서 안부확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불면증으로 휴대폰을 꺼 놓는 경우가 많다. 또, 돈이 없어 휴대폰 요금 미납으로 정지가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전화 안부확인이 안 돼 이틀에 한 번씩 집에 방문하나 매일같이 신경질적인 말투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신다. 과연, 이 당사자에게서 강점을 찾을 수 있을까?


    당연히 찾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 당사자의 강점: (1) 힘든 상황이신 듯 한데, 아직 삶을 이어가고 계신다. (엄청난 강점) (2)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계시는데도, 오후 늦게라도 일어나고 계신다. (3) 게다가 뭔가 '활동'을 하고 계신다. (4) 연락을 귀찮게 여기실 수도 있는데, 휴대폰으로 연락이 될 때가 있다. (5) 휴대폰을 정지시킬 수도 있는데, 어떻게든 유지하고 계신다. (6) 사회복지사가 방문하셨을 때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는데, 집 안에 들이신다. (7) 정상적으로 말을 하실 수 있다. (8) 싫을 수도 있는데, 사회복지사와 대화를 하고 계신다.

    이상은 내가 대단히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생각해 본 강점 목록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여덟 가지나 되는 강점을 찾았다. 어떻게 찾았을까? 내 눈높이를 당사자 상황에 맞추어 보았다. 막말로, 그대가 번듯한 직장(복지관/사회복지사)도 있고(그래서 경제활동도 하고 있고), 가까운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고, 쉽진 않지만 평범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리고 단 한 번도 이런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다면, 아마도 위에 언급한 지역 주민에게서 이런 저런 강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대의 눈높이에서 그를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강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 비교하든, 자신과 비교하든, 옛날과 비교하든 간에, '강점'이란 일단 기준점이 존재하고, 그 기준점에서 상대적으로 위로 올라가 있는 특성에 붙이는 이름이다. 즉, 강점이란 우리가 상대를 우러러 보아야 보이는 긍정적인 특성이다. 그러므로 내 눈높이가 대상보다 높다면, 대단히 자연스럽게도,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찾기가 어렵다. 그가 처해 있는 힘들고, 어렵고, 외로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금 내가 서 있는 '정상적인 삶'에서 본다면, 아래에 엎드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서 어떻게 강점을 찾을 수 있겠나.

    이 지점에서, 내가 기록한 여덟 가지 강점을 다시 한 번 읽어보자. 여덟 가지 강점이 공유하는 특성은 무엇일까? 바로 이 모든 강점은 '이미'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담자가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서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만약에 그대가 눈 앞에 앉아 있는 내담자에게서 강점을 발견하고 싶다면, 그가 이미 내딛고 있는 작은 한 걸음부터 주목해 보라. 멀리서, 대단한 것을 찾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사소한 것부터 주목해 보자.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 보자.

    어찌하여 우리는, 다닐 직장도 없고, 도와 줄 가족도 없으며, 만나 볼 친구도 없는데, 어쨌든 죽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보고도, '그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가. 어찌하여 우리는, 다른 모든 소소한 강점을 덮고도 남을 만큼 최고로 강력한 이 강점을, 간과하는가. 나는 이 대목에서 무척 많이 슬프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살인적인 경쟁 분위기를, 개인이 거의 혼자서 모든 현실적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을,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고 방식을 바라보면, 너무 슬프다.

    비바람을 맞고 서 있는 이 사람 상황을, 건물 2층에서 팔짱끼고 내려다 보지 말고, 바로 옆으로 걸어가서 그가 들고 있는 찢어진 우산 밑에서 함께 비를 맞으면서 생각해 보자. 그는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불어오는 비바람이 너무 세차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데, 그래서 멀리서 보면 그냥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당신에게는 도무지 강점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의 옆에서 모든 상황을 보고 있는데도?

    마지막으로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최고, 최대 강점은, 앞을 내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세차게 불어오는 비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면서도 여전히 걷고 있다는 점, 그 자체다. 부디, 우리가 기록해야 할 서류 양식에 채워 넣으려고 형식적으로 강점을 찾으려고 하지 마시라. 굳이 여러 가지 항목을 적을 필요가 없다. 어렵고, 고통스러우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강점이다. 만약 이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안타깝지만 그대는 강점관점으로 실천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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