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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8. 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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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

    뭐 해 줄 수 있냐고 물으셔서,
    그 전에, 어떻게 살고 싶으시냐 물었더니

    이전에 살던 데서는
    말 안 해도 다 신청해주고
    말 안 해도 다 지원해 줬다고 하기에,

    전 알아서 척척 해 내는 능력은 없는데,
    어떻게 살고 싶다, 변하겠다 말해주고, 움직여 주시면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이다,
    말했는데...

    곧 그 전에 살던 곳으로 가실 것 같다.


    이상은 내가 마음 깊이 존경하는 동료 사회사업가 L 선생님께서 SNS에 쓰신 글이다. L 선생님께서는 모 지역에서 10년 넘게 공공 사례관리사로 일해 오신 분. 매우 짧은 글이지만, 해결중심적으로 사례관리를 한다고 했을 때 누구라도 참조할 만한 깊은 내공을 담고 있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듯, 짧막하게 해설을 덧붙여 본다. 

     

    (1) "뭐 해 줄 수 있어요?" 이 질문은 사회사업가가 돕는 많은 분들께서 흔히 하시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은, 아마도 사회사업가의 역할을 '쓸만한 물건(현물)을 일방적으로 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시리라. "뭐 필요하세요?" 이 질문은 사회사업가가 많은 분들에게 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하는 사회사업가는, 아마도 도움을 받는 사람의 역할을 '누군가 주는 쓸만한 물건(현물)을 일방적으로 받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리라. 위 두 질문은, 질문을 하는 사람, 질문을 받는 사람이 뒤바뀌어 있지만, '일방적'이라는 면에서는 정확하게 겹쳐진다. 

     

    (2) L 선생님께서는 "뭐 해 줄 수 있어요?" 질문을 받으셨을 때, 거꾸로 반문하셨다: "그 전에,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그 다음 대목을 읽어보면, L 선생님께서 왜 이렇게 반문하셨는지 알 수 있다. 명백하게도, '저는 무조건 주기만 하는, 심지어 아무런 대화도 주고 받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뭔가를 주기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던지신 셈. 돕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아니고, 어려움을 외면하겠다는 메시지도 아니다. 손바닥을 마주쳐서 함께 박수 소리를 만들어 내자는 제안이다. 최소한도 역할을 나눠서 움직이자는 초청이다. 

     

    (3)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해결중심 질문에 대해서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 예컨대, 기적질문은 '기적' 자체가 본질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있긴 있어. 분명히 있어. 하지만 특정한 이유 때문에 말을 못하겠네.' 이런 태도를 보이시는 분에게,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비현실적이라서 말씀 못하시겠다면... 혹시 기적이라도 일어나서 그 비현실적인 게 다 이루어진다면요? 현실적인 어려움은 하나씩 개선해 나가면 되니까 일단은 본인께서 원하시는 바를 말씀해 주세요' 라고 요청하는 질문이다. 일단, 큰 방향부터 잡아야 현실적인 세부 계획도 세울 수 있다. 

     

    (4)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자본주의, 즉 돈을 최고로 여기는 세상에 내재된 가장 큰 문제, 혹은 오류는, 세상 만물을 양적으로(즉, 돈으로) 재려고 한다는 점이다. 헌데, 모든 가치를 양적으로만(돈으로만) 재다 보면, 삶도 행복도 양적으로 판단하고 재려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돈이 많으면 많이 행복하고, 돈이 적으면 적게 행복하다는 양적인 기준. 그래서 사회사업가도 사람을 돕는 원조 행위를 양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건이든 뭐든 양적으로 많이만 안겨주면 삶이 개선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개별화'는 뒷편으로 사라진다. 

     

    (5)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라는 개별적인 질문을 부디 '뭐가 필요하세요?' 라는 양적인 질문으로 저급하게 환원시키지 말라. 밥이라고 다 같은 밥이 아니다. 누구는 백미밥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누구는 잡곡밥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누구는 추억 어린 보리밥을 먹고 싶어하고, 누구는 밥 다 필요 없고 죽을 먹고 싶어한다. 눈 앞에 보이는 밥 너머에는,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 선호, 추억, 희망, 삶이 존재한다. 똑같은 백미밥을 먹고 싶다고 해도 왜 그 백미밥을 좋아하는지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다 들어봐야 한다. 

     

    (6) 전통적으로 생각하자면, 무엇이라도 가장 많이 손에 잡히는 물건을 안겨주는 원조 전문가가 최고다. 상대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 채는 무릎팍도사처럼, 상대가 말도 하기 전에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채고 그에게 가져다 바치는 사람이 능력 좋은 사회사업가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알아서 척척 해 내는 게 아니라, 그 분께서 어떻게 살고 싶다, 변하겠다 말해주고, 움직여 주시면,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이 능력 좋은 사회사업가, 사례관리자다. 혹시,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전에 사시던 곳으로 돌아가셔도 어쩔 수 없다. 

     

    (7) 마지막으로, 한 가지 놓치면 안되는 요소가 있다. 정중한 태도로 호기심을 가지고 관계맺기. 그 어떤 모델도, 그 어떤 테크닉도, 그 사람과 관계를 맺지 못한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내가 아무리 초고수 상담자라고 할지라도, 상대가 집 안에 들이지 않는데, 기회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신출귀몰한 능력이 아무 짝에도 소용 없다. 그러므로 정중하게 나가야 한다. 함부로 선을 넘지 말고, 예의 바르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상대방이 살아온 방식, 생각하는 방식, 느끼는 방식, 밥 먹는 방식, 화내는 방식, 짜증내는 방식, 모두 잘 배우고 익혀야 한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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