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면 됐지 뭐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8. 12. 10:32728x90반응형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가끔씩, 좌절감을 느낄 때가 있다. 따로 시간을 내서 해결중심모델을 공부하신 것 같지 않은데, 하시는 말씀마다 옮기시는 발걸음마다 해결중심 대가처럼 느껴지는 분을 만날 때다. 모 지역에서 공공 사례관리사로서 10년 넘게 일해오신 L 사회사업가. 최근에 다른 동료들과 함께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는데, 이 분도... 보통 분이 아니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좌절감이 올라온다: "아니, 나는 이걸 잘 해 보겠다고, 10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공부를 해 왔는데, 이 양반은 입을 통과하는 단어 하나, 내딛는 발걸음 하나가 모두 해결중심적일세?" 그런데 내가 더 짜증나는 이유는, 내가 '어머나,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너무 해결중심적입니다' 라고 말씀 드리면, 이렇게 답하시기 때문: "몰랐어요. 해결중심인지. 전 아직도 뭘 모르는 게 진짜 많은 사회복지사네요. 알고 써 먹으면 좋은데, 몰라서 더 가지치기를 못 하고 있었네요." (부디 오해 마시라, 200% 농담이다.)
"아닙니다. 본인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헤매고 있는 사람들보다, 뭘 안다 한들 제대로 써 먹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나으십니다요!" 흠... L 선생님께서 며칠 전 SNS에 올리신 사진과 글을 보면서도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 함께 직접 읽어 보자.)
이거면 됐지 뭐
5~6개월 동안 창문을 사이에 두고,
나는 밖에서, 어르신은 안에서
서로 안부를 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끝에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더 오지마소. 좋은 꼴도 못 보여주는데 만다꼬 오니껴?
다음에 올 때 먹고 디지는 약이나 사 다 주소."
그래도 다음에 가면 또 창문을 사이에 두고
자식 얘기, 계절 얘기, 한창 날렸던 시절 이야기를 꺼내셨고,
재미지게 이야기 듣던 나는, 맞장구 쳐 드렸다.
헌데, 얼마 전에 처음으로
"우리 딸이 집이 깨끗해지면 와서 자고 갈 수 있다니더"
라고 말씀하시더니,
드디어 현관문을 열어 주셨다.
계속 부끄럽다며 안 보여주셨던
그 눅눅한 마음도 이해가 되어 인정.
그렇다는데 그런가 보다 해야지, 내가 어쩔 수 있나.
이제는 디지는 약 사오라는 말씀도 아니 하시고,
그만 오라는 말씀도 안 하시니 가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거면 됐지 뭐. 이거면 됐지 뭐.
해결중심모델의 정수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이미(Already)'라고 말하겠다. 내가 기준을 딱 그어 놓은 후에, 내가 강점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강점이라고 포착하는 게 아니다. 마음 속으로는 그 사람을 내려다 보고 있으면서, 입으로만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무엇일까?' 라고 묻는 게 아니다. '자립'이라는 엄청난 목표를 고정해 두고, '자립하기 어려운 저 사람의 복잡한 상황'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비록 온갖 문제가 중첩되어 있지만, 혹은 아주 오랫동안 특정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미(Already)' 하고 있는 좋은('내가 보기에 좋은'이 아니라, '그가 보기에 좋은')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주는 마음. 5~6개월 동안이나 문 안 쪽으로는 한 발도 들이지 못했지만, 드디어 열어 주신 현관문으로 가볍게 들어가며 '이거면 됐지 뭐' 라고 말하는 관점. 이제는 '그만 오라'는 말씀이나 '디지는 약 사오라'는 말씀도 아니 하시는 상황에 만족할 줄 아는 낙관적 태도. L 선생님께서 일상적으로 견지하고 계신 '이미(Already)'가 바로 해결중심모델이다.
"이거면 됐지 뭐."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 > 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해결되진 않더라구요 (0) 2022.09.14 따라서 움직이는 사람 (0) 2022.08.12 이미 내딛고 있는 작은 한 걸음을 바라보자 (2) 2022.08.11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다 (4) 2022.07.30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됐다'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겁니다 (0) 202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