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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을 우리말스럽게 쓰는 법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9. 4. 16:51728x90반응형
고등학교 시절, 나는 영문법 학자가 되고 싶었다. 나는 영어 과목을 무척 좋아했는데, 영어 안에서도 특히 문법 부분을 좋아했다. 단어 외우기는 너무 지겨웠지만, 언어 규칙을 배우고 이 규칙이 적용되는 사례를 확인하는 과정은 즐거웠다. 그래서 한동안 영어 문법 공부에 올인한 적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내내, 하루 8시간씩 영문법을 공부했다. 말 그대로, 토할 정도로 공부했던 것 같다. 성적이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영문법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문법 공부가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도움이 되었다. 먼저, 국어 문법을 덩달아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고, 잘 하게 되었다. 한 동안은 영문법과 국어 문법을 비교하면서 신나게 공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영어와 한국어가 다른 점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어를 오염시킨 영어식 어법을 구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바른 우리말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단 말이다.
우리말은 술어가 발달했다. 바로 이 문장을 두고 설명해 보겠다. 대표적인 영어식 표현 중에서 명사와 명사를 'be 동사'로 느슨하게 연결하는 형식이 있다. 이 형식을 따라서 이 단락 첫 문장을 고쳐 쓰면 '우리말은 술어가 발달한 언어다' 라고 쓸 수 있다. 여기서 주어(명사)는 '우리말'이고, 보어(명사)는 '언어'이며, be 동사에 해당하는 표현이 '~이다'이다. 우리말은 술어가 발달했다, 라고 쓰면 우리말은 술어가 발달한 언어다, 보다 생동감이 있다.
좀 더 긴 문장을 생각해 보면 이 차이가 명확해진다: "나는 가을에 날씨가 선선하여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문장은 복문으로서, 술어인 '좋아한다'의 목적어로서 명사구인 '산책하는 것'을 취했다. '산책하는 것' 우리는 이런 형태(~라는 것)를 띈 명사구를 참 많이 사용한다. 예시: 나는 가을에 호랑이를 잡으러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쓰면 어떤가? 나는 가을 호랑이 사냥을 좋아한다. 굳이 '~하는 것'이라고 쓰지 않아도 충분하다.
이 '~라는 것' 형식은 어디에서 왔나? 이 형식은 바로 우리가 학창시절 지긋지긋하게 배웠던 '(to) 부정사'다. (to) 부정사가 무엇인가? 윗 단락에 소개한 예시문에서처럼, 어떤 문장을 다른 문장 안에 집어 넣어서 사용하기 위해서, 동사 앞에 딸린 주어를 떼어 버리고 문장을 구로 바꾼 형태다. 우리말 문장에서 '~라는 것'이라는 형태가 보이면 거의 명사적 용법으로 사용한 (to) 부정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글을 읽다 보면 굉장히 많이 나온다.
(to) 부정사는 동사를 다른 품사로 바꿔서 다채롭게 말하기 위해서 발명되었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명사가 늘어난다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을 명사로 만들 수는 없는 법. 이미 존재하는 동사를 명사로 바꿔서 사용하면, 조금 길어지지만 무척 편리하다. 만약에 '가을에 호랑이를 잡으러 다닌다' 라는 개념을 규정하기 위해서 굳이 또 다른 명사를 만들지 말고 '가을에 호랑이를 잡으러 다니는 것'이라고 동사를 명사로 바꿔 쓰면 편하다.
하지만 이렇게 동사를 명사로 바꿔 쓰면 읽기에 부드럽지 않고 자연스럽지도 않다. 다시 말해서, '~하는 것' 형식을 많이 쓰면 우리말스럽지 않고 어색하다. '나는 가을에 날씨가 선선하여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가을이 되면 날씨가 선선해지는데, 산책하기에 딱 좋다. 그래서 가을엔 특히 더 자주 산책한다." 전체적으로는 길어졌지만 문장 단위는 짧아지고 자연스러우며 생동감이 생겼다.
나는 무조건 글을 많이 쓴다고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많이 쓴다고 해서 글이 간결해지지는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말 문법이나 문장 구조에 대해서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말은 일본어나 영어에 오염되기 전에는 간결하고 활동적이고 생동감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외국말에 '점령'되어서, 길어지고 지루해졌다. 우리말을 우리말스럽게, 활력 넘치게 사용하려면 우리말에 대해서 깊이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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