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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의 육아 일기(D+208)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2. 9. 5. 07:17728x90반응형
"오빠, 얘 지금 똥 사는 거지? 똥 쌌지? 와서 한 번 맡아 봐."
아내가 손짓을 한다. 아내에게 다가갔다. 안겨 있는 딸 엉덩이에 코를 박았다. 순간, 또렷하게 느껴졌다. 으악~ 이건 분명히 어른 똥냄새! 코가 썩는 줄 알았다. 기절할 뻔 했다. 물론, 그 순간을 지나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어른 똥을 싸는 딸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한 표정. 우와~ 네가 이만큼 컸다니! 다 컸네, 다 컸어!
잠깐만, 헌데 아내는 딸이 똥 싼다는 사실을 어찌 알았을꼬. 우리 봄이가 보이는 독특한 신호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사는 사람, 아이를 직접 키운 사람만 아는 신호. 예컨대, 봄이는 배고플 때는 거의 예외 없이 '아이~ 아이~' 라고 말하면서 운다. 배가 고플수록, '아이'라는 소리는 짧아지고 커진다. '아이'를 외치다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봄이가 약간 안절부절못하면서 두리번거리면? 대부분 변을 보았다는 신호다. 봄이는 기저귀가 젖어도 크게 울지는 않는다. 대신, 조금 칭얼대면서 좌우로 고개를 돌린다. 어떤 경우엔 똥을 어렵게 싸 놓고선 말로 설명 못할 상쾌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역시, 이 통쾌함은 연령불문, 인류공통인 듯 하다. 자랑스러운 표정 마저 짓는 딸 엉덩이를 씻는 묘한 기쁨이란.
아직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우리 딸 봄이는 기본적으로 정서가 안정되고 명랑한 아이다. 배고플 때 외에는 크게 울지도 않는다. 낯도 별로 가리지 않는 듯 하다. "오늘 아침에도, 봄이가 잠을 깼을 때, 나에게 방긋 웃어 줬어요" 라는 아내 말처럼, 타고 나길 명랑한 아이다. 이 아이가 벌써 태어났을 때 키 두 배를 넘어서고 있다. 아이는 진짜로 빨리 큰다.
봄이가 클수록 엄마랑 아빠 허리는 구부러지고 있다.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결린다.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다. 늦게 낳은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하지만 댓가를 모두 치르고 있으니, 봄이를 키우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우리 삶이 충만해지는 느낌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일은 정말로 고되고 힘들지만, 말로 표현 못할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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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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