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5년 늦은 일기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0. 15. 07:47
    728x90
    반응형

    제목: 15년 늦은 일기(가출 청소년이 사회복지사가 된 사연)

    글쓴이: H 사회복지사(2022)
    첨삭 지도: 이재원(2022)

    오늘은 뭘 할까? 남이 짜 놓은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는 삶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시간표를 짰다. 갈 학교가 없어졌으니 내 마음대로 일어났다. 늦게 일어나서 밥을 먹으며 애니메이션 정주행을 하며 늘어지게 시간을 보냈다. 저녁 즈음에 나가서 보고 싶었던 뮤지컬 ‘드림걸즈’를 보고 나오니 저녁 10시였고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놀고 새벽 한 시에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 다닐 때는 터벅터벅 쳇바퀴를 돌렸다. 새벽 여섯시 반에 일어나서 등교했다. 재미가 없으니 밥도 안 먹었고 수업 내내 엎드려서 잤다. 그때는 그렇게 잠이 쏟아졌다. 자도 자도 잠이 왔다. 과목 선생님이 나를 깨우면? 반항적인 눈빛으로 쳐다보고 다시 엎드려 잤다. 야자는 뺄 수 없어서 가끔씩 거짓말을 하고 빠지거나, 옆에서 애들이 공부하는 동안 책만 펴놓고 멍 때렸다. 1학년 야자 시간에는 십자수도 했다. 야자가 끝나는 저녁 10시에 집으로 돌아왔고, 논술 수업이 있을 때면 새벽 한 시에 집에 돌아왔다.

    살기 위해 뛰쳐나왔다. 학교에 더 있다가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것 같았다. 중학교 때까지 나는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영어가 좋아서 외고에 진학했는데 영어만 잘하면 되는 곳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가니 나 같은 애들이 모여 있었다. 세 문제를 틀리면 중간 등수를 받았다. 점점 생각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우울감을 느끼면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출을 반복했고 점점 더 병들어 갔다. 가족들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18살 가을, 나는 휴대전화마저 꺼버리고 완전히 잠적했다.

    실로 몇 년만에 해방감과 속시원함을 느꼈다. 돈이 없어서 빵집 마감 시간에 떨이로 내놓은 2, 3000원 짜리 빵도 못 사고, 묵을 곳이 없으면 사람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아침을 맞이했다. 한편으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드디어 얻은 자유를 불쏘시개 삼아 막막함과 두려움을 마음 속으로 태우며 견뎌 냈다. 당시 고깃집에서 저녁 알바로 오후 다섯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근무했는데, 힘든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일했다. 월급을 받아서 옷을 사고, 먹고 싶은 걸 먹었다. 죽도록 외롭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내 삶을 살고 있다는 든든한(?) 기분 덕분에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고 견딜 수 있었다.

    보통 남자들은 살아가면서 힘든 상황을 만나면, 군대 시절을 생각하면서 버티곤 한다. 이는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힘든 시간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나는 그 힘들다는 군대 시절을, 18세 가을에 아무 계획 없이 맨몸으로 집을 나선 이후 혼자서 직면해야 했던 온갖 어려움을 견디고 또 견뎠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버텨냈다. 예컨대, 나는 군대 훈련소에서 가장 힘든 유격체조를 하면서도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학교를 때려치우고 잠적했을 때도 충분히 버텼는데 이까짓(?) 유격 체조 쯤이야!"

    지금도 나는 14년 전 내가 자랑스럽다. 냉정하게 따진다면 사실상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어린 나이에, 내 생각과 감정에 충실하고자 결단력 있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을 나서지 않았는가. 그리고 막막하고, 외롭고, 겁이 나는 그 모든 순간을 담담하게 버텨내지 않았던가. 안전하지만 지루하고 답답하기까지 한 회전목마에서 내려와 위험하지만 신나고 자유로운 롤러코스터를 올라탔던 내가, 현재 내 삶을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가려는 나를 만들었다.


    <첨삭 지도를 하면서 느낀 점>

    글쓴이: 이재원(2022)

    첫눈에 가능성을 알아 봤다. 일단, H선생님은 문장이 좋(았)다. 문장이 짧은 편이고 미사여구가 거의 없지만, 표현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담담하지만 심심하진 않았다.) 상식과 다르게, (실용적인 글에서) 표현력은 화려한 수사법에서 나오지 않는다. 독자가 이해하기에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하지만 담백하게 쓰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강점: 솔직함. 화려하게 수사법을 구사하지 않았지만, 내용이 솔직하다 보니 정서적 깊이감이 충분히 느껴진다. 너무나도 외롭고 힘들었을 법한 이야기를 쓰는데도, 18세 시절을 통과하던 아이도, 30대 중반이 된 현재 필자도, 전혀 징징대지 않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 심정이 훠얼씬 더 명징하게 전달된다.


    일반적으로는, 글을 쓸 때 ‘A-B-C-D-E’ 이렇게 써야 독자가 글 내용을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개 ‘A-A-A-D-D’ 이렇게 쓴다: 생각 나는대로 쓰기 때문에 분량은 넘치지만, 구성상 구멍이 생기는 스타일. 그런데 H선생님은 ‘A-C-E’ 이렇게 쓰신다: 글 분량도 적고 논리적 구멍도 생기는 스타일.

    보통은 불필요한 분량을 빼도록 지도하는데, H선생님은 (독자가 글을 이해할 때) 필요하리라 판단되는 분량을 충분히 채워 넣는 방향으로 첨삭지도 했다. 그랬더니 주제가 뚜렷하게 살아나면서 글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구성상 리듬을 이해하시고, 주제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어디에 힘을 줘야할지 스스로 깨우치셨다.

    사회복지사가 글쓰기 공부에 관심을 갖는 계기는 아마도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남들처럼) SNS에 일상을 재미있으면서도 조리있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 둘째, 기관에서 공식적인 문서를 작성할 때, 간결하면서도 뚜렷하게 생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대개는 이 두 가지 글을 쓰는 법을, 따로따로 배우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냥 글솜씨를 늘려야 한다. SNS 글쓰는 법 따로, 공식 문서 쓰는 법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SNS 글과 공식문서는 겉으로는 서로 많이 달라 보여도, 실제 글 유형 차이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간에 따라 사건을 기술하는 ‘서사’ 글이라면 조금 사적인 글이나 공식적인 글이나 전개 원리는 같다. 만약 글쓰는 사람이 ‘서사’라는 글 유형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SNS에 쓰는 이야기 전개 방식과 공식문서(예컨대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서로 완전히 동일하다는 말이다. (참고로, 대표적인 글 전개방식은 서사, 설명, 묘사, 논증)

    따라서 우리가 글을 잘 쓰려면, 일반적인 글 전개 방식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짧은 글부터(말하자면 한 두 단락부터) 많이 써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글감)부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충분히 생각해서 주제를 잡고, 글로 조리있게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인 리듬과 구성에 관해서 1:1로 개별 코칭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강점을 발견하고 약점을 수정해야 한다.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렇다. 나는 확신한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노력. 왕도는 없다.

    세상 모든 공부처럼, 글쓰기 공부도 정직하다. (문학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글을 제외하면) 본인이 딱 노력한 만큼 발전하니까. 적어도 내 자신의 경험은 그렇다. 학생을 가르쳐 보니 더욱 그렇다.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무척 많지만, 실제로 잘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까 노력해야 한다. 꾸준히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1기 수업 후기: 한보리 DTV 코리아 대표>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수업 후기

    한보리(DTV 코리아 대표 / 비영리섹터 모금 기획, 전략, 광고 PD) 제목 그대로 정말 실용적인 수업이었다. 즉,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가?'라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문장

    empowering.tistory.com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내가 가르친 뛰어난 사회사업가께서 들려 주신 이야기: "제가 돕는 청소년이 너무 기특한 행동을 하기에, 저나 제 동료들이나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되었어요. '우와~ 너 어떻게 이렇게 한

    empowering.tistory.com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