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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밟기, 그리고 엄마와 나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0. 11. 19:32728x90반응형
국민학교 시절, 나는 줄넘기를 좋아했다. 숨바꼭질도, 땅따먹기도, 공기놀이도, 오징어 놀이도 좋아했다. 학교가 끝나면 동네 친구들과 온갖 놀이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헌데, 이렇게 해질녘까지 신나게 놀고 있노라면, 어딘가에서 ‘개똥아, 밥 먹자~’, ‘말똥아, 밥 먹어라~’ 이런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각자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였다. 이 소리가 날 때마다 한 명, 두명씩 불려가고 난 시간. 몇 시인지는 모르지만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주위는 깜깜했다.
나는 그림자밟기놀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신나고 행복했다. 함께 놀던 시간이 아쉬워서 다시 나온 친구들과 편을 먹고 재미있게 그림자밟기를 했다. 게임이 몇 차례 돌아가고 또 다시 각자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아이들이 한 두 명씩 사라지고 다시 혼자가 되어있을 때가 되면 내 이름을 부르는 엄마도 오셨다.
엄마 손 잡고 집에 가는 길에 오늘 했던 놀이 이야기, 내가 이기고 졌던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밥은 먹었니?' 하며 물으셨다. 나는 '배 안 고파' 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공기놀이를 몆 년했는지 고무줄 놀이는 어디까지 올라갔는지 설명하기 바빴다.
우리 엄마는 1945년생, ‘해방둥이’로 부모없이 6.25전쟁을 겪으신 후, 친척 소개로 들어가게 된 동네 교수님 집에서 그 집 아기를 업어 키우며 사셨다고 한다. 순진한 엄마는 18세에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거기서 만난 고모가 '시골에 놀러가자'며 꼬셔서 데려 갔던 곳에서 아빠를 만나셨다. 당시 아빠는 노총각에 아무 재산도 없이 착하기만 한 9남매 막내셨는데, 두 분은 그날 물 한 잔 놓고 절 하고 첫날밤을 치루셨단다. 그후 아빠는 내가 첫돌이 되기 전에 3남 1녀를 두고 돌아가셨다.
엄마는 성일통상(현 삼립식품)에서 빵을 만드시는 일을 하셨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 뿐이이셨던 엄마는 12시간, 24시간, 때론 36시간씩 고되게 일하셔야 했다. 어두컴컴한 동네 골목에서 내 이름을 부르시고, 밥은 먹었냐고 물으셨던 그날, 엄마는 24시간 근무 후 퇴근하시던 길이었다. 날 바라보며 웃어주시는 엄마 얼굴 뒤로 피곤함이 역력하게 느껴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시절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신나게 최선을 다해서 놀았다. 하지만 엄마의 피곤한 얼굴을 확실히 느낀 그날부터 나는 더 이상 밤늦게까지 그림자밟기 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 어린 마음에도 엄마를 걱정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빨리 철이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죽을만큼 외롭고 힘든 시간을 혼자 이겨낸 엄마도, 사실상 엄마없이 혼자 큰 나도 너무나 대견하다.
_ 글쓴 사람: (안산시)상록구노인복지관 부설 상록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센터장 이성희 사회사업가
_ 첨삭 지도: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사회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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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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