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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멍하는 기쁨: 나는 고요한 세상에서 헤엄친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1. 9. 07:32728x90반응형
제목: 물멍하는 기쁨: 나는 고요한 세상에서 헤엄친다
글쓴이: A 사회사업가(2022)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2)
물(물고기)을 멍하니 바라보는 행동을 ‘물멍’이라고 부른다. 불을 보고 멍 때리는 ‘불멍’과 같은 맥락이다. 또 ‘물생활’이란 물고기(관상어)를 키우는 삶을 일컫는다. 나는 17살부터 물생활을 했고 물멍도 그때부터 했다. 어렸을 때 꿈이 수의사였고 햄스터, 강아지, 앵무새 등 많은 동물을 키웠다. 물고기도 어렸을 때부터 키웠는데(부모님이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중학생이 되면서 어항을 없앴다. 그러다가 17살에 무심코 베타(동남아시아산 관상어) 한 마리를 사 왔고 지금까지 물생활이 이어졌다. 물고기를 가만히 보고 있는 행위를 가리키는 나름 전문 용어인 ‘물멍’은 관상어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다.
나는 평상시에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먼저 각 어항에 달린 조명을 모두 켠다. 그렇게 조금 환해졌을 때 어항 바닥이 더럽거나 이끼가 껴 있으면 청소를 하고 물을 뺀다. 그 다음 다시 물을 채워주고 한 마리, 한 마리 무얼 하고 있는지 구경하다가 꼬리가 상했거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면 약을 뿌려준다. 관상어는 대부분 수질이 안 좋으면 병이 생긴다. 기생충, 곰팡이, 꼬리녹음 등 다양한 병이 있고 내부 기생충 약, 외부 기생충 약, 비타민 등 증상에 맞는 약을 뿌려준다(때로는 먹이에 녹여서 먹이기도 한다). 더 이상 불편한 모습이 눈에 띄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물멍을 시작한다.
물결에 살랑살랑 움직이는 꼬리는 마치 바람결에 잔잔히 날리는 실크 스카프 같다. 조용한 방 안에 뽀글뽀글 물방울 올라오는 기분 좋은 소리가 채워진다. 방불을 끄고 물고기만 비추는 조명에 의지해 어항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고요한 물속에서 잠영하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 느낌이 참 좋다. 심장이 차분하게 뛰면서 생각도 정리된다. 누워서 어항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을 자기도 한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물고기가 되어 고요한 세상에서 잔잔히 헤엄을 친다.
<첨삭 지도를 하면서 느낀 점>
글쓴이: 이재원(2022) 2022)
A 선생님은 캐릭터로 보나 글로 보나 매우 상반된 면을 동시에 가지고 계신 분이다. 보통 글 스타일로 사람들을 나누면, (1) 적극적으로(때론 과하게) 표현하는 분들이 계시고, (2)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적게 표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런 분류법에 따르면 이분은 (일단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표현하시는 분이다. 표현이 적고 묵직하다. 그래서 생길 수 있는 글쓰기 증상. 독자가 특정한 글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A-B-C-D-E, 이런 식으로 모든 면을 소개하고 다뤄야 하는데, 이분은 A-C-E, 이 정도로 쓰시니 논리적인 구멍이 생긴다.
처음에 A 선생님께서는 '직장에서 지속적으로 글을 못 쓴다는 지적을 받아요' 라고 말씀하셨다. 글쎄... 지금 발전된 모습을 보면? 최소한 A 선생님은 글을 못 쓰시는 분이 아니다. (내 명예를 걸고 확언할 수 있다.) 나는 A 선생님께서 처음 쓰신 원고를 세세하게 첨삭하는 과정을 통해서, 글이 마치 눈밭 위에 꽃이 피어 나듯, 완전히 다른 글로 발전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A 선생님께서 원래 보유하신 '글빨(!)'을 확인했다. 다만, 원래 본인 스타일대로 쓰시면, 너무 적게 쓰셔서 내용상 구멍이 생기기 때문에 (매우 안타깝게도) 글을 못 쓰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함께 글쓰기를 공부하면서 마음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다 보니, A 선생님은 매우 적극적인 표현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 과묵하고 표현이 적다고 느껴질 뿐, 마음 속에는 뜨거운 불덩어리와 자신만의 세게를 단단하게 구축해 온 자아가 자리잡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니, 글쓰기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연마하시면 마음 속 불덩어리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귀중한 에너지로 삼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세계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사이에 교집합을 만들고 넓히는 노력이 바로 글쓰기이니.
다만, 내면 깊숙히 넘실대고 있는 천연 지하 암반수를 길어 올린 후, 적절한 성분으로 정제해서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드시려면, A 선생님께서는 더욱 친절하게 글을 쓰셔야 한다. 원래 필요보다 적게 쓰시는 본인 스타일을 늘 염두에 두시고, 독자가 편하게 이해하려면 어떤 내용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하셔야 한다. 이런 친절한 태도만 글에 확실히 장착하신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글로써 원활하게 소통하실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A 선생님은 아직도 엄청나게 발전해 나가실 가능성이 많은 분이라고 믿는다.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2기 교육생께서 쓰신 글(예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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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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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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