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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공짜가 어딨나?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1. 1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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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글쓰기 강좌에서는 1. 다작, 2. 다독, 3. 다상량만 강조해요. 많이 쓰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라. 그런데, 많이 쓴다고 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 경력이 많아도, 경험이 많아도, 심지어 많이 쓴다고 해도, 글쓰기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봅니다. (SNS에 널려 있는 사례) 필사든, 암기든, 좋은 글을 자꾸 접해서 체화하는 방법도 필요하겠지만, 일단 국어 공부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에는 본인 글을 자꾸 되새김질 하면서 (선생에게) 직접 지도 받고 수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이런 면에서 선생님은 저하고 생각이 너무 같습니다."

    이상은 유영덕 선배님과 나눈 필담 중 일부다. 대화창에 쓰신 내용을 갈무리해서 한 덩어리로 만든 후에 여러 번 고쳐 읽고 있는데, 많이 놀랍다. 내 생각과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다. '글쓰기 학습'에 대해서 나 보고 글을 쓰라고 해도, 선배님 말씀과 거의 똑같은 논리와 내용으로 채울 것 같을 정도다.

    선배님 말씀을 감탄하면서 읽어보다가, 두 가지 핵심을 뽑아서 내 경험을 반추해 보았다:

    1. 글을 잘 쓰려면, 국어 공부가 필요하다.

    나는 학부 시절부터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끔찍하게 좋아했고,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것 같았고, 재주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머릿 속엔 늘 생각이 많았고, 마음 속엔 억눌린 감정도 많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책 한 권. "우리글 바로쓰기." 초등학교 교사이자, 아동문학가로서 평생을 고운 우리말 사용법 교육에 바치신 이오덕 선생님께서 평생 쌓아 오신 생각을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펼쳐 쓰신 역작이다. 이 책은 참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냥 작문 책도 아니고, 국어 문법책도 아니다. 그런데 작문 책이면서 국어 문법책이기도 하다. 굳이 정의하자면, '고운 우리말을 살려 쓰는 방법'을 정리해 놓은 책이기도 하고, '우리말이 외국어(영어, 일본어)에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 절절하게 설득하는 책'이기도 하다.

    20대 시절,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책 내용에 따르면, 평소에 내가 쓰는 말 대부분이 외국어에 끔찍할 정도로 철저하게 오염된 말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 우리말 공부를 새롭게 시작했다. 어떻게 써야 우리말스럽게 쓸 수 있을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배우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물론, 말이란, 사회적 산물이기에 기존에 사람들이 너무나도 널리 사용하고 있는 말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최소한 무엇이 고운 우리말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고, 가급적 피할 수 있는 지식과 요령을 익힐 순 있다.

    2. 글을 잘 쓰려면, 성실한 자기 연습과 더불어 첨삭 지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살아 있는 선생에게 글쓰기를 배우지는 않았다. 첨삭지도를 받아 본 적도 없다. 대신, '책'을 스승 삼아 스스로 배웠다. 여러 좋은 책에서 바르게 글을 쓰는 원칙과 기준을 익히고, 이에 근거해서 단어, 문장, 짧은 글을 쓰면서 끝없이 비판적으로 재검토하는 훈련을 스스로 수행했다. (도움을 받은 책: "우리글 바로쓰기(이오덕 저)",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한효석 저)", "문장력 향상의 길잡이(서정수 저)",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김대중 저)."

    이중에서도, (모든 내용이 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한양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이신 서정수 교수께서 쓰신 '문장력 향상의 길잡이'라는 책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글쓰기 기본으로 '단락쓰기'를 강조하는 책이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곱고 바른 문장 쓰기쯤으로 생각하는데,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글이란 여러 문장이 의미있게 모인 덩어리이다. 따라서 문장과 문장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가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글을 마음에 품은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도구라고 본다면, 단락쓰기는 이 도구를 능숙하게 쓰기 위한 필수 개념이다.

    내가 글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단락쓰기' 개념을 강조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락쓰기를 제대로 배워야만,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 단락(생각)과 단락(생각) 사이에 놓인 '상호적인 관계'와 생각을 이어가는 흐름 및 리듬감을 익힐 수 있다. 독자와 글로써 소통하려고 할 때, 무엇을 먼저 제시하고 무엇을 나중에 제시해야 할지, 생각 덩어리를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고 전개해야 할지를 알아야만 그 어떤 글을 쓰든지 호소력 있고 설득력있게 쓸 수 있다. 아무런 질서나 체계 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아무 이야기나 쓰다가 결국엔 블랙홀에 빠져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썼는지 알아 먹지 모를 글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떠다니고 있는가!

    글쓰기 기술을 제대로 배우려면, 기본적으로 성실함이 필수적이지만, 결국은 1::1로 세심하게 첨삭 지도를 받아야 한다. 무엇이 잘못 되어 있고, 무엇이 잘 되어 있는지 스스로 구분할 수 있도록 배워야 한다. 약점과 안 좋은 습관을 계속 지적받아서 떨쳐내야 하고, 더 잘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대단히 구체적으로 지도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진 후에는, 써도 써도 계속 쓸 이야기가 나올 법한 매력적인 글감을 찾아서, 엄청나게 많이 글을 쓰는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이겨내야, 어떤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면 글쓰기가 어느 정도 편해진다. 내 머릿 속에 정보나 생각이 있다면, 주저 하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 글을 읽고 계신 그대여, 혹시... 글쓰기가 이렇게나 배우기 어려운 기술인지는 몰랐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냥 SNS에 쓰는 짧은 글이나, 직장에서 쓰는 보고서 정도를 잘 쓰고 싶은 건데, 뭘 그리 정색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운가? 오랜 전통대로, 다독, 다작, 다상량만 해도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것 같은가? 국어 공부, 성실한 연습, 정확하게 지적받는 1:1 첨삭지도 없이도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증명해 보시라.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글쓰기를 포함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의미 있는 고급 기술은, 그렇게 쉽고 편하게는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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