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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를 뽑히는 기쁨을 마침내 누리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1. 1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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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피를 뽑히는 기쁨을 마침내 누리다

     

    글쓴이: 전수정 의료사회복지사(2022)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2)

     

    '톡톡', '따끔', '쭈욱~' 내 몸에서 빨간 피가 빠져나가고 있다. 10ml, 20ml, 30ml... 심장이 두근거려서 눈길을 뗄 수가 없다. 그리고 어느새 눈금이 320ml에 도달했다.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이 느낌!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 '우왕~ 나도 헌혈했다~!‘ 마흔 일곱 나이 첫 헌혈이 뭐가 큰 자랑이냐고 한다면 내겐 이유가 있다. 

     

    헌혈은 봉사정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무조건 체중이 45kg 이상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난 그 기준선에 못미쳐 늘 헌혈에 실패했다. 35세까지는 기준 체중 미달로 아예 헌혈할 엄두를 못 내었고, 그 이후부터는 최소 기준 체중을 넘겨서 헌혈버스에 올랐으나 역시 체중 미달에 해당되어 번번히 눈물을 머금고 내려야만 했다. 어릴 때부터 말랐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헌혈까지 못하게 되니 ‘내가 약골은 약골인갑다’ 하며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수시로 헌혈을 해서 햄버거 쿠폰이나 영화 쿠폰을 받아오는데, 나는 말랐다는 사실 말고는 딱히 아픈 곳도 없고, 아이도 둘씩이나 그것도 자연분만으로 낳았는데, 왜 헌혈은 안 되는 걸까?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긴 나는 끝없이 헌혈버스에 올라탔지만 매번 그냥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이번 생에서는 헌혈을 할 수 없나봐’ 라고 생각하며 완전히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정기적으로 오는 헌혈 버스에 당당하게 오르는 사람들을 너무나도 부러워하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는데, 옆에 서 있는 동료 직원이 불쑥 말한다. “선생님도 한 번 해 보세요.” “내가 갈 때마다 못하고 나왔는데, 이번에도 그럴까봐 못하겠어“라고 답하니 ‘그래도 한번 가보세요” 라는 권유에 ’밑져봐야 본전이지‘ 하면서 완전히 마음을 비운 채로 헌헐 버스에 올랐다. 

     

    “얏호!” 나도 모르게 환호를 내질렀다. 평소 차분하고 점잖은 내 모습만 봐온 직장 동료들, 깜짝 놀라서 전부 나를 쳐다봤다. 아...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나도 이제 헌혈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사회적인 민망함을 넉넉히 이겨 버렸다. 나는 의기양양한 태도로 헌혈 버스 간호사 선생님에게 내 팔을 맡겼다. 그렇게 뽑아낸, (검사용이 아닌) 헌혈용 피, 320ml!

     

    어쩌면 그냥 피를 뽑는 일에 불과한 헌혈에 왜 그렇게 기뻐했을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탬이 되었다는 뿌듯함. 둘째, 헌혈은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는 증명서이므로, ‘나는 약하다’, 는 오래된 부정적 자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마지막으로, 조금 이상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일을 마침내 하게 되었다는 묘한 기쁨(?),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상황과 아예 못하는 상황은 ‘전혀’ 다르니까. 흥, 이젠 나도 헌혈하는 사람이라구. 이날 나는 뿌듯함, 해방감, 기쁨이 뒤섞인 감정을 만끽하면서 헌혈한 나 자신을 조용히 남몰래 토닥여 주었다.


    <첨삭 지도를 하면서 느낀 점> 

     

    글쓴이: 이재원(2022) 

     

    내가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전수정 선생님은 '그냥 반듯한' 분이셨다. 원가족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장녀로 성장하셨고, 학업을 마치고 사회사업가가 되신 이후에는 클라이언트를 돕기 위해서 헌신하는 길을 장기간, 꾸준히 걸어 오셨다. 끝내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대학 시절 어떻게 생활하셨는지에 관한 글을 받아 보니, 보통 사람들이 젊은 시절 가끔씩은 치기로 넘을 수 있는 선마저도 거의 넘지 않으신 것 같았다. (개인으로 보나, 사회사업 선배로서 보나 존경스러운 분이시다.) 

     

    그런데 전수정 선생님께서 쓰신 글도 내용이 너무 반듯해서,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고 재미가 없었다. 생활 글이란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을 기록하는 글이지만, 지나치게 일상적이거나 너무 뻔한 이야기를 쓰면 재미가 없다. 내가 아닌 남이 읽을 때는, 글쓴이가 독자에게 '이 글을 읽어야 할 명분'을 줘야만 한다. 오해 마시라. 거창한 요소가 필요하단 말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언제나 일어나는 일에서도 뭔가 재미있는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해 드렸다: 첫째, 글을 쓰실 때만이라도 자꾸 '선을 넘으려고' 애쓰시면 좋겠다. 어떤 일을 겪으셨을 때 느끼셨을 (남에게는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는) 마음 속 갈등, 시기심이나 질투심, 혹은 복수심 같은 부끄러운 마음을 글에는 솔직하게 드러내시라는 뜻이다. 되도록 자극적으로. 왜냐? 전수정 선생님께선 워낙 반듯하신 분이니, 이렇게 '비뚫어질테다' 마음을 드러내셔도 어차피 인격을 통과하며 정제될 테니 말이다. 

     

    둘째, 반복되는 표현을 과감하게 줄이시라. 전수정 선생님 글은 불필요한 내용을 과도하게 많이 적는 스타일이었다. 이는 마음 속에 이런 저런 생각이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내가 아는 바와 생각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전수정 선생님께서는 글감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시지만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글감에 대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으셨고, 결과적으로는 뭔가 많이 쓰시지만 읽는 사람 관점에선 불필요한 장애물이 너무 많이 보였다. 

     

    전수정 선생님께서 가지고 계신 장점은, 머리가 좋으시다는 점. 보통은 학생이 머리가 좋아도 선생이 하는 말을 실시간으로 알아듣기는 어렵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이 부족한 선생이 드리는 말씀을 서서히 이해해 가고 계신 듯 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 있는 기술 중에서 단번에, 배울 수 있는 기술은 없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하기도 어렵지만, 이해한 개념을 구현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익숙해지고 계시니 선생님께서 쓰실 글을 기대해 봐야겠다.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2기 교육생께서 쓰신 글(예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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