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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두와 글쓰기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1. 2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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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왕만두'를 싫어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크다. 왕만두를 먹으려면, 앞접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커다란 왕만두를 앞접시에 담은 후에, 굳이 젓가락으로 만두를 지지한 상태에서 숟가락으로 잘라서 먹어야 한다. 그 와중에 만두피가 얇기라도 하면 앞접시 안에서 찢어져서 너덜너덜해질 수도 있다. 이리저리 흩어진 만두소 잔해물(?)을 숟가락으로 몇 번이고 긁어 모아서 떠 먹어야 한다. 만두 하나 먹으려고 했을 뿐인데, 손이 너무 많이 간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만두는 젓가락으로 한 번에 탁, 집어서 입 안에 쏘옥, 들어가야 제맛이다. 아무리 커도 절반으로 잘라서 먹으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군만두도, 물만두도, 떡국에 들어가는 만두도 모두 마찬가지. 

     

    문득, 군대에 있던 동안 즐겨 먹던 만두가 생각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등병 시절, 나를 끼고 온갖 절차와 예절(?)을 가르쳤던 일병 고참를 따라서 PX(매점)를 처음 따라갔다. 고참은 PX에 설치된 커다란 냉장고에서 냉동 만두를 골랐다. 그리고 비닐로 되어 있는 포장지에 작은 구멍을 뚫고서 전자렌지에 돌렸다. 1분 30초 정도 돌린 냉동 만두는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고참은 그걸 조심스럽게 들고 우리 소대 내무반으로 돌아갔다. '이걸 어떻게 먹으려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궁금해 하던 내 앞에서 고참들은 전자렌지에 돌린 만두를 간장도 없이 젓가락으로 마구 집어 먹었다. 젓가락 사용이 귀찮다며 손으로 집어 먹는 고참도 있었다(아마도 병장).

     

    사회에 있을 때는 냉동 만두? 풋, 공짜로 준다고 해도 거의 먹지 않았는데... 아무런 간도 하지 않고 이렇게 맛있게, 하나도 남김없이 신나게 먹을 수 있다니... 이런 생각을 하던 나도, 군 생활 6개월 만에 절실하게 깨달았다. 늘 졸립고 늘 배고픈 군인에게는, 전자렌지에 아무렇게나 돌린 냉동 만두가 간장 따위 없어도 너무너무 훌륭한 간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런데, 무척 뜨거울 수 있고 그리하여 잘못하면 손을 데일 수도 있었는데도 손가락으로 만두를 집어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만두가 조금 뜨겁긴 해도, 들고 있으면 금방 식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기가 적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입에 하나씩, 대단히 간편하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만두를 적당한 크기로 만들었다, 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 질문은 사람 입을 생각해야 쉽게 풀린다. 만두피 안에 만두소를 얼마나 넣을지는 입 크기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내가 왕만두를 싫어하는 이유는, 사람 입 크기에 비해서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 생활 시절 고참들과 함께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던 냉동만두가 나름대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한 입에 쏙!'이라는 원칙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만두소에 들어가는 재료가 맛이 있어도, 만두 크기가 지나치게 거대하면 불편해진다. 반대로 공장에서 대량생산으로 만든 냉동만두라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면 충분히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 

     

    이제 지금까지 언급한 만두 이야기를 글쓰기에 비유해 본다. 우선, 만두 크기를 결정짓는 입을 독자의 인내심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만두 크기는 글 분량/길이라고 생각하고, 만두에 들어가는 만두소를 글감이라고 생각해 보라. 만두소가 아무리 맛있는 고기나 김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글감이 아무리 흥미롭고 의미가 있다고 해도), 만두 크기가 너무 거대하면(글 길이가 지나치게 길면), 입보다 커서 한 번에 먹기가 불편해진다(독자가 끝까지 읽기가 힘들어진다). 반대로, 만두소에 평범한 재료가 들어가도(평범한 글감이라도), 내용물이 조화롭고 만두 크기가 적당하면(글 구성을 잘 하고 길이가 적절하면), 한 입에 쏘옥! 들어간다(독자가 쉽게 이해한다). 

     

    공갈빵, 이라는 중국 과자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크고 맛있게도 보이지만, 막상 베어 물면 그 안에 아무 것도 없는, 빵 모양을 닮은 과자다. 공갈빵도 나름대로 맛은 있겠지만, 내용물이 빈약하다는 약점은 피할 수가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안에 담을 내용이 빈약하고, 생각이 일정 수준 이상 정리되어서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면, 공갈빵을 먹으면서 허무해지듯이, 독자는 쉽게 실망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언제 발생하는가? 별 생각이 없는데 의무적으로 빈 칸을 채워야 할 때 생긴다. 뭔가는 써야 하니까, 생각 나는 대로 별로 쓸모 없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쓰긴 하는데, 독자가 읽으면 지루하고 공허한 상황. 어디선가 많이 본 광경인가? 

     

    그렇다면, 어떤 글이 어느 정도 길이를 가져야 적절할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조금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머리가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독자가 어떤 글을 읽으면, 이 글이 너무 긴지, 너무 짧은지, 아니면 적당한 길이인지 '감'으로 알아챈다는 말이다. 마치 불협화음을 들으면, 우리 귀가 자동으로 작동해서 '어? 이건 듣기가 불편한데?' 라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과 동일하다. 그러므로 독자의 뇌를 믿고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많이 써서 자주 읽히면 독자가 알아서 판단해 준다. 독자가 하품을 하고 있으면 글이 지나치게 긴 셈이고, 독자가 입맛을 다시면서 아쉬워하면 짧은 셈이며, 독자 눈빛이 밝게 빛난다면 적절한 길이로 쓴 셈이다.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2기 교육생께서 쓰신 글(예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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