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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을 다시 음미하다: 제주도 '으뜸이네'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2. 11. 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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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추억을 다시 음미하다: 제주도 ‘으뜸이네’

     

    글쓴이: H 사회사업가(2022)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2)

     

    2021년 말, 프리랜서로 일하던 나는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상근직으로 취업했다. 새해부터 새 직장에 출근해야 하는데 이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려서 차분하게 다잡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첫 출근 전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나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 여자친구와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오후 다섯 시, 공항에 도착하니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으악~! 어떡해! 어떡해!” 렌터카로 운전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하늘이 어두컴컴한데다 눈이 내리고, 앞 유리에는 서리가 끼고, 도로는 미끄럽고, 전기차 주행 가능 거리는 히터 때문에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서 핸들을 꼭 쥐고 있는 내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시속 20km를 유지하며 첫 번째 목적지인 ‘제주촌집’에 갔다. 운전을 해야 했기에 고기 2인분만 먹고 올레시장에 가서 회를 포장해서 숙소에서 술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2일차 아침, 제주동백수목원에 가서 동백꽃을 구경했다. 어제와는 다르게 하늘이 구름도 없이 맑고 깨끗했다. 수목원 구경을 마치고 ‘으뜸이네’ 식당에 도착했다. 12시 이전에 도착했는데도 무척 붐볐고 한 자리만 남아 있었다. 우리는 우럭튀김을 주문하고 음식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손님이 계속 찾아왔다. 하지만 주인장은 우럭튀김 재료가 소진되었다는 말을 반복했고 손님들은 12시에 재료가 떨어졌다는 사실에 놀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말하자면,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었던 셈이다! 운 좋게 턱걸이로 들어왔지, 좀만 더 지체했다면 이 맛있는 우럭튀김을 못 먹을 뻔했다(물론, 우럭튀김을 먹기 전에는 맛을 몰라서 별 생각 없이 돌아갔을 테다. 하지만 그 맛을 알고 있는 지금, 운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공기밥과 밑반찬이 나오고 곧이어 우럭튀김이 나왔다. 종업원분께서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주셨다. 뼈째로 그냥 씹어먹으면 됐다. 수산물과 친하지 않은 나는, 생선이란 자고로 살을 발라 먹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통째로 먹는 방식은 낯설었다. 앞에서 맛있게 먹는 여자친구를 보고 나도 속는 셈 치고 뼈와 살을 구분하지 않고 한 덩이 크게 입에 물었다. 바사삭. 정말 바삭했다. 튀김을 먹다 보면 튀김옷 조각이 우수수 떨어진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 조각들도 아쉬워서 손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었을 때 바삭거리는 그 느낌! 그런데 덩어리가 크다 보니 바삭거림도 배가 된다. 양파가 들어있는 달고 짭짜름한 빨간 소스를 밥에 비벼 바삭거리는 우럭튀김 한 조각을 얹어 먹을 때 비소로 그 맛이 완성된다. 소스를 밥이랑 비벼 먹으면 맛있는데 양이 푸짐해서 밥을 한 공기 더 먹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빈 공기밥이 쌓여있는 풍경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그렇게 배를 두들기며 만족스럽게 식당을 나왔다. 

     

    3박 4일간 이곳저곳 돌아 다녔던 여정을 돌아봤을 때, 역시 ‘으뜸이네’에서 먹었던 우럭튀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참 신기하게도, 우리가 맛있게 먹은 음식을 떠올리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왜 먹었는지 등, 그 음식을 먹은 상황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 상황(여행)과 연관된 추억이 필름처럼 스르륵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어렸을 적 먹던 맛’, ‘엄마가 해주시던 밥 맛’을 찾는 이유는 음식 맛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음식에 얹혀진 추억을 음미하고 싶어서 아닐까?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11월, ‘으뜸이네’ 우럭튀김을 떠올려 보니 2021년을 마무리하고 새해 다짐을 하기 위해 떠났던 제주도 여행이 마음속에 다시 그려진다. 그때 그 기분, 감성에 젖기도 하고 아련해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되뇌인다. “아 우럭튀김 먹고 싶다!”


    <첨삭 지도를 하면서 느낀 점> 

     

    글쓴이: 이재원(2022) 

     

    원래, H 선생님은 글을 숨기는 듯 쓰신다. 성격도 기본적으로는 마음을 숨긴 채 조용히 삭히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글은 H 선생님 평소 스타일과 상당히 다르게, 잔잔한 설레임을 넘어서 감탄이나 희열까지 느껴진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글을 리뷰하면서 확인해 보았다. 그랬더니, 역시~ 맛있는 음식에 대해서 글을 쓰면 기분이 무척 들뜨고 신난다고 말씀하신다. 아울러, 이참에 식도락 블로그를 열어 볼까 생각 중이시란다. 나는 두 손 뿐만 아니라 두 발까지 다 들어서 환영한다고 말씀 드렸다. 

     

    위 글이 좋은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필자가 여행에서 느낀 감성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글인데도 마치 동영상을 보는 듯, 우럭 튀김을 씹고 삼키는 장면을 무척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둘째, 내용 안배가 적절하다. 소재는 제주도 여행이지만 모든 여행 요소를 전부 다루지 않고, 초점인 음식, 그 중에서도 우럭 튀김에 집중해서 표현했다. 중요한 글감에 집중해서 끝까지 내달리는 기세가 맹렬해서 좋다. 셋째, 보편에서 특수, 다시 특수에서 보편으로 이어지는 논리가 부드럽다. 누구나 한 번쯤을 가 봤을 제주도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에서 시작해서 상당히 특수한 소재인 식당과 우럭튀김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보편적인 여행과 음식이라는 소재로 나온다.

     

    H 선생님은 글쓰기 재능을 원래부터 가지고 계셨는데, 1:1로 꼼꼼하게 지도를 받으시면서 더욱 급격하게 발전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다. 그런데 H 선생님은 선생인 내가 코칭해 드리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시면서도, 본인만의 스타일을 유지하시면서 코칭 내용 중에서 쳐낼 부분은 쳐내시는 주체성을 보이셨다. 나는 이 부분을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개성! 글은 개성이 있어야 한다. 기본기를 익힌 후에는, 남을 따라하지 말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자신감 있고 뚜렷하게 드러내야 한다.    


    <이재원의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2기 교육생께서 쓰신 글(예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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