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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걸음 #014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12. 07:12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14. _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위 문장을 이렇게 슬쩍 바꾸면 어떨까? _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주체적인'은 '삶'을 꾸미고, '주체적으로'는 '살아가다'를 꾸민다. 옷보다 사람이 중요하고, 표지보다 본문이 중요하듯이, 꾸미는 말보다 꾸밈을 받는 말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주체적인 삶'에서는 '삶'이 중요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다'에서는 '살아가다'가 중요하다. 한편, '삶'은 명사이고 '살아가다'는 동사다. 명사는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만 동사는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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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려면 '압축'부터 하자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11. 11:04
글을 쓰려면 '압축'부터 하자 AAAAAAbbCCC. 이 단어가 품은 정보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압축해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가 6번 반복되고, b가 두 번 반복되며, C가 세 번 반복되니, 이렇게 쓰면 된다. A6b2C3. 원 데이터에서 정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압축한다고 해서 이를 '무손실압축'이라고 칭한다. 실제로 컴퓨터 파일을 압축할 때 이런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한편, 글쓰기를 배우는 초심자는 무시로 다양한 상념에 잠긴다. 글을 잘 쓰려면 우선 문학적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거나, 무조건 마음 속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풍부하게 적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두려워하거나 뭔가 막 쓰려고 마음 먹는 사이에, 정말로 중요한 글쓰기 요소를 놓친다. 바로 '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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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 혹은 간지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10. 20:41
꼴값 혹은 간지 글쓴이: Y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고등학교 시절, 나는 노는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도록 오토바이를 타거나 음주 가무에 매진하느라 학교에 가면 하루 종일 쿨쿨 잤다. 부모님께서는 엄청나게 방황하는 아들을 지켜보시다 못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기학원에 등록해 주셨다. “Y야~ 솔직히, 너처럼 생겼으면 연예인 해야 돼.” 조금 민망하지만, 학창 시절엔 주변에서 이런 말 정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이 정도 생기면 연예인 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연기학원 문턱을 밟으면서, 막연하게 나도 김민종이나 손지창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연기학원에서 최하위 학생이었다. 있는 대로 가오만 잡고 실력은 하나도 없는 어중이 떠중이 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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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로 글을 쓰는 비법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10. 09:32
‘그러나’로 글을 쓰는 비법 ‘그러나’는 접속 부사다. 어떤 말과 다른 말을 이어준다. 단어를 이을 수도 있고, 단락을 이을 수도 있다. 조금 더 크게 보면, 생각 덩어리를 이을 수도 있겠다. ‘이어주긴 이어주는데 어떻게 이어주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는 어떻게 이어주는가? ’그러나‘ 앞에 나오는 말과 ’그러나‘ 뒤에 나오는 말은 서로 반대다. 그러나 ’앞에 나오는’ 말과 ‘뒤에 나오는’ 말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뒤에 나오는 말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앞말을 부정할 때 ‘그러나’를 사용하니까. 그래서 글을 쓰거나 읽을 때는 그러나 ‘뒤에 나오는’ 내용이 주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글을 쓰는 사람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그러나 뒤에 쓴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을 종합해서 잘 이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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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매도 해변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8. 15:58
관매도 해변 글쓴이: 이기국(서경노인복지관 관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2021년 여름, 우리 가족(나, 아내, 초등학생 아들과 딸)은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가려고 준비했다. 숙소와 배편까지 예약했지만, 뉴스를 보는데 갑자기 제주도에서 코로나가 발생했다고 한다. 숙소와 배편을 취소한 후 진도군에 속한 작은 섬에 가기로 했다. ‘그래, 관매도로 가자!’ 어렸을 때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라서 선택했다. (나는 진도에서 태어나 진도에서 자랐고 여전히 진도에서 산다.) 관매도는 전국 방방곡곡 경치 좋은 곳만 골라서 찾아다닌다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팀이 왔을 정도로 좋은 관광지다. 관매도를 가려면 진도항에서 2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우리는 바닷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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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를 위한, 자기-돌봄 일기 쓰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8. 15:49
사회복지사를 위한, 자기-돌봄 일기 쓰기 1. 일기는 나만 읽는 글이 아니다. 사람들은 착각하고 오해한다. 일기는 나만 읽는 글이라고. 아니다. 일기는 '남'이 읽으라고 쓴다. 남은 남인데, 조금 특수한 남이다. 바로 과거에 어떤 일을 겪은 나. 그날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어떤 감정을 느낀 나. 어쨌든 사람은 날마다 조금씩 바뀌기에, 과거에 일기를 쓴 나는 지금 그날 일기를 읽는 나와 엄연히 다르다. 2. 남이 읽으므로 쉽게 써야 한다. 역시, 독자를 상정하고 쓰면 글이 달라진다. 나만 아는 이야기지만 그도 알도록 쓰려고 애쓰게 된다. 남(미래에 일기를 읽을 나)이 이해하기 쉽게 배경 설명도 곁들이고, 이야기 흐름상 중요한 이야기를 생략하지 않는다. 어려운 문자나 멋있는 말은 가급적 피하고, 내 생각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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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씨, 고마워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7. 14:46
미영 씨 고마워요! 글쓴이: 백운현(사회복지법인 푸른초장 대표이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10년 전, 우리 교회 성도 지영 씨가 결혼했다. 결혼식은 어느 야외 마당에서 전통 형식으로 열렸다. 그런데 식장 한쪽에 우람하게 선 느티나무 뒤에 지영씨 동생이 서 있었다. 숨어서 결혼식을 엿보는 듯했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미영 씨였다. “미영 씨 맞지요? 반가워요.” 내가 가까이 다가서자 미영 씨는 뒤로 물러났다. 미영 씨는 명문대를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조현병에 걸린 후, 마음 문을 닫고 자기 세계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미영 씨 부모님에게 미영 씨 사연을 듣고 마음이 쓰여서 집으로 여러 번 찾아갔다. 그냥 돕고 싶었다. 하지만 미영 씨는 매번 외면하며 나를 만나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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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걸음 #013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7. 07:38
가혹한 벌을 줬다 수년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매우 다양한 문장을 만났고, 조금이라도 더 술술술 읽히도록 끝없이 고쳤다. 이제 그동안 쌓은 지도 사례를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사례로 배우는, 술술술 읽히는 문장 쓰기 #12. _ 가혹한 벌을 줬다. 위 문장을 이렇게 슬쩍 바꾸면 어떨까? _ 벌을 가혹하게 줬다. '가혹한'과 '가혹하게'는 뜻은 같지만 형태가 약간 다른 형제다. 둘 다 다른 말을 꾸며서, '가혹한'은 명사를 꾸미고, '가혹하게'는 동사를 꾸민다. 한편, 한국어는 명사보다는 동사(와 형용사)가 발달했다. 동사(와 형용사)를 다채롭게 쓰고, 그럴 듯하게 꾸며서 쓸수록 문장이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러워져서, 술술술 읽힌다. '가혹한'을 '가혹하게'로 바꾸고, 위치를 조금 바꿔서 '벌(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