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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평범한 날을 보내며 조금씩 크니까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27. 10:03
아이들은 평범한 날을 보내며 조금씩 크니까 글쓴이: 박현주 (인동지역아동센터 센터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 우리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중학교 1학년 아이 둘이 전화를 걸어 왔다. 학교를 마친 후에 버스를 타고 구미 시내로 교복을 맞추러 간단다. 그래서 오늘 센터에 늦게 올 수도 있단다. “그래 너희들끼리 잘 다녀와. 버스 잘 물어보고 타고, 구미역(구미 시내) 가는지 꼭 물어봐.” 잘못 타면 외곽지로 돌아가는 버스가 많아서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그리고 십오분쯤 지났을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선생님! 버스가 자꾸 시골로 가요." "구미역으로 가는 버스 맞대? 얘들아, 일단 벨을 누르고 내려."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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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무서운(?) 여행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27. 06:55
안 무서운(?) 여행 글쓴이: 백운현 (사회복지법인 푸른초장 대표이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중학교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친구들이 바쁘게 석굴암으로 불국사로 달려갈 때 나는 혼자 관광버스 안에서 오래오래 기다려야 했다. 첨성대와 무슨 연못을 돌아 볼 때는 혼자서 뒤쳐져서 친구들을 따라가느라 바빠서 정작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거의 안 난다. ‘다음에는 어디를 갈까? 누가 같이 옆에서 걸어 준다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루를 지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먼저 갈께! 천천히 와~’ 하고 먼저 가버린 친구들이 너무 서운했다. 나는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나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서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늘 여행이 무섭고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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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잠수했어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25. 07:06
아빠, 나 잠수했어요 글쓴이: 이기국(서경노인복지관 관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 딸은 물놀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깊은 물은 무서워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처럼 잠수하고 다이빙하면서까지 즐기지는 않는다. 아들은 5살 때 수영장에서 놀다가 튜브가 뒤집혀서 혼줄이 난 후로 아직도 겁을 내고, 딸은 원래 겁이 많다. 그나마 딸은 몸을 잡아주면 물장구라도 치지만, 아들은 가슴높이 수영장에도 부담을 느낀다. 물속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무섭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지면 수영장에 가자고 떼를 쓴다. 예전에 “아빠가 주식으로 돈 많이 벌면, 할머니 집 앞에 수영장 만들어 줄게.”라고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돈을 벌진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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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설계도가 중요하답니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21. 14:32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휘를 정확하게 구사하면 될까. 문장을 무조건 간결하게 쓰면 될까. 멋진 문학적 비유를 동원하면 될까. 뭔가 있어 보이는 문자를 인용하면 될까. 모두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모두 틀렸다. 정확한 어휘도, 간결한 문장도, 비유적 표현도, 있어 보이는 인용구도 부차적이다. 본질도 아니고, 기본도 아니라는 뜻이다. 글쓰기에서 본질은 주제고, 기본은 구조다. 주제는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글감(소재)에 대해서 진짜로 표현하고 싶은 핵심 생각이다. 예컨대, 어떤 워킹맘이 초등학교 졸업식을 맞이한 아들을 지켜보면서 글을 쓴다면, 충분히 잘 돌봐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과 그런데도 잘 자라 줘서 고맙고 듬직한 마음을 주제로 삼을 수 있겠다. 구조는 무엇인가. 주제를 드러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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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혼자 갈 수 있어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21. 07:01
엄마,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글쓴이: 민경재(안산시초지종합사회복지관 분관 둔배미복지센터 센터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아들 졸업식에 간다. 꽃다발을 한 아름 들고 A초등학교 교문을 지나 오른쪽에 있는 체육관 2층으로 향한다. U자형 계단을 올라 문 앞에 서니 학생들이 열과 줄을 맞춰 앉아 있고 그 뒤로 학부모석이 마련돼 있었다. 나는 아들을 보고 싶어서 학생석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현수막이 무대 위로 높이 걸렸다. 졸업식 시작을 기다리며 두리번거리다 무대에 시선이 멈춘다.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입학했던 날이 엊그제인데...” 너무나도 상투적인 말인데, 왠지 마음이 짠해져서 졸업식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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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777)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4. 3. 19. 16:28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777) (어린이집에서) 이혜진 선생님: "아버님, 며칠 안 봤다고 봄이가 내외하더라고요." 나: "아, 봄이가 저를 닮았나 봐요. 낯을 조금 가려요." 이혜진 선생님: "아, 그렇군요. 그래도 봄이가 좋아하는 노래 불러주면 또 다가와서 안기더라구요." 나: "맞아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더라고요." (할아버지 집에서) 봄이 고모: "봄아~ 안녕? 잘 지냈니?" 봄이: (아빠 바지를 붙잡고 말 없이 고개를 돌린다) "...." 봄이 고모: "봄이 고모가 낯설어서 그렇구나?" 봄이 엄마: "호호호...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져요." (미용실에서) 민 부원장님: "어머, 얘~ 너 너무 예쁘다. 만화 캐릭터 같이 생겼네?" 봄이: (엄마 바지를 붙잡고 말 없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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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부대 개구쟁이 대장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19. 15:38
알사탕 부대 개구쟁이 대장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동백슈퍼는 40년 전 (대전시) 선화동 골목에 있었다. 사실 슈퍼마켓이라기보다 동네 점빵이었다. 제대로 된 진열대는 벽 한편에 앵글로 설치한 3단 선반이 전부였고, 라면이나 과자 등을 상자만 뜯어 맨바닥에 쭉 늘어놓고 파는 작은 점빵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슈퍼집 아들은 쪼르르 달려와 점빵에 딸린 작은 다락방에 배를 깔고 누워 과자 한 봉지 풀어놓고 숙제했다. 엄마 몰래 알사탕 한 봉지 숨겨 학교에 가면 그날 하루는 동네 아이들 사이에서 대장이 되었다. 동네 아이들 모두 다람쥐마냥 두 볼 가득 알사탕을 물고 설탕물 반질반질한 입술로 슈퍼집 아들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저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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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조 짜기 10계명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19. 09:46
콜라병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위 그림을 보시라. 콜라병 두 개가 놓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왼쪽 콜라병이 조금 넉넉해 보인다. 배를 콜라로 두둑하게 채우고 싶거나, 마실 사람이 여럿이라면 왼쪽 콜라병이 좋겠다. 하지만 그냥 콜라를 조금 마시고 싶거나, 나 혼자 마실 거라면? 당연히, 오른쪽 콜라병이 좋겠다. 누구나, 이 상황을 보자마자 파악할 수 있다. 시각 정보니까. 곧바로 눈에 보이니까. 그렇다면 글이라면 어떨까? 왼쪽 콜라병처럼 조금 넉넉한 글과 오른쪽 콜라병처럼 날씬한 글이 있다면? 눈에 바로 보이는 콜라병처럼 금방 파악할 수는 없다. 내가 쓴 글을, 내가 표현하려는 생각과 감정을 낯설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한편, 우리는 콜라를 많이 마셔봐서 잘 안다. 갈증을 해소하려고 콜라를 마시지만,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