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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위해서 생각을 굴리는 방법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19. 13:34728x90반응형
말은 비교적 잘 하고 편안하게 느끼는데, 글은 왠지 어렵고 부담스럽다는 사람, 의외로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지만, 글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말은 라이브 방송이라서 실수할 수도 있지만 즉각 고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은 녹화 방송이라서 일단 제작이 완료되어 방송이 되고 나면 정정하거나 고치기가 어렵다. 상식적으로는 말과 글이 서로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말은 표현하면서 정리하는 반면, 글은 정리하고 나서 표현하기에 실제로는 서로 많이 다르다.
글을 쓰려면 먼저 반드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사람마다 워낙 개성이 다르고 글을 쓰기 위해서 생각하는 방식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기 위해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정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정리해서 보여주면 글쓰기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분들도 조금은 힌트를 얻지 않으실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감히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어떤 이가 사용하는 특수한 방법일 뿐이니 일반화하지 마시고 참고만 하시라.
1. 구체적인 경험에서 글감을 포획하는 방법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꺼내서 사진 앱을 열어 보시라. 아마도 사진이 수천 장은 족히 저장되어 있으리라. 그 사진을 쭉 둘러 보면서, 가장 재미있는 사진을 5장 고르시라. 그 다음에는 그 5장 중에서도, 남이 봐도 재미있다고 말할 만한 사진을 딱 3장만 고르시라. 마지막으로, 그 3장 중에서도,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1장만 고르시라. 자, 이 사진은 (1) 내가 재미를 느끼고, (2) 남이 본다고 해도 재미있으며, (3)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있다. 갑자기 박수를 치시라! 지금 그대는 아주 훌륭한 구체적인 글감 하나를 구하셨으니.
이제는 그대가 직접 경험한 그 이야기, 나도 재미있고, 남도 재미있는 그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쭉 써 보시라. 시간 순서대로 쓰라고 하니까, 온갖 자세한 배경 설명부터 떠올리고 계신가? 아니면 그때 경험한 이야기를 하나도 빼 먹지 않고 다 쓰려고 애쓰고 계신가? 둘 다 잘못된 방법이다. 배경 설명이 너무 길면 정작 본론에 힘을 줄 수가 없다. 배경 설명, 쓰시되 너무 길게는 쓰지 마시라. 경험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쓰지도 마시라. 그런다고 내가 경험한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다 쓰려 하지 마시고, 중요한 내용을 선택하시라.
이제는 단락을 바꾸어서 내가 경험한 그 재미있는 일, 남들이 들어도 재미를 느낄 만한 그 이야기에 대한 내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 보시라. 메모장을 여시고 첫째, 둘째, 셋째, 이렇게 번호를 붙여 가면서 간단하게 적어 보시라. 그 다음에는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문장으로 만들어서 열거해 보시라. 처음부터 아주 멋진 글이 탄생하진 않을 것이다. 글로 정리해 놓고 보니 조금 어색할 수도 있고, 문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쨌든 내 경험을 기초로 글 한 편을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2. 추상적인 생각으로 글감을 찾아내는 방법
사람은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다. 인생은 면면이 복잡다단하여 일관성 있게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데도, 사람은 가치를 추구하면서 나름대로 가치대로 살아가려고 애쓰고, 여기에서 벗어나게 되면 속상해 한다. 아무리 가벼워 보이는 사람도 심장을 벗겨 보면 어딘가에는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보이게 마련. 따라서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있다고 본다. 나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나는 지극히 타율적인 세상을 살아 왔지만, 그래서 타율적인 습성이 남아 있지만, 언제나 자율적인 세상을 꿈꾸었다. 이런 가치를 늘 생각한다.
열이 기름을 만나야 빛을 생산하듯이, 가치는 경험을 만나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경험과 만나지 않은 가치는 정처없이 떠다니는 부표와 같다. 그대가 살아가는 모든 장면을 CCTV로 찍는다고 가정해 보라. 그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마다 그대는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가치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행동을 한다. 평상시는 '내가 그렇게 행동했나?' 싶을 정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글을 쓰려면, 보이지 않게 마음 속에 자리한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경험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나는 건강한 육체 노동자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보일러공이셨고, 어머니는 청소노동자셨다. 그래서 나는 육체 노동자를 존경한다. 정직하게 자기 밥 벌이를 하는 이를 존경한다. 그래서 식당 같은 곳에 가더라도 일하시는 분들에게 깍듯하게 대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 식당 종업원 분께서 미소를 지으시거나 같이 인사라도 하시면, 내가 내 마음 속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아, 나는 육체 노동자를 존경하지. 아버지, 어머니처럼 존경하지.' 가치가 경험을 만나 빛을 발하는 순간, 이런 순간을 기억해 두었다가 글을 쓴다.
3. 눈알 사진기와 생각 굴리기
귀납법과 연역법을 생각해 보시라. 귀납법이 무엇인가? 구체적인 지식에서 출발해서 일반적인 지식으로 나아가는 생각법을 뜻한다. 연역법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지식에 근거해서 세부적인 사례를 생각해 보는 생각법을 뜻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나는 위에서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해서 생각하는 방법으로 귀납적인 생각법과 연역적인 생각법을 모두 설명한 셈이 된다. 구체적인 경험에서 글감을 포획하는 방법? 귀납법이다. 추상적인 생각으로 글감을 찾아내는 방법? 연역법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한 생각법은 귀납법과 연역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를 좀 더 쉬운 말로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눈알 사진기'와 '생각 굴리기.' 사진은 우리 눈이 바라보는 구체적인 대상을 찍은 결과물이다. 따라서 사진 그 자체보다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우리가 눈을 뜨고 생활하는 이상, 뭔가는 끝없이 보게 되는데 애정을 담아서 보면 글감이 보인다. 한편, 추상적인 가치에서 출발해도 얼마든지 글감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심장에 새긴 가치를 계속 생각하고 떠올리며 걸어다닌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구체적인 일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서로 연결지어 글을 지을 수 있다.
나는 평소에 머리 속에서 공을 여럿 굴리고 다닌다. 물론, 이 공은 구체적인 경험 혹은 추상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공이다. 늘상 공을 굴리고 다니면서 발전시키다가, 내용이 무르익었을 때 비로소 글로 옮겨 쓴다. 모든 세부 내용을 완전히 정한 후에 글을 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쓰기 전에, 핵심 생각(주제)은 반드시 뚜렷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는다. 애초에 머리에 그렸던 설계도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는 글이 나온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서, 공상을 즐기는 사람이므로, 생각을 굴리는 방법은 나에게 딱 맞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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