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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보다, 했었, 지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20. 07:21728x90반응형
저명한 문장 교열 전문가이자 작가이신 김정선 선생님 책에서 '적의것들'을 배웠다. 원고를 탈고할 때 최소한 '적의것들'만 빼고 고쳐도 글이 한결 좋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실천해 보았다. 정말 효과가 좋았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동료에게도 알리기 위해서 '적의것들'에 관한 생각을 짧은 글로 정리해서 발표했다.
헌데, '적의것들'에 관한 글이 인기가 많아서, 추가적으로 알면 좋은 후속편을 준비했다. '적의것들'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정도로 많이, 자주 잘못 사용하는 말을 모았다. 그리고 '서로-보다-했었-지다'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도 붙여 보았다(순전히 내가 독창적으로 붙인 이름이다). 즐겨 읽어 보시고, 즐겨 참조하시길 바란다.
사실, 위 사진 속 글자를 '지다'에서 '되어지다'로 바꾸어야 한다. '지다'만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되다'와 결합해서 '되어지다'라고 겹쳐 쓰면 문제가 생긴다. 왜 그러한가? 먼저, '되다'는 주로 자립어인 명사 뒤에 붙어서 '피동' 의미를 갖는 동사로 만들어 주는 접미사이다. 예컨대, 명사 '가결'에 접미사 '되다'를 붙이면 피동 의미를 가지는 동사 '가결되다'를 만들 수 있다. 한편, '지다'는 동사 뒤에 붙어서 '피동' 의미를 덧붙이는 보조동사이다. 따라서 '되어+지다' 표현은 '피동' 의미를 이중으로 나타내는 '이중 피동' 표현이 된다.
'되어지다'는 비문인가? 한국어 문법에 어긋나는가?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똑같은 의미를 가진 두 단어를 붙여서 쓰는 '역전앞'처럼, 우리말에서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 혹은 습관적으로 두 단어를 겹쳐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엄연히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말을 무조건 비문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을 계속 써도 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사랑한다' 이렇게 쓴다면 어떤가? 비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자연스럽다.
'되어지다'는 어떻게 생긴 말일까? 추정컨대, '수동태' 형태로 사용한 영어 동사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피동'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애초에 '수동태'는 자동사와 타동사 사이 구분이 매우 확실한 서구권 언어에서 발달한 언어 형식이다. 서구어에서는 주어가 동작을 행하느냐 혹은 당하느냐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서양 사람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나와 세계를 확실하게 구분짓고 난 후에 양자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언어적으로도 '능동태', '수동태' 개념이 발달했다.
반면에, 한국어에서는 '능동태', '수동태' 개념 자체가 서구어에 비해서는 희미하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애초에 세계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희미하다'라는 표현은 부당하다. 서구어를 표준으로 놓고 한국어를 열등한 언어로 대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어와 다르다고 해서, 서구어가 가진 특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서 '열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냥 서로 다를 뿐이다. 한국어에서는 굳이 피동형 표현을 겹쳐 쓰지 않아야 좀 더 자연스럽게 들릴 뿐이다. 일부러 부자연스럽게 쓸 이유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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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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