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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보다, 했었, 지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1. 17. 10:24728x90반응형
저명한 문장 교열 전문가이자 작가이신 김정선 선생님 책에서 '적의것들'을 배웠다. 원고를 탈고할 때 최소한 '적의것들'만 빼고 고쳐도 글이 한결 좋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실천해 보았다. 정말 효과가 좋았다. 그래서 사회복지사 동료에게도 알리기 위해서 '적의것들'에 관한 생각을 짧은 글로 정리해서 발표했다.
헌데, '적의것들'에 관한 글이 인기가 많아서, 추가적으로 알면 좋은 후속편을 준비했다. '적의것들'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정도로 많이, 자주 잘못 사용하는 말을 모았다. 그리고 '서로-보다-했었-지다'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도 붙여 보았다(순전히 내가 독창적으로 붙인 이름이다). 즐겨 읽어 보시고, 즐겨 참조하시길 바란다.
마침내! '했었'이 등장했다. 죽여도 죽여도 계속 살아나서 어디든지 쫓아 다니며 괴롭히는 좀비처럼, 지적하고 또 지적해도 다시 나타난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치자면, 이 '했었'보다 강력한 놈도 없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누가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했었'을 등에 업고 다닌다면 글솜씨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 평소에 드러내 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어떤 사람이 쓴 글에 이 녀석이 등장하면, 나는 그 사람 글쓰기 능력을 한참 낮춰 본다. 헌데, 매우 안타깝게도, 본인이 글깨나 쓴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 녀석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등에 업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뽀뽀하며 다니는 이마저도 존재한다. (심히 민망하다.)
내가 왜 이렇게 혐오감까지 드러내느냐? 적어도 글을 쓰는 지식인이라면, 이 녀석을 구분할 정도 지력과 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강력한 신념 때문이다. 이 정도를 알지 못한다면,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글을 쓰는지, X을 싸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적인 신호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국어를 어지럽히고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낯이 뜨겁다.)
부디, 오해하지 마시라. 적어도 이 글을 읽으신 그대는 이 말을 쓰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 수준으로 세게 이야기 했을 뿐이니까. 이 정도는 말씀드려야 '아이고야, 이젠 쓰지 말아야지' 생각하실 듯 하여 이 정도로 강력하게 말했을 뿐이니까.
본론으로 들어간다. 일단, (학교 문법에 의하면) 우리 말에는 시제가 딱 세 개 뿐이다: 과거-현재-미래. 이중에서 과거 의미를 나타내려면, 동사 뒤에 선어말어미 '었'을 붙인다. '었'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런데 왜들 '었'을 두 번씩 겹쳐서 쓸까? 끔찍스러운 '대과거' 용법 때문이다. '대과거'가 무엇인가? 기준 시점이 되는 과거보다 더 과거를 지칭한다. (시제가 12개에 달하는 영어에서는 시제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종종 이야기가 뒤죽박죽이 되어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동사 사이에 시간 순서를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 혹은, '좀 더 예전엔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라는 뜻을 지칭한다.
헌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 용법을 사용할 때, 아무런 원칙도 없다는 사실. 많은 사람이 위에 언급한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했었/었었'을 아무 때나 쓴다. 심지어는 이어진 두 문장에서 앞에서는 '었었'을 썼다가 뒤에서는 '었'을 쓸 때도 많다. 한 마디로, '했었다'는 국적불명, 중구난방 비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1) '과거'를 나타내려면 '었'을 겹쳐 쓰지 말고 한 번만 쓰라. '했었다' 라고 쓰지 말고 그냥 '했다'라고 쓰라. (2) 혹시, '과거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안 그런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싶다면, '그랬었다' 라고 간단하게 쓰지 말고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풀어서 쓰라. (간결하게 쓴다고 무조건 좋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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