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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바라보면, 다르게 살 수 있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2. 4. 07:34728x90반응형
“제가 책임감이 있다고요?” 내 말을 듣고 그는 깜짝 놀라는 듯했다. “부모님과 지겹도록 싸우다가 연을 끊었고, 부인에게 폭언하며, 함께 사는 여동생과 다투다가 밀기까지 했던 나쁜 오빠인데….”
“물론, 동생분을 민 행동은 나쁘죠.”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든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무조건 나쁘다. 하지만 행위와 별개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이유와 동기는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고아가 아닌데 고아처럼 컸단다. 부모님은 책임감이 없었다. 아버지는 여자를, 어머니는 남자를 만나러 나갔다. 텅 빈 집에서 여동생을 껴안고 스스로 커야만 했다.
다섯 살 무렵에 집 안에서 밤늦도록 켜져 있는 불을 다 끄고 다녔다. 실제로 그랬단다. 그리고 비 오는 날 거리에서 떨고 있는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 왔다가 엄청나게 혼났다고 한다. 강아지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나중에 애견인(?)이 되었단다.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른 각도에서 보니, 전혀 다르게 보였다. 책임감!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진 못했지만, 그는 무책임했던 부모님을 대신할 만큼 책임감이 있었다.
작은 단서를 모아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처럼, 우리는 그의 삶을 역추적했다. 다섯 살 유아가 왜 불을 끄고 다녔을까? 책임감 때문에. 비 오는 날 그는 무엇을 데려왔을까? 강아지가 아니라, 돌봄을 받지 못한 또 다른 자신을 데려왔다.
여동생은 왜 밀었을까? 여동생이 파산했을 때 빚을 청산해 준 오빠다. 여동생이 규칙적으로 생활해서 직장 생활을 잘 하도록, 굳이 신혼집으로 오게 한 오빠다. 건강하게 살길 바라면서 잔소리하다가 싸웠고, 몸싸움도 하게 됐다.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대단히 낯선 시선으로 자기를 돌아봤는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고 했다. 한편으론 고집 세고 폭력적인 오빠였지만,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지만, 분명 여동생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도 마음속에 들어 있었다.
이후 상담 과정은 생략한다. 자신을 다르게 바라보자 그는 눈부시게 바뀌어 과거를 논하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마지막 시간에 아내 손을 잡고 울면서 그가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 “다르게 바라보니, 다르게 살게 되었네요.”
가족을 족쇄처럼 느끼는 사람은 무조건 가족을 나쁘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나쁘기만 한 가족은 없다. 그리고 사람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걷는 존재다. 다르게 보기 시작하면 한없이 바뀔 수 있는 존재다.
(※위 사례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 각색한 내용입니다.)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장·임상사회사업가
<이투데이 기고문 링크>
[집필 후기]
이투데이 칼럼 기고문을 썼다. 머릿속으로 구상을 한 후 중간 정도까지 쓰고 보니 글자수가 800자에 육박했다. 나머지 절반을 쓰면 800자 정도가 찰 테니, 총 글자수는 1600자를 넘길 기세. 헌데, 신문사에서 제시한 기준은 1200자. 어떻게든 글을 줄여야 했다.
글쓰기를 잠시 중단하고 살을 빼기 시작했다. 군더더기를 생략해야 했다. 군더더기는 여러 유형이 존재하지만, 역시 관형사나 부사 같이 수식하는 품사를 삭제하는 방법이 제일 쉽다. 첫 문장부터 빠르게 생략해 나갔다. 가까스로 595자로 맞추었다. 절반은 성공!
이후 뒷부분을 쓰기 시작했다. 이젠 쓸 때부터 필터를 거쳐서 아예 뒷부분을 600자 이내로 써야했다. 권투 같이 체급을 맞춰야 해서 평체에서 감량을 해야 하는 선수 마음이 지금 내 마음 같을까? 살을 빼려면 수분을 빼야 하는데, 정말 고통스럽다고 한다. 으악~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고. 수식 어구를 들어내고도 모자라서, 이야기 크기도 줄여야 했다. 결국, 발목 정도를 잘라내고 나서야(표현이 생생하지만 조금 끔찍하군. 흐흐.) 1200자 기준을 맞추었다. 최종 글자수는 1198자. 야호~ 기준을 통과했다!
신문사에 글을 보내고 나 혼자 생각했다: '흠... 그래도 마감일에, 더구나 단 1시간 만에 글자수를 딱 맞춰서 써냈으니, 이 정도면 훌륭한데?' 마감일이었지만 오래 구상해서 쫓기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써낼 수 있다고 자신했으니까. 그리고 스스로 증명했으니까.
평소 내가 쓰는 글보다 훨씬 날씬한(?) 글이 나왔다. 프로페셔널 권투선수가 경기일에 맞춰서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 붙여서 살을 빼는 경험과 같았으므로 당연하다. 꾸미지 않았으니, 꾸밀 수 없었으니, 내용으로만 승부했다. 문체는 건조하지만 내용은 무척 뜨겁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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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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