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버 아내와 함께 연 하우스 콘서트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2. 23. 07:18728x90반응형
제목: 유튜버 아내와 함께 연 하우스 콘서트
글쓴이: 유영덕(2023)
첨삭 지도: 이재원(2023)내 아내는 사회복지사다. 아내는 30년이 넘도록 자기 분야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해 왔다. 그런데 아내에게는 또 다른 정체성이 있다. 아내는 현재 구독자 2천명을 보유한 유튜버요, 초보 바이올린 연주자다. 나 역시 초보 기타 연주자다. 고등학교 시절 선배들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에서 멈추어 있지만 그래도 음악을 무척 사랑한다.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일을 무척 좋아해서 부끄럽지만 사람들 앞에서 수차례 공연도 했다.
20220년 어느 여름날,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아내가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유친들(유튜브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바이올린과 기타 협연을 하자고 제안했다. 아내는 지극히 내향적이고 사교성이 낮아 평생 친구가 딱 3명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아내가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나와 공연하는 장면을 찍어서 유트브에 올리고 싶다니... 내가 30년 가까이 함께 살아 온 아내가 맞나? 의심이 갈 정도였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5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노후를 대비하여(?) 무조건 아내 말을 잘 듣기고 결심했던 터라, 순순히 제안에 응하고 공연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우리는 첫 번째 곡으로 ‘새색시 시집가네’를 선택했다. 눈 앞에 청중은 없었지만 우리는 마치 세계 최고 무대 중 하나인 카네기 홀에서 공연하듯 최선을 다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NG를 한 번도 내지 않았고, 내 목 상태도 좋아서 노래도 곱게 잘 불렀다.
공연영상을 올리고 나니 조회수도 꽤 나왔고 “우와! 멋진 공연입니다.”,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입니다. 서로 바라보시는 시선에서 하트가 뿅뿅~” 칭찬 댓글이 달렸다. 나도 아내도 이런 반응을 보고 크게 고무되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묘한 성취감과 짜릿함을 느꼈다. 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유튜브 채널이지만 마치 연예인이 된 기분 마저 들었다. 나는 원래 유튜브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두 번째 공연에 도전했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김광석이 부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렀다. 첫공연을 NG 없이 한 번에 성공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첫 공연 후 칭찬을 과도하게 의식해서였을까? 우리는 NG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공연 전에 아내가 먼저 인사를하고 내가 이어받아 간단한 곡 소개를 한 후 연주를 한다. 그런데, “안녕... 안녕하셨어요?” 아내가 버벅거려서 인사말부터 NG! 이어서 내가 “오늘 불러 드릴 노래는 김광석 씨가 부르고 아이유가 리메이크해서 유명해진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인데요. 바람이 불어와서 코로나가 싹 물러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중 아내가 옆에서 계속 코맹맹이 소리로 “응, 응” 거리는 바람에 NG! 미처 영상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연주에서도 여러번 NG를 냈다.
힘겹게 공연 영상을 완성한 후 나는 긴장이 풀려서 그 자리에서 뻗어버렸다. 아내는 쓰러진 나에게 다가와 부드럽게 안마를 해 주고 시원한 음료를 가져다주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협조해 줘서 고맙다’며 연신 애교를 부렸다. (아내가 이런 애교쟁이였다니!) 정말 힘들게 촬영해서 녹초가 되었지만 아내 애교에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다음 날, 나는 아내가 편집해서 올린 영상을 보고 깜작 놀랐다. 흠이라고 생각했던 NG영상을 뒤에 덧붙였는데 공연영상 보다 NG영상이 훨씬 재미있었다. 말하자면 아내는 흠을 보석으로 바꿔버렸다. (궁금하신 분은 지금 즉시 유튜브에서 ‘정아틀리에’를 검색해서 재생목록에 올라 온 ‘취미 바이올린 연주영상’을 찾아보시라.) 나는 그 때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너머에 완전히 다른 모습도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는 사실을. 이제 따듯한 봄이 오면 아내와 함께 다시 하우스 콘서트를 시작해 봐야겠다.
<하우스 콘서트 동영상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유영덕 대표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유영덕 대표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실용 글쓰기 클래스 제 3기(월요일반)에 학생이자 글쓰기 코치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피드백>
1. 무척 곱고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30년 넘게 함께 살아오셨다는데, 아직도 이렇게 알콩달콩 사시니, 부부관계가 소원한 사람들이 보면 질투마저 느끼겠습니다. 서로 품은 깊은 신뢰와 애틋한 마음을 아주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잘 표현하셨습니다.
2.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울 정도로 잘 바꾸어 오셨지만, 고치셔야 할 습관이 아직도 몇 가지 남아 있습니다.
(1) 여전히 자주 나오는 '의'. 한국어에서 '의'는 속격 조사로서 '의' 앞 뒤에 나오는 명사 사이에 명백한 소유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모두 삭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어는 명사보다는 동사를 살려써야 생기가 돌고 이해하기가 쉬워지는데, '의'를 아무 때나 사용하면 결과적으로 명사가 강조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의'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글을 간결하게 줄이기 위해서인데요, 실제로 글이 간결해지는 장점도 일부 있지만, 생동감이 줄어들고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2) ‘A는 B이다’ 문형을 아직도 조금씩 사용하고 계십니다. 이 문형이 무조건 나쁘지는 않습니다. 어쩐지 강렬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가끔씩은 일부러 쓸만 합니다. 다만, 지금은 읽기 쉬운 글쓰기 기술을 배우시는 중이니 무조건 없애려고 노력하시면 좋겠습니다. 수업시간에 설명드린 대로, '사람이(내가) B한다' 문형으로 바꿔 쓰세요.
(3) (원문은) 한 단락 길이가 다소 길게 느껴집니다. 단락 길이가 너무 길면, 독자가 부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 내용이 부드럽고 재미있기 때문에, 단락 길이를 적절하게 줄이시면 강점이 좀 더 살아날 듯합니다. (물론, 단락 길이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적절하게 조절하면 됩니다. 여러 번 읽어보시면서 감을 익히세요.)
(4) 문장을 쓰실 때 관형사절을 많이 쓰십니다. 관형사절(형용사절)이 수식하는 대상은 결국 명사입니다. 형용사절/관형절이 길어질수록 뒤에서 수식받는 명사가 강조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떤 문장이 다른 문장 속 구성 요소를 수식하면 문장이 길어지면서 이해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런 습관을 고치시려면, 형용사절/관형절을 잘라내서 문장을 두 개로 만드셔야 합니다. (한 문장에 주어,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좋습니다. 독자가 쉽게 이해합니다.) 문장 구조를 건드러야 하기 때문에 고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습관을 고치시면 좋겠습니다.
<현재 실용 글쓰기 클래스에 참여 중이신 학생 분들께서 쓰신 글 소개>
_ 송부연 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께서 쓰신 글
_ 권송미 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님께서 쓰신 글
_ 이정미 한국여성의집 원장님께서 쓰신 글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 쓰다가 막히시면, 이렇게 하세요! (4) 2023.02.24 오두방_정_이진 (0) 2023.02.24 혜주씨를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0) 2023.02.22 성가정 (0) 2023.02.21 5월, 어느 날 (0) 2023.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