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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님 전상서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4. 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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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아버님 전상서

     

    글쓴이: 권송미(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오늘 교회에 갔다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꽃그늘 아래서 사진 찍느라 여념 없는데, 저는 멀리서 바라보며, 아버님을 생각했습니다. 교회 앞마당 벚나무 흩날리는 꽃잎 아래서 함께 사진 찍자며 팔짱을 끼는 철부지 며느리에게 “내가 내년에 이 벚꽃을 다시 보겠느냐” 말씀하시던 아버님이 생각나 저는 멀리서 만개한 꽃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주신 사랑 덕분에 ‘부럽다’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저를 귀히 여기시고 사랑해 주시니 우리 사연을 들은 모든 이가 감탄하며 연신 부럽다 했지요. 하긴, 저만 보면 부러울 리 없었겠지요. 빈털털이였던 제 삶을 누구인들 부러워했겠어요? 시각장애가 있는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라나 외롭게 살아가던 저를 누가 부러워했겠어요? 특별히 예쁘지도 않고 건강도 좋지 않은데, 많이 배우지도 못했으니 누가 저를 부러워했게어요?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다정한 그이를 꼭 닮은 아버님과 가족으로 연을 맺은 때부터 저는 참 귀하고 어여쁜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랑누리장애인단기보호센터를 설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겨울 초입. 함께 예배드리고 나오는 제게 아버님께서 따로 부르셔서 하얀 봉투를 내미셨지요. 저희가 용돈 드려도 부족한데 오히려 봉투를 주시니 민망하였습니다.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제게 “송미야, 너 따순옷 한 벌 해 입어라. 광진이(남편) 말고, 혜주도(시누이) 말고, 너 옷 한 벌 해 입어라. 네가 제일 귀하다. 그러니 꼭 너 춥지 않게 따순 옷 한 벌 해 입어라.” 아버님께서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던 순간이 어제 같습니다.

     

    아버님, 한 번은 제가 아버님 휴대전화를 몰래 보았답니다. 폐암으로 투병하실 때에 검사 받으러 가시고, 저 혼자 병실에서 아버님께 병원 밖 세상 꽃 사진을 카톡으로 전송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병실 한쪽에 놓여 있던 아버님 휴대전화 화면에 ‘딸’이라고 뜨더라고요. 제가 보낸 메시지였지요. 아버님께서 저를 진짜 딸처럼 여기시는 듯해서 무척 기뻤어요. 혼자서 배시시 웃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아버님께서 이리 깊게 사랑해 주셨는데, 제가 복이 짧아서 아버님 사랑을 길게 못 누리나 봅니다. 아버님 칠순 잔치를 딱 보름 남겨둔 날이었지요. 의사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라는데, 저는 다가올 이별이 믿기지 않아서, 한참동안 병원 기둥 뒤에 숨어 울었습니다. 그날 아버님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셨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송미야. 우리 딸, 너는 귀한 사람이다. 나는 세상에 나와 잘한 일이 별로 없다. 배움이 길지 않고, 부를 축적하지 못했고. 자식 잘 가르치지도 못했다. 신앙생활도 주님 만날 일이 부끄럽기만 하구나. 그런데, 내가 제일 잘한 일이 있다. 그건 광진이(남편)와 혜주(시누이)를 낳고 키우고, 그래서 너희 둘 짝을 지어 세상에 좋은 일 하도록 한 일이다. 너희가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 나는 너희 아빠라는 게 가장 잘한 일이었다.”

     

    저는 아버님 사랑 덕분에, 신앙이 더 깊어졌습니다.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에서 ‘아버지’라는 단어가 얼마나 따뜻한 말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알던 천국을 믿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님 계신 그곳, 어느 날 주님과 함께 그곳에서 나를 반기며 기다려주실 그곳. 아버님을 다시 뵈올 날을 믿기에 천국에 대한 소망과 믿음은 더 단단해져 갑니다. 그리고 세상에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 부부가 좋다고 하신 아버님 마지막 말씀 기억하며 오늘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아버님 그립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더욱 그리운 봄입니다. 천국에서 다시 뵈올 날을 기대합니다. 그리운 마음을 담아 또 편지 드리겠습니다.

     

    2023년 3월 마지막 날. 딸, 송미 올림.


    <이재원 선생 최종 피드백>

     

    권송미 원장님에게 있는 강점(섬세한 문학적 감수성)을 잘 살려 쓰신 역작입니다. 아주 잘 쓰셨습니다. 특히, 어떤 사안을 풀어서 쓰는 상술 능력이 아주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크게 칭찬 드립니다. 시아버님 유언 대목에서는 짧은 문장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셨습니다. 이런 간결한 문장을 일반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시길 권유드립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술 호응 관계가 무너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납니다. 

    한편, 약점도 보였습니다. 먼저, '적의것들'이 여전히 보였어요. 늘 염두에 두셔서 글을 쓰실 때나 퇴고하실 때 반드시 피해서 쓰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권송미 원장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권송미 원장님께서는 문장 단위까지 다시 내려가셔서 안 좋은 습관을 고치시고 더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셔야 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시면 좋겠습니다.


    <본인 최종 피드백> 

     

    (시아버님 이야기가) 저한테는 '눈물 버튼'이어서 쓰면서도 많이 울었고, 읽으면서도 번번이 울었습니다. 먼저, 칭찬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이재원 선생님께서 들어내신 부분, 저도 쓰면서 계속 들어내야 하나 고민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감정이 너무 격하니까, 쓰다가 쉬고, 또 쓰다가 쉬고 그래서 퇴고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제출했습니다. 처음에, 우리 시아버님 이렇게 훌륭한 분이시다, 이런 설명문을 반 정도 쓰다가 엎고 편지글로 다시 썼습니다. 이렇게 형식을 바꾸니, 제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설명 단락을 쉽게 쓰기 위한 만능 공식> 

     

    글쓰기 만능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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