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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무서운(?) 여행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27. 06:55728x90반응형
안 무서운(?) 여행
글쓴이: 백운현 (사회복지법인 푸른초장 대표이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중학교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친구들이 바쁘게 석굴암으로 불국사로 달려갈 때 나는 혼자 관광버스 안에서 오래오래 기다려야 했다. 첨성대와 무슨 연못을 돌아 볼 때는 혼자서 뒤쳐져서 친구들을 따라가느라 바빠서 정작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거의 안 난다. ‘다음에는 어디를 갈까? 누가 같이 옆에서 걸어 준다면 좋겠는데!’ 그렇게 하루를 지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먼저 갈께! 천천히 와~’ 하고 먼저 가버린 친구들이 너무 서운했다. 나는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나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서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늘 여행이 무섭고 부담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가면, 일정에 따라 바쁘게 움직여야 해서 하루가 천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은 달랐다. 올해 우리 부부가 쌍으로 환갑을 맞이한 기념으로 두 아들 내외가 모든 가족원이 함께 떠나는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아이들 마음이 진하게 느껴져서 고맙고 기뻤다. 그런데 나는 이번 여행에서 단순히 고맙고 기쁜 감정을 넘어서서, 마음 깊이 감동받았다.
이번 다낭 여행은 큰 아들이 작은 아들과 의논하며 준비했다. 두 아들은 바다 경관이 좋은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접근할 수 있는 관광지로만 코스를 짰다. 그래서 계단이 있는 곳, 많이 걸어야 하는 곳,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 등은 다 코스에서 뺐다. 해변 경관으로 유명하지만 높은 곳에 있어서 계단을 많이 걸어 올라가야 하는 바나힐 리조트나 오행산 모두 억울하게(?) 탈락했다. 대신 평지에 있으면서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사람구경을 실컷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나는 임신한 둘째 며느리와 차를 마시고 아내는 아들들과 큰 며느리와 시장에서 쇼핑했다.
큰 아들은 여행 총 책임자로서 아버지를 배려하느라 매 순간마다 여행 일정을 조정해야 해서 스마트 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9개월 된 아들을 가슴에 매단 채 렌트카 기사에게 연락하고 식당에 전화해서 예약하고, 마사지샵에 전화해서 이용 시간을 조절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나를 볼 때마다 환하게 웃어 주었다. 심지어, 음식을 많이 가리는 나를 위해서 주문할 때마다 ‘노고수 노고수(음식에 고수 나물을 넣지 말라는 뜻, 한국 사람이 베트남으로 많이 여행가니까 현지인들도 한국어를 알아 듣는다)’를 외쳐서 매번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에서 즐긴 가장 호사스러운 기억. 큰 아들 내외가 손녀딸 하엘이(30개월)를 여행 기간 내내 우리 품에서 자게 해 주었다. 우리 하엘이는 어떻게 이렇게 예쁠까. 아브라함이 이삭을 아들이니 하나님께 바쳤지, 손자라면 절대 하나님께 못 바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는데, 사실이다. 나라도 그랬을 듯하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먼저 갈게, 천천히 와.’ 이런 말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았다. 우리 가족 아홉 명은 서로 바라보고 활짝 웃어 주느라 누구도 앞서 걷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니 마음에 여운이 깊게 남는다.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 60 평생 내내 여행이 무서웠는데 이젠 달라졌다. 여행! 참 좋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백운현 선생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백운현 원장님께서는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기본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아주 잘 쓰셨습니다. 백운현스럽게, 담백하면서도 진솔하게 쓰셨습니다.
2. 백운현 선생님께서는 글을 쓰실 때, 자주 삼천포로 빠지십니다. 정서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하실 때, 갑자기 쭉 다른 방향으로 나가십니다. 그래서 글이 불균질해집니다. 주제가 희석됩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시종일관 평정심을 유지하시고, 갑자기 달리지 마세요.
3. 마지막 단락이 좋습니다. 이 단락을 덧붙이지 않으셨다면, 내용이 정리되지 않고 묘하게 뭔가 허전했을 듯합니다. 글쓰기는 작은 생각 조각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 후에, 의미를 부여하는 지적 작업입니다. 사람이 적절하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누워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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