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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평범한 날을 보내며 조금씩 크니까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3. 27. 10:03728x90반응형
아이들은 평범한 날을 보내며 조금씩 크니까
글쓴이: 박현주 (인동지역아동센터 센터장, 2024)
첨삭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봄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 우리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중학교 1학년 아이 둘이 전화를 걸어 왔다. 학교를 마친 후에 버스를 타고 구미 시내로 교복을 맞추러 간단다. 그래서 오늘 센터에 늦게 올 수도 있단다.
“그래 너희들끼리 잘 다녀와. 버스 잘 물어보고 타고, 구미역(구미 시내) 가는지 꼭 물어봐.”
잘못 타면 외곽지로 돌아가는 버스가 많아서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그리고 십오분쯤 지났을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선생님! 버스가 자꾸 시골로 가요."
"구미역으로 가는 버스 맞대? 얘들아, 일단 벨을 누르고 내려."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이들이 적잖게 당황했다고 느껴졌다. 어두워지는 도로에 내려 헤맬 아이들이 걱정이 되서 나는 우리 센터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한 후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어디야? 간판이 보이는 걸 이야기 해 봐.”
“보이는 간판이 없어요.”
“영상통화를 하자.”
“데이터가 없어요.”
“뭐가 보여?”
“OO 편의점이요.”
얼른 네비를 검색해 보니, 세상에나 그 근처에 OO 편의점이 세 개나 되었다. 무슨 시골에 편의점이 세 개나 몰려 있을꼬. 아무리 가도 가도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십분쯤 운전하고 갔을까? 내가 켠 비상등을 아이들이 발견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요즘 세상이 너무 험악해서 나는 잠시나마 크게 걱정했다. 아이들이 길을 잃어서 엉뚱한 곳으로 가 버렸다면 어쩌나. 나쁜 어른들이 나타나 해꼬지라도 했다면 어쩌나.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아이들은 차에 타더니 1초도 지나지 않아서 바로 왁자지껄.
“선생님, 선생님! 우리 버스정류장을 세 개나 걸어왔어요. 모델 워킹도 하고요, 춤도 추고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세상에나! 이미 차 안은 아이들 수다로 가득 채워졌다. “에휴, 그렇게 즐거웠다니 다행이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네비에 교복 맞추는 장소를 입력하고 출발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무사히 교복을 맞추고 센터로 돌아와 바쁘게 움직였다. 저녁도 함께 먹고, 공부도 함께 하고, 하루 일을 함께 마무리했다. 역시, 우리 아이들과 어울리니 하루가 금방 간다.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아서, 아이들 얼굴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곰곰 생각하면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잘 지나가는 하루가 제일 좋은 날이다. 아이들은 평범한 날을 보내며 조금씩 크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냥 평범하게 하루가 지나가길 바란다.
<안내>
_ 본 글을 쓰신 박현주 센터장님에게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박현주 센터장님께서는 자기-돌봄 글쓰기 클래스 '글로위로' 기본반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잘 쓰셨습니다. 왜? 어떻게? 일단, 욕심을 줄이셨죠. 그리고 본인께서 가장 잘 아시고, 가장 좋아하는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셨죠.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하자면, 작게 딱 떨어지는 에피소드를 하나만 골라 잡으셨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묘사하셨죠. 글쓰기는 참말로 역설적입니다. 잘 쓰려고 애 쓸수록 잘 안 써집니다. 힘을 빼고 담담하게 쓰면 오히려 잘 써집니다.
2. 다만, 독자로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 에피소드는 선생님께서 일하시는 지역아동센터 구성원이라면 재미있게 읽겠습니다만, 일반 독자는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할 듯합니다. 그래서 저도 고민스러웠는데요, 이야기 자체가 특별하지는(독특하지는) 않으니, 공감 코드를 넣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덧붙인 마지막 단락을 떼고 한 번 읽어보시고, 붙여서 한 번 더 읽어 보세요. 붙여서 읽으시면 좀 더 낫지요?
3. 육성으로 녹음하신 후에 글로 정리하셨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랬더니 조금 더 편하게 쓰실 수 있었다고요. 좋은 방법입니다. 효과가 있으니, 계속 이 방법을 사용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이 방법에 대해서도 글을 써 주세요.
<사회복지사 자기-돌봄 글쓰기 모임 - 글로위로, 2023년 작품집>
<평범한 사회복지사들이 글로써 소박하게 자기 삶을 정리한 이야기>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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