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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 손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4. 1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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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손

     

    글쓴이: 민경재(안산시초지종합사회복지관 분관 둔배미복지센터 센터장, 2024)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점심시간이 되니 몸이 나른하다. 몸이 나른한 점심시간이다. 나는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다가 A직원 책상에 놓인 예쁜 보라색 키보드를 발견했다. 

     

    나: 키보드 샀어? 예쁘다.

    직원: 네, 저랑 B직원, C직원이랑 같이 샀어요. 예쁘죠?

    나: 얼마야?

    직원: 오만 원요.

    나: 너무 비싸다!

    직원: 센터장님 D직원 키보드는 더 비싸요. 이십만 원이에요.

    나: 와, 정말! 비싼 키보드 한번 쳐보자, 오 비싸서 그런가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직원: E직원 키보드는 더 좋아요. 거기도 가 보세요.

     

    여러 키보드를 신나게 구경하는 내내 그렇게까지 비싼 키보드를 써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할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E직원은 업무 효율을 위해 가격이 이십 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키보드 두 개를 번갈아가며 일주일씩 쓴다고 말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해야 하는 시간이 얼마나 긴데, 좋은 키보드 쓸 수 있지. 나도 비싼 키보드 갖고 싶다. 하지만, 선뜻 지를 수 없는 가격이다.

     

    E직원 키보드를 구경하다 갑자기 남편이 생각났다. 우... 이런, 왜! 비싼 키보드 앞에서 남편이 생각나지? 남편은 오른쪽 손가락 관절이 아파서 핫팩을 손에 대고 자주 찜질한다. 병원에 가 보라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손가락 관절 보호에 도움이 되는 키보드도 있다고 하니 남편 손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아! 이를 어쩌지? 

     

    그날 밤 나는 남편에게 좋은 키보드를 사라고 허락했다. 남편은 “뭐 그렇게까지 비싼 키보드가 필요하나?”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더니 키보드를 열심히 검색하다가 A사 키보드가 좋겠다고 말했다. 가격대를 보고 좋다고 내가 말했더니, 웃으며 바로 결제한다.

     

    남편은 하루 종일 숫자 키를 수도 없이 치는 회계업무를 본다. 사실 남편에게 지금 산 키보드도 충분하지 않다. 하나 더 사라고 권하고 싶지만,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했다. 내 반쪽에게 참 신경을 못 쓰고 사는데, 그래도 키보드를 보다 문득 남편 손이 생각나서 다행이다.

     

    <안내> 

    _ 위 사진 속 키보드는, 민경재 센터장님께서 사 주셔서 남편 분께서 실제로 사용하고 계십니다.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민경재 센터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민경재 센터장님께서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글쓰기 클래스 심화반 '글로위로'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1. 잘 쓰셨습니다. 작은 글감을 고르셔서 부담스럽지 않게 쓰셨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글을 꾸준하게 잘 씁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을 쓰려고 애쓰지 마시고, 지금처럼 수준작을 꾸준히 쓰려고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2. 사회복지사는 글로 옮기면 좋을 경험은 풍부한데, 일이 너무 많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어도 부담스러워서 쓰지 못합니다. 이 딜렘마를 어찌 해결해야 할까요? 우선, 글을 쓸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현실을 쉽게 바꿀 수는 없습니다.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욕심을 줄여서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글을 잘 쓰려고 시간과 노력을 지나치게 많이 들여서는 안 됩니다. '지금 여기에서 딱 떨어지게 쓸 수 있는 작은 이야기'를 포착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민경재 선생님께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연을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포착하셔서 좋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만 쓰세요. 

     

    3. 문장에 관해서 하나만 언급하겠습니다. 초고에서 첫 문장을 이렇게 쓰셨죠: "몸이 나른한 점심시간이다." 문장을 쓰실 때 마지막을 '-이다'로 쓰시면 글이 단조로워지고 생기가 떨어집니다. 이럴 때는 '이다' 앞을 살펴 보세요. 만약, 사람이 주체가 되는 동사/형용사가 나온다면, 바로 '이다'를 삭제하세요. 그리고 바로 그 동사/형용사를 문장 끝에 배치하세요. 그리고 그 동사/형용사에 맞게 주어를 사람으로 바꾸세요: "점심시간이 되니 몸이 나른하다." 

     

    4. 개별 문장도 좋아졌고, 단락 전개도 무척 좋아졌습니다. 크게 칭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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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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