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로미, 도시 사람인 척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22. 05:25728x90반응형
쿠로미, 도시 사람인 척
글쓴이: 강언나 (인천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2024)
첨삭 지도: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너 이리로 썩 나와! 네가 그런 식으로 사라지면, 난 앞으로 투닥거리면서 싸울 사람이 없어지잖아.” 일본 애니매이션 캐릭터 쿠로미는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골목대장이다. 원래는 순하고 얌전했으며 인정이 넘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난폭한 성격으로 변했다. 그래도 인정이 넘치는 성질을 버리지 못한 의리파. 최근에 쿠로미에게 관심이 생겨 찾아보니, 나와 아주 많이 비슷하다.
어린 시절, 나는 그리 호락호락한 아이가 아니었다. 언젠가 어떤 남자애가 허리까지 오던 내 긴 머리카락이 말꼬리 같다며 장난을 쳐서 머리채 잡고 싸웠다.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몸싸움. 또 언젠가는 전학 온 친구가 지나치게 잘난 척하길래 ‘도시에서 왔으면 다냐’며 째려보고 기싸움도 벌였다.
나는 태어난 후 20년 동안 경북 문경에 있는 작은 마을(50 가구) 이목리에서 살았다. 겨울에는 눈이 오길 기도했고, 학교로 나가는 산길에 눈이 쌓여 있어 학교에 못 간다며 선생님께 아쉬운 척 전화하고 신나게 눈썰매를 탔다. 보통은 날이 좋기 때문에 하교 후에 남동생과 옆집 사는 동생들, 그리고 저기 옆집 사는 사촌까지 다 같이 놀며 엄마가 “밥 먹어”라며 부르기 전까지는 골목 이곳저곳을 마냥 쑤시고 다녔다. 엄마, 아빠가 일하고 집에 늦게 올 때면 옆집에서 밥 먹고 놀고 내 집마냥 보낸 적도 많다. 옆집에서 실컷 얻어 먹었으면 엄마가 과일이나 반찬을 옆집에 갖다 주라고 했다. 그게 정이라고 했다.
중학교는 시내로 다니고,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니며 인천까지 올라와 남들처럼 도시 사람인 척하며 산지 10년이 다 돼간다. 작년말 처음 내 돈으로 사 본 휴대폰에 쿠로미 그립톡을 붙이고, 내가 자주 매는 가방에는 쿠로미 키링을 달았다. 어린시절 골목대장이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지 쿠로미를 보면 “귀엽게 생겼고 정이 많으나 가끔씩 난폭하니 주의 바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강언나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강언나 선생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재원 선생 피드백>
0. 우선, 강진구 과장님(인천종합사회복지관 복지공동체과 총괄)께 마음 깊이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나 멋지고 훌륭한 학생을 꼬셔서(?) 보내 주셨으니까요.
1. 어머나, 웬열! 걸작을 쓰셨습니다. 쓰기 전에 내용을 충분히 생각하고 정리하셨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이야기를 선택하시니, 글이 짧은데도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2. 글에서 강언나 선생님 개성이 잘 드러나서 좋습니다: 쿠로미처럼 귀엽고, 솔직하면서도, 따뜻합니다.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잘 보내신 듯해서, 부럽습니다.)
3. 현재에서 시작해서 과거로 넘어갔다가 현재로 다시 넘어오는 과정이 정말로 부드럽고 섬세합니다. 술술술 읽힙니다. 다시 말씀 드립니다. 정말 잘 쓰셨습니다. 크게 칭찬 드립니다.
4. 글솜씨는 쓴 사람이 지적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글을 읽으니, 강언나 선생님께서 무척 똑똑하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선생이 지도하는 내용을 재빨리 간파하시고 완벽하게 소화하셔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5. 기본적으로 글은 소통 수단입니다. 오롯이 혼자 쓰고 혼자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면 정신이 내 세계에 갇혀서 발전하지 않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강언나 선생님께서는 본인에게도 의미 있고, 타인이 보기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잘 꺼내셨습니다. 앞으로도 내 세계와 사람들 세계가 맞닿는 지점을 잘 포착하혀서 글을 쓰시면 좋겠어요.
6. 빠알리! 강언나 선생님 글을 더 읽고 싶습니다. 더 궁금해졌습니다.
[성숙을 담는 글쓰기(제 2기) 작품]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지식 공유하기(기타) >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 질문이 내가 쓴 글 속으로 들어온다면? (0) 2024.05.24 호랑이를 사랑하는 괴물이 되었다 (0) 2024.05.23 아, 어디 안 갔네, 김연희 (0) 2024.05.21 이제, 어디로 갈 거니? (0) 2024.05.20 이재원 효과 (0) 202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