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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 질문이 내가 쓴 글 속으로 들어온다면?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4. 5. 24.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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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에... 아이도 없고, 남편도 없는 나에게 하루가 있다면? 

     

    김연희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4)


    어제 인터넷으로 데스커 라운지(요즘 핫한 공유 오피스)와 전시관을 예약하고, 밤 늦게까지 좋아하는 드라마를 몰아보다가 언젠지 모르고 잠들었다.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음악을 틀고 씻는다. 머리도 차분히 말리고, 고데기를 데워 머리도 말아본다.

     

    어제 인터넷으로 데스커 라운지와 전시관을 예약하고, 밤 늦게까지 좋아하는 드라마를 몰아보다가 언젠지 모르고 잠들었다. 10시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음악을 틀고 씻는다. 머리도 차분히 말리고, 고데기를 데워 머리도 말아본다. 간단하게 빵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옷과 액세서리, 신발을 다 고르고 백팩에 좋아하는 책 2권, 노트, 필통, 미니 포토 프린터, 지갑, 보조배터리를 챙겨 나간다.

     

    운전을 할까 고민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다. 어릴 때 좋아하던 만화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오빠가 이상형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정말 좋아했다. 전시관을 돌며, 그림을 눈에 담고, 핸드폰에 담아 저장하고, 굿즈샵에 들러 기념품 몇 가지를 산다. 메모지,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같은 작은 문구 위주로 구입한다. 

     

    다음으로는 명란 크림 파스타를 진짜 맛있게 한다는 맛집에서 식사하고, 기대하던 데스커 라운지 예약 시간에 맞춰 입장한다. 일잘러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전시회와 선배와 후배가 주고받은 편지를 읽어보고, 나도 한 줄 적어본다.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가져온 책과 필사 노트를 꺼내 차분히 한 시간 정도 집중한다.

     

    거리로 나와 집 부근으로 이동하며, 지하철역에서 델리만쥬 한 봉지를 구입해 저녁으로 때워 본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시켜놓고 오늘 다녀온 곳 사진도 출력하며, 노트에 기록하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서 짐도 대충 풀고 씻으며, ‘나머지는 내일 또 다른 김연희가 하겠지’ 생각하고 이불과 한 몸이 된다.


    만약에... 라고 질문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상상 속 세계에서 저 혼자밖에 없네요. 친구도 없고, 대화도 하지 않고, 오로지 저 혼자서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휴가를 내 저런 시간을 가지려고요. 만약을 현실로 만들면 더 신나지 않을까 싶어서요.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김연희 과장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연희 과장님께서는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가 기획한 '성숙을 담는 글쓰기, 회전목마(제 2기)' 클래스에 참여하셨습니다. 

    _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김성준 회장님, 박정아 사무처장님, 차수현 주임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발문] 

     

    이재원 (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4) 

     

    언젠가 경기도 소재 모 복지관에서 여러 회기에 걸쳐서 해결중심 상담 기술을 가르쳤습니다. A 과장님은 성격이 쾌활하고 늘 열심히 일하는 분이셨는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탐색하는 기적질문 기술을 배우시다가 갑자기 펑펑 우셨습니다. 


    연습 중에 제가 A 과장님께 원하시는 바를 여쭈어 보면 계속 아이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아뇨, 아이들 이야기는 하지 마시고요... 그래요, 이렇게 여쭈어 보면 어떨까요? 남편 없어요. 아이들도 없어요. 상상하지 못하시겠지만, 그런 세상이예요. 만약에 가능하다면, 만약에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안 했다면, 시부모님도 안 계시고 완전히 자유롭다면요? 인간 김OO은 뭘 하고 싶을까요? 주변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씀하신다면요?"


    "음... 친구들하고 밤 새워서 술 마시고 춤추며 놀 것 같아요." 

     

    A 과장님께서는 왜 펑펑 우셨을까요? 엄마로서가 아니라, 아내로서가 아니라,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과장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서 우셨겠지요.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놀면서 넘치는 흥을 뿝어냈던 미혼 시절이 너무 멀게 느껴져서 우셨겠지요. 

     

    사회복지사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다 보면, 워킹맘을 자주 만납니다. 워킹맘은 모든 역할을 전부 다 잘 수행하고 싶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느끼시죠. 게다가 온갖 역할에 짓눌려 살아서, 자기 자신을 잊어버렸죠. 

     

    이런 분들에게는 기적질문을 활용해서 개인 과제를 내 드립니다. 

     

    "이런 주제는 어떨까요? 만약 내 삶에 남편도 없고, 아이들도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거창한 소원 말고요, 예컨대 미혼 시절 함께 신나게 놀던 친구들을 만나서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밤을 새며 춤추고 노래하고 싶다, 뭐 이런 거요? 이런 주제로 쓰시되, 구체적으로 써 보세요."


    물론, 글을 쓴다고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순 없습니다. 지금 수행하는 역할을 다 벗어버릴 수도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자유로웠던 과거를 상상하다가, 현실과 괴리감을 좀 더 느끼면 오히려 더욱 우울하고 슬퍼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을 극복하려고 글을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를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계속 살아갈 작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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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자문/상담 문의는?>

    강점관점실천연구소 이재원

    (010-8773-3989 / jaewonrh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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