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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잘 계셨군, 하하
    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5. 5. 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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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주 사회복지사, 세 줄 일기> 

     

    2025년 5월 14일, 수요일. (날씨: 따뜻한 햇살 아래 서로 마주보며 웃는 모습이 반짝인다.)

     

    1. (누가/무엇) 나는 오늘도 영식님 집에 음식을 들고 간다.
    2. (내용/의미) 술을 드셨을까? 줄곧 영식님을 걱정하며 걷는데, 작은 창문으로 얼굴 빼꼼 내밀고 기다리셨다. 
    3. (감정/생각) ‘악! 깜짝이야! 영식님! 놀랐잖아요!’ 깔깔깔. 우린 서로 놀랐다. 오늘도 잘 계셨군. 하하.


    <확장판> 

     

    목: 오늘도 잘 계셨군, 하하.

     

    글쓴이: 김연주 사회복지사(인천 세화종합사회복지관 팀장, 2025)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5)

     

    나는 오늘도 영식님(가명) 집에 음식을 들고 간다. 식사는 잘 챙기셨을까? 갈 때마다 걱정한다. 영식님과 처음 만났을 때 집도 깨끗하고 얼굴도 말끔하게 씻은 상태여서 잘 지내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만난 지 2주 만에 첫인상이 며칠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스러워서 달려갔는데, 깨끗했던 방바닥에는 초록색 소주병 20개가 어지럽게 뒹굴고 있다. 영식님은 술에 취하셨는데 다리가 불편하셔서 일어나지 못한 채 기어나와 문을 열어주셨다. 그리고 내가 들고 온 햇반을 보더니 지금 밥 먹어야겠다고 해맑게 웃으셨다.

     

    얼마 뒤, 술에 취하지 않은 영식님을 다시 만났다. 영식님은 스스로 술을 먹지 않고 조절할 수 있다고 이야기며, “선생님이 온다고 해서 집안을 깨끗하게 치워놨어요”라고 말했다. “제가 술만 안 먹으면 잘해요. 딱 한 달만 안 먹으면 멀쩡해요. 제가 안 먹겠다고 하면 안 먹어요. 근데 이렇게 했는데 몸이 계속 아프면 그땐 가야지 뭐.”라고 말했다. 영식님이 몇 년 전 살충제를 먹고 자살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가 슬며시 떠올랐다. 그래서 저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영식님은 그 이후에도 술을 먹다 안 먹다 반복적인 모습을 보이셨다. 술을 많이 먹은 날엔 식사는 하셨는지 안부를 확인하고, 안 먹은 날에는 어쩐 일로 안 드셨는지 농담하며 일상을 공유했다. 그러다 문득 영식님이 외로워서 술을 먹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후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안부 전화를 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도 영식님 집에 음식을 들고 찾아갔다. 작은 창문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며 나를 기다리셨다. “악! 깜짝이야, 영식님, 놀랐잖아요!” 깔깔깔. 우린 서로 놀랐다. 오늘도 잘 계셨군. 하하.


    <이재원 선생 피드백>

     

    걸작을 쓰셨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술 읽힙니다. 글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갔습니다. 문장과 문장이 잘 붙습니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사회복지사 김연주와 인간 영식님이 투명하게 보입니다. 특히, '그러다 문득 영식님이 외로워서 술을 먹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문장이 훌륭합니다. 김연주 선생님이 영식님 마음에 쓱 들어가셔서 그 마음을 살피셨으니까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시고, 영식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셨으니까요. 영식님은 여전히 술을 드시고, 영영 못 끊으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해독제가 있으니, 끝끝내 삶을 이어가시리라 확신합니다. 살아야 삽니다.

     

    <안내>

    _ 본 글은 직접 글을 쓰신 김연주 선생님께 공식적으로 사용 허락을 받았습니다. (교육 및 출판 목적)

    _ 김연주 선생님께서는 인천사협 '성숙을 담는 글쓰기' 클래스(제 3기)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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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줄 일기, 이렇게 씁니다(다양한 사례와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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