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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6. 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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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11화 중에서>

     

    김준완(흉부외과 교수): 에크모를 넣고 몇 달을 지내 유착이 있었어요. 이럴 경우, 우선 가슴을 열 때 이벤트 없이 열어 이식을 진행하는 게 중요한데...

     

    도재학(흉부외과 전공의): (수술이 잘되었다는 결론부터 말하라는 표정!)

     

    김준완: (황급히) 다행히 이벤트 없이 이식을 진행했습니다. 

     

    환자 부모: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김준완: 여는데 시간이 좀 걸렸고, 지금 공여자 심장은 잘 뛰고 있는데, 우려했던 대로 심장이 좀 크고 부어있는 상태라 가슴 닫기가 어려워서 열고 나왔는데, 며칠 지나서 붓기 빠지면 닫는 걸 시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수술 잘 끝났습니다. 

     

    환자 부모: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김준완: 밖에 나가서 기다리시면 아이 볼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지금 라인 정리하고 있어서, 아마... 1시간 정도 후면 볼 수 있을 겁니다. 

     

    환자 부모: 감사합니다. 선생님. 

     

    김준완: (기다렸다는 듯이 안경을 벗고 참았던 한숨을 쉬며) 하아~! 잘 되겠지? 

     

    도재학: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 교수님, 매일 하는 수술이면서 왜 그러세요. 수술 잘 됐잖아요. 

     

    김준완: 어떻게 해서든 아이오 네거티브 시켜가지고 볼륨 빼, 며칠 내로 가슴 꼭 닫자, 응? 피 나는지 잘 보고, 소변 잘 나오는지 잘 체크해라. 알겠지? 알겠지? 알겠지? 

     

    도재학: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김준완: (한숨을 쉰다) 하아... 


    아주 힘든 상황에서 소아 심장 수술을 마친 흉부외과 김준완 교수와 전공의 도재학 선생. "환자는 수술방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낱낱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준완 교수는, 오늘도 환자 가족에게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 걱정 때문에 애가 타는 환자 부모의 "불안감"을 예민하게 느끼는 도재학 선생은 김준완 교수에게 눈짓을 하면서 "(수술이 잘 되었다는) 결론부터" 말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한다. 

     

     

    말을 두괄식으로 하세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7화 중에서> 도재학: 교수님은 말을 두괄식으로 하세요, 두괄식으로. 수술결과부터 말씀하시라고요. 잘 됐는지, 아닌지. 김준완: 의사는 보호자에게 수술실 안의 상황을

    empowering.tistory.com

    환자 부모가 진찰실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한숨을 내쉬는 김준완 교수: "하아~! 잘 되겠지?"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냉철해 보였던 겉모습 너머로, 혹시라도 환자가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하며 걱정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재학 선생의 말처럼 맨날 하는 수술이지만, 자를 꼭 살리고 싶다는, 어떻게 해서든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피 나는지 잘 보고, 소변 잘 나오는지 잘 체크해라. 알겠지? 알겠지? 알겠지?"

     

    모든 사회복지사에게는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클라이언트가 있을 거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 2010년, 가을. 의료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암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였다. 소아암 병동을 맡아서 일하고 있을 때, 뼈에 암이 생기는 골육종을 앓고 있던 강샛별(가명, 여 15세)을 만났다. 수급자 가정에서 살아온 이 아이,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알콜 중독에 오빠는 19세였는데 심각하게 방황을 하고 있었다. 

     

    샛별이의 보호자는 이모였다. 이모 외에는 도와 줄 피붙이가 없었다: 즉, 샛별이는 사실상 일종의 소녀 가장이었다. 뭐랄까... 아이의 주변 상황이 너무 안좋았다. 극한 상황, 이라는 말이 있는데... 샛별이는 정말로 극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너무, 지나치게 의젓하고 침착했다. 15세 중학생이었는데 전혀 중학생 같지가 않았다. 시간이 나서 병실에 놀러가면 (심지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친구가) 이모를 걱정하고 오빠를 걱정했다. 

     

    샛별이는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를 할 때만, 15세 여중생으로 돌아왔다. 춤추고 노래하는 보이 그룹의 "그 옵빠" 이야기를 할 때는 영락 없는 "빠순이"었다. 안그래도 소아암 병동에 자주 놀러갔지만, 나는 의젓한 샛별이가 한편으로는 좋아서 다른 한 편으로는 안쓰러워서 뻔질나게 병실로 올라가서 샛별이랑 놀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끝끝내 암을 이겨내고 살아 남기를 바랐다. 하루하루 잘 버텨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샛별이는 끝내 사망했다.) 

     

    샛별이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내 전화기에 여전히 그녀의 전화번호가 남아 있다. 아마도 다른 누군가 그녀의 번호를 갖게 된 것 같다. 따라서 이 번호는 걸어도 의미가 없는 번호가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큰 의미가 있는 번호로 남아 있다. 그리고 죽음 앞에 선 15세 소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너무 빨리 어른이 된 소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소아암 환자가 보이 그룹 옵빠를 좋아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무시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사회복지사는 의사는 아니지만, 원조전문가로서 "돕는 행위"를 하고 있다.

     

    "어려움에 빠진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 주거써, 나 말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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