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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귀한 사람아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6. 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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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5화 중에서>

     

    아기 아빠: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더니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 

     

    세상에 지쳐가던 내게 그대는 다가와
    가물어 갈라진 가슴에 단비를 주었죠. 

    잊었던 희망의 노래가 새록새록 솟고
    그댈 그리며 사는 날들 꿈만 같아요. 

     

    그대 고운 내사랑
    오월의 햇살 같은 꿈이여
    그댈 기다리며 보내는 밤은
    왜이리 더딘 건지

     

    그대 고운 내사랑
    오월의 햇살 같은 꿈이여
    그댈 기다리며 보내는 밤은
    왜이리 더딘지

     

    산모: (낮은 목소리로) 선생님, 선생님! 제발 하지 말라고 말 좀 해 주세요. 네? 제발요! 

     

    아기 아빠: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부른다.) 

     

    그대 짊어진 삶의 무게 가늠하지 못해
    오늘도 나는 이렇게 외로워하지만
    가시나무 숲 서걱이던 내 가슴 치우고
    그대를 쉬게 하고 싶어 내 귀한 사람아

     

    그대 고운 내사랑
    오월의 햇살 같은 꿈이여
    그댈 기다리며 보내는 밤은
    왜이리 더딘 건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산부인과에서 일어나는 흥미롭고 가슴 짠~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에피소드 5에서 나온 이 감동적인 장면은, 훌륭한 노래 솜씨로 태아를 교육하던 아빠가 아기 탄생 시점에 수고한 아내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다. 아마도 이 아빠는 특유의 넘치는 다정함 때문에 아내를 종종 자주 민망하게 만드는 것 같다. 아기를 받아 들고 "아빠"라고 나즈막히 읖조리던 이 남편은 이제 아내를 향해 걸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나는 부부치료자이다. 주로,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심각하게 불화를 겪고 있는 부부"를 만난다. 늘 내가 만나는 두 사람의 관계 증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목숨을 걸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도 한다. 여태껏 다양한 부부를 만났지만, 내 마음 속에서 또렷하게 기억나는 부부가 있다(본인들 이야기를 책에 써도 된다고 허락 받았음). 

     

    여자는, 성공한 중견 기업인의 혼외 자녀로서 눈칫밥을 먹고 자랐다고 했다. 남자는, 너무 무책임해서 자녀들을 거의 방치하면서 키웠던 부모 밑에서 자라났다고 했다. 처음에 두 사람은 집주인과 세입자로 만났다. 강아지를 좋아해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을 들이고 싶었던 남자는 인터넷 애견인 커뮤니티에 강아지 키우는 세입자를 원한다고 공지했다고 한다. 

     

    여자는 나이가 많았다. 남자는 나이가 많은 그녀가 좋았다. 동물을 건강하게 사랑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한다. 여자도, 약간 서툴지만 순수한 남자가 좋았다. 두 사람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뜨거운 사랑을 세상에 증명했다. 완전히 자유로운 의사로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고,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면서 두 사람의 아이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는 함께 살던 여동생에게 집착을 한다고 했다. 동생이 집안을 어지르고 다니는 꼴을 못보겠다고 했다. 부인은 남편의 욱하는 모습을 말렸는데 남편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고 했다. 두 사람 사이는 괜찮았는데 여동생 문제 때문에 싸우게 되었다고 했다. 남자는 점차 폭력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자신을 보고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무책임하고 가혹했던 부모가 생각나서 괴롭다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 남자의 삶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남자는 여동생에게 집착을 했다. 잔소리를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남자의 모습은 집착이 아니라 "돌봄"과 "책임감"이었다. 남자는 5살 때 비오는 날 길에서 헤매고 있던 강아지를 데려왔다고 했다. 나는 이 이야기야말로 그의 숨겨진 정체성을 결정적으로 드러내는 에피소드라고 느꼈다. 그는 동생을 돌보고 보호하고 책임지려는 것 뿐이었다. (힘 조절이 어려웠을 뿐.)  

     

    남자는 여태껏 한 번도 자신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이야기 나누었던 그 모든 사례는 그가 사실은 동생을 깊이 사랑하고, 보살피고 싶어하며, 책임을 지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켰다. 그가 나이 많은 여자를 사랑하고, 때로는 심지어 그녀에게도 아빠 같은 모습을 보였던 이유도, 그는 시종일관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부부치료를 하면서 늘상 감동은 받지만 울어본 적은 별로 없는데, 우리 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바보처럼 울었다. 상담이 끝나고 헤어지던 날... 문득 남자가 울기 시작하자, 여자가 따라 울었고, 마침내 내 눈에서도 물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안다. 믿는다. 확신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저 에피소드가 그냥 픽션은 아닐 거라고. 세상에는 정말로 특별한 사람, 특별한 인연이 존재한다는 걸 알기에. 

     

    내 귀한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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