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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과장할래요. 과장 시켜주세요.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6. 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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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8화 중에서>

     

    도재학(흉부외과 전공의): (제) 사표... 수리 된건가요?

    병원장: 뭔 사표? 도재학 선생 징계주는 거, 감봉 3개월. 그거 잘 해결 됐어. 그거 CS(흉부외과) 과장 선에서 커트 됐어요. 전공의 관련해서는 과별 과장이 최종 결정권이 있는데 CS(흉부외과) 과장이 결제 올라온 거 반려시켰어요. 그래서 없던 일로 됐는데? 아직 몰랐어요? 

    도재학: 우, 우리 과는 과장님이 안계신데요? 

    병원장: 생겼어요. 최근에. 

     

    병원장: (새벽에 전화 소리에 깨서) 여보세요? 

    김준완(흉부외과 교수): 교수님, 저 준환인데요. 

    병원장: 뭐야, 이 시간에? 

    김준완: 저, 과장할래요. 과장 시켜주세요. 

    병원장: (얼른 일어나면서) 야, 너~ 진짜 한다 그랬다? 나중에 딴 소리 하면 안돼! 알았지? 

    김준완: 네. 거, 주무시는데 죄송해요. 내일 병원에서 뵐게요. 

     

    병원장: 그리고 준완이. 김준완 교수가 보호자랑도 통화했어요. 그냥 사과만 받고 없던 일로 하기로. 사과도 김준완 교수가 했어요.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레지던트인데, 자기가 책임지고 앞으론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도재학: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병원장: 아이고~ 김준완. 자기 제자들한테는 또 엄청 잘 해요. 스승한테나 잘 하지. 하하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흉부외과 김준완 교수는 전공의 도재학 선생을 문자 그대로, 들들들 볶는다. 칭찬은 한 마디도 안해주고 걸핏하면 소리를 지르고 혼을 내면서 까칠하게 대한다. 하지만 김준완 교수는 대표적인 츤데레 캐릭터. 그가 세상 까칠한 까닭은 사실은 의사로서 고매한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상대가 주관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일 뿐. 실제로는 무척 따뜻하고 세심하게 주변 사람들을 살핀다. 그 중에서도 도재학 선생과 맺는 관계 케미와 애틋함(?)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체를 통틀어서도 매우 재미있는 챙겨 봐야 하는 관전 포인트이다.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고 있던 도재학 선생이 무심코 어떤 환자 가족에게 무례한 언사를 내뱉고 난 후... 그 일이 병원 안에서 큰 일로 발전되어서 도재학 선생이 사표를 내는 사태로 귀결된다. 도재학 선생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고 병원장을 찾아가는데, 뜻밖에도 그 일이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떻게? 사실을 알고 봤더니, 그 까칠하고 싸가지 없는 김준완 교수가 "평소 맡고 싶어하지 않던" 과장이 되고 과장으로서 가지는 권한을 행사해서 도재학 선생을 구출한 것이었다: (병원장 대사) "김준완 교수가 보호자랑도 통화했어요. 그냥 사과만 받고 없던 일로 하기로. 사과도 김준완 교수가 했어요. 자기가 책임지고 있는 레지던트인데, 자기가 책임지고 앞으론 이런 일 없게 하겠다고." 

     

    나는 참 선배 복이 없었다. 내 커리어를 돌이켜 보면, (예외도 있지만) 정말 지랄 맞은 선배들을 주로 만났던 것 같다. 어떤 선배는, 나를 뽑아 놓고선 하루 종일 자기 일만 했다: 그녀는 박사과정 공부 중이었는데, 인턴이었던 나에게 자기 실무를 몽땅 뒤집어 씌워 놓고선 주구장창 자기 박사 공부에만 매진했다. 결국, 그녀는 소원대로 어느 지방대 교수로 갔다(그러나 그녀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그녀를 진심으로 존경할 지는 의문이다). 다른 선배는 항상 욱하는 성미를 참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하 직원들을 불러다가 온갖 폭언을 했다: "재원씨, 재원씨는 정신병자요? 재원씨를 낳고 부모님께서 좋아하셨다면 그것만큼 이상한 일도 없겠소." (이 양반하고는 심지어 재판을 할 뻔 했다.) 

     

    선배들도 인간인데 어찌 약점이 없겠는가? 나도 안다. 하지만 그렇게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을, 나는 참 많이도 당했다. 

     

    후배들은 선배들 뭘 믿고 따르는가? 실력? 당연히 있어야지. 인성? 필요하지만 인성이 다는 아냐. 책임감? 그래! 책임감. 부당한 외압 막아주고, 후배들이 실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가능성이 있고 진정성이 있다면 참고 기다려 주는 거. 겉으로는 호호~ 웃으면서 자기 이익만 챙기거나, 권위주의를 내세워서 후배들을 들들들 볶으면서, 정작 필요할 때는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 별로 멋있지 않다. 선/후배 관계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관계. 어디까지나 일로써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이 책임감이라고 믿는다. 

     

    자고로, 진정한 관계는 어려울 때 증명되는 법이다: "저, 과장할래요. 과장 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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