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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좋아해요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6.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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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 - 번외편: "전 좋아해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10화 중에서> 

     

    추민하(산부인과 전공의): 어머, 교수님~ 지금 퇴근하세요? 

    양석형(산부인과 교수): 너, 아까 안갔어? 

    추민하: 아, 저 뭐 좀 놓고 가가지고. 흐흐. 교수님, 저 전철역까지만 좀 태워 주세요. 

    양석형: 어, 그게... 

    추민하: 감사합니다... 헷. 

     

    추민하: (전화벨 소리: 따르릉~) 교수님, 잠시만요. (전화를 받아서) 응, 왜? 아, 끊어, 나 바빠. 어~. 

    양석형: 통화해도 돼. 왜 끊어? 

    추민하: 음, 남사친요. 하루에 열 통도 더 전화해요. 

    양석형: 열 통이나? 어휴... 너무 심한데? 

    추민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교수님, 혹시 질투하시는 거 아니죠? 

    양석형: 뭐? 허헛... 질투? 

    추민하: 저, 좋아하세요? 

    양석형: 허헛... 내가? 하하... 아니. 

    추민하: 전, 좋아해요. 

    양석형: (표정 굳어진다) "..." 

     

    추민하: (창문을 두드리고, 열리자) 교수님, 내일 모른 척 하시면 안돼요. 오늘 제가 고백한 거요. 내일 모른 척 하지 마세요. 대답은 안하셔도 돼요. 대답 들으려고 한 말 아니니까. 그냥, 제 마음이 그렇다고요. 병원에서는 절대 티 안낼게요. 그냥, 제 마음만 알아 주세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양석형: "..."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대중적인 드라마다. 드라마가 즐겨 쓰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 코드는? 역시 주인공의 "연애사"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도 연애사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병원 안팎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연애사가 다 등장한다. (아마 실제로도 많이들 병원에서 만나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겠지?)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흥미롭게 지켜본 (예비) 커플은 안정원-장겨울 커플이 아니라, 양석형-추민하 커플이다. 산부인과 양석형 교수는 가장 곰스러운 캐릭터. 사회성이 살짝 떨어져서(?) 혼자 놀기 좋아하고, 속마음도 잘 내비치는 편이 아니다. 이런 양석형을 쭉 지켜봐 온 산부인과 전공의 추민하 선생. 양석형이 곰 같지만, 특별히 산모들을 살뜰하게 살피고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정을 키운다. 

     

    두 사람 사이에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10화에 이르러 드디어 추민하가 곰의 마음을 잡으러 나섰다. (1) 양석형 교수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슬며시 접근해서 전철역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한다. (2) 아마도 그렇게 고백할 생각은 아니었겠지만, 불현듯 때가 와 버렸다. 남사친과 잠깐 동안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더니, 양석형이 은근히 신경을 쓰고, 추민하는 대뜸 "저, 좋아하세요?" 라고 직진을 한다. (3)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너무 "직진" 아니냐고, 생각이 없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추민하는 내려서 다시 한 번 더 말한다: "대답은 안하셔도 돼요. 대답 들으려고 한 말 아니니까. 그냥, 제 마음이 그렇다고요. 병원에서는 절대 티 안낼게요. 그냥, 제 마음만 알아 주세요. 네?"

     

    원래, (남녀/연인 간에) 고백이란 힘든 거다. 벽을 낮추고 상대에게 들어가는 문을 여는 행위이지만, 벽이 낮아지기는커녕, 문을 열기는커녕, 아예 문이 사라질 수도 있고 벽이 한없이 높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사리 속 마음을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대개는 그 속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을 만큼 표현하고 싶어하는 쪽에서 고백을 먼저 하게 된다. 추민하도 그래서 때가 왔을 때 말을 꺼낸 거다.

     

    하지만 추민하는 참 예의가 있는 사람 같다. 용감하면서도 배려심이 많은 사람 같다. 왜냐하면, "대답 들으려고 한 말 아니니까" 라는 말로, "그냥 제 마음이 그렇다고요. 제 마음만 알아 주세요" 라는 말로 "전달하고 싶지만 상대의 수용을 전제하고 한 말은 아니" 라는 정중한 마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을 직진으로 표현하면서도, 상대가 느낄 부담감을 조심스럽게 배려하기 때문이다.


    추민하가 양석형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보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하고, 이 불완전함 때문에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된다. 하지만 미성숙한 사람은 일방적인 관계(혹은 소유하는 관계)를 꿈꾼다. 그는 사랑받기 위해 대상이 필요한 것이지, 사랑을 하기 위한 대상을 찾지 않는다. 반면에, 성숙한 사람은 능동적인 관계(혹은 성숙한 관계)를 원한다. 그는 사랑하기 위해 사랑한다(혹든 사랑하기에 사랑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 이라는 책에서 이 내용을 대단히 상세하고 섬세하게 정신분석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성숙한 사랑도 무조건 균질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은 항시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랑도 완벽하게 성숙한 사랑은 아니어서, 그 안에 유치한 사랑, 소유적인 사랑 등 저급한(?) 사랑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성숙한 사랑인 것이지, 모든 요소 모든 면이 전부 다 성숙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미성숙한 면은 성숙한 사랑의 이면이라서 미성숙한 면이 있어야 진짜로 성숙한 사랑이 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성숙한 사랑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야 할 요소는, 바로 추민하가 보여주는 바처럼, 정중함과 예의이다. 이는 직진으로 나아가면서도 필요한 덕목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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