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뭐해? 반성!
    지식 공유하기(기타)/슬기로운 의사생활 2020. 6. 27. 10:28
    728x90
    반응형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 9화 중에서>

     

    이익준(일반외과 교수): 아버님 나이가 많으셔서... 원칙적으로는 수술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에요. 지방 간이 너무 많아요. 보통 이런 상황에선 체중을 감량해서 간에 지방을 빼야 하는데, 아버님 나이에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구요. 

    오유민 환자 아버지: (일어나서 사라진다.) 

    이익준: (물끄러미 바라본다.) 

     

    간호사: 오유민 환자 아버님, 병원 안오신지 꽤 됐는데. 

    이익준: 안오실 거에요. 이 일만 10년 넘게 하다 보니까 눈빛만 봐도 알 것 같아. 아, 이 분은 가족을 위해 기증을 하겠다, 쉽지 않겠다. 근데, 오유민 환자 아버님은, 후자에요. 아마, 절대 오시지 않을 겁니다.

     

    오유민 환자 아버지: 저, 7kg 뺐습니다. 그냥 굶은 게 아니라, PT 등록해서 하루에 여섯 시간씩 운동하고, 식단도 완벽하게 조절해서 앞으로 1주일 정도면 아마, 2~3kg 더 빠질 것 같습니다. 선생님, 저 꼭 간 이식 하게 해 주세요. 제 딸만 살릴 수 있다면, 전 마무렇게나 돼도 상관 없습니다. 

     

    김준완: 뭐해? 

    이익준: 반성

    김준완: 뭘 반성하는데? 

    이익준: 세상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다 안다고 생각한 거.


    공여자에게도,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장기 이식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배를 크게 가르고 간 일부를 떼어 낸다고 생각해 보라. 손끝이 까진 정도가 아니다. ("본격적으로" 배를 가른다고!) 그러니 십 년 년게 간이식 수술을 "밥 먹듯이" 해 온 이익준 교수는, 아무리 아버지이지만 한동안 모습을 감춘 환자의 아버지를 두고,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의 아버지는 어느날 홀연히 "얼굴이 반쪽이 되어서" 나타난다. 치열한 운동과 식이 요법으로 7kg이나 빼셨단다. 제발 딸에게 간을 이식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이익준 교수는 말을 잊는다. 그리고 반성한다. 


    내가 8년 넘게 집중적으로 공부/실천해 오고 있는 해결중심모델에서는 "알지 못함(Not-knowing)의 자세"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알지 못함(Not-knowing)의 자세"는 상담자가 가져야 할 태도를 뜻한다. 어? 이상하다. 모름지기, 상담자는 인간의 존재 자체, 발달 과정, 심리적/관계적 문제의 목록과 그 특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전문가 아니던가? 그런데 알지 못함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니, 알고 있는 것을 잊는다는 뜻일까?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척 한다는 뜻일까? 

     

    이 말을 (공동으로) 만든 Harlene Anderson 박사에 따르면, "알지 못함(Not-knowing)의 자세"는 알고 있던 것을 잊는다는 뜻도 아니고,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상담실에서 내담자를 만나기 전까지 알고 있었던 모든 지식과 경험(선입견,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지금-여기"에서 펼쳐질 새로운 상황에 대해서 마음을 여는 개방적인 태도를 뜻한다. "어! 이 내담자는 예전에 내가 도왔던 내담자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네?", "이 내담자는 과거에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으니, 오늘도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인간을 특정한 틀에 가두려고 하지 않는 태도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목차)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배우는 원조전문가의 태도 1. 그럴 만한 이유 그럴 만한 이유 그럴 만한 이유가...? 요즘 새롭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매우 인상적인 �

    empowering.tistory.com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지식 공유하기(기타) > 슬기로운 의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수님, 산모... 살았어요?  (4) 2020.06.28
    재원이는 여기가 많이 늘어나 있었는데...  (4) 2020.06.27
    뭐래?  (0) 2020.06.25
    전 좋아해요  (0) 2020.06.21
    웬일이냐? 엉?  (2) 2020.06.2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