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매순간 감동한다는 것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4. 00:57728x90반응형
2020년 봄 학기, 모교(성공회대학교)에서 해결중심모델을 강의했다. 모든 강의가 끝난 후에, 학생들에게 간단한 소감문을 받았다. 그 중 인상적인 글을 소개한다. 꾸밈 없이 담백한 글이다. (*학생에게 이 글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공식적으로 받았음.)
<학생 소감문>
나아지기 위해 방문한 상담에서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내담자를 조금은 통제하며 치료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만하게 문제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점, 문제는 본인에게 있으니 심각성을 인지하라는 식의 내담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가끔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내 안에 있는 부끄러운 낙인, 고정관념을 부딪힐 때 자책하기도 한다. 선생님의 답변을 듣고 또 ’아차!’ 싶었고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전문가를 내담자보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무의식적인 전제를 내세웠던 것 같다.
이재원 선생님께서는 강의 중 사라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아 감정이 격해지신 듯, 잠시 울먹이셨다. 사실, 강의를 수강하다 많이 놀랐다. 그동안 수많은 상담을 진행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내담자를 존중하시는 태도가, 또 그 태도에 맞추어 마음을 열어준 내담자의 모습을 보고 여전히 감동하신다는 것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어떤 일이든 하다보면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달랐다. 내가 선생님의 위치에 있을 때에도 선생님처럼 매순간 진심으로 임할 수 있는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재원 생각>
수업 중에 마이클 화이트의 대화 녹취록을 읽으면서 배경 설명을 했다. 그런데 또 다시 증상(?)이 발동해서 순간적으로 울컥, 했다. 내담자를 지극하게 존중하는 마음을,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끝까지 밀어 붙이는 마이클 화이트의 진정성 쩌는 태도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감동을 받아서 대화록을 정상적으로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학생들이 놀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와 동시에 학생들이 내 마음을 함께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감문을 써 준 학생의 순수한 마음에 내 모습을 비추어 본다. 나는 왜 또 울컥, 했을꼬. 나에게 강점관점실천(해결중심모델과 이야기치료)은 한 마디로, "해방"을 뜻한다.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규정한 세월이 너무나도 길었다. 고통 속에서 나는 자신을 잃고 방황하며 힘들어 했다. 그래서 나에게 사회사업이란, 부부-가족치료란, 다름 아닌 나를 돕는 학문이요 일이다. 왜 그렇게도 해결중심모델이 좋았냐고? 삶에 존재하는 부정적인 면이 아니라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여전히 매순간 내담자의 강점과 자원에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처럼 되고 싶다는 저 학생처럼, 나도 내가 되고 싶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상담 공부방 > 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뭔가를 성취해야만 세상에 필요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2) 2020.07.05 한 학기 동안 다른 대가를 소개해 주셨지만... (0) 2020.07.04 선생님만큼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4) 2020.07.03 내담자가 "주인공"이라니... 충격이었다 (0) 2020.07.03 살면서 칭찬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6) 2020.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