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뭔가를 성취해야만 세상에 필요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5. 00:19
    728x90
    반응형

    (*2020년 봄학기에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이재원 선생이 가르치는 가족상담 강의를 수강한 학생의 소감문. 학생에게 공식적으로 글 사용을 허락 받았음.)

     

    처음에 이론으로 해결중심 상담을 접했을 땐 다른 이론과 비슷한 이론이라는 마음으로 접했습니다. 그리고 6주차부터 해결중심모델에 대하여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들었던 감정은 "낯설음" 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질문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질문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가 궁금해’"라는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게 너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여태까지 사람들은 저의 상태가 알고 싶어서 ‘너가 궁금해’ 라고 묻기보다는, 제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 이익이 될지를 알기 위해서 질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주장을 잘 하지 못하고 자아가 많이 약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모든 말과 행동을 맞춰왔습니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방법은 나를 상대에게 맞추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생겼지만, 마음 한 켠엔 사람들과 말하는 것조차 버겁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나에게 칭찬을 하면 "저 사람 나한테 원하는 뭔가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낯선 상담 모델을 만났을 때, "이기적인 상담법"이라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 모델에 대해서 처음엔 계속 의심했습니다. "이거 가짜로 내담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 아냐?" 라는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강의가 진행될수록, 진짜 내담자에게 어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에게 관심이 있고, 내담자에게 궁금해 하는 모델이라고 느꼈습니다. 

     

    저는 "무엇무엇을 성취 해야만" 관심을 주는 집안에서 자랐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는 부모님의 이런 조건적 태도가 정말 싫었지만, 어느새 저도 똑같은 프레임("무엇무엇을 성취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을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저는 이 프레임으로 부모님을 바라보았고, 친구를 바라보았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뭔가 성취를 해야지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스스로 너무 괴로웠던 것 같습니다. 

     

    이 마음이 오래 있었던 만큼, 제가 멋대로 세운 인정받는 기준이 있었고, 하지 말아야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 기준을 하나씩 정리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이 수업을 통해서 "강점은 밝게 빛나고 휘황찬란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그냥 제 존재 자체, 특별히 무엇을 노력하지 않아도 저는 충분히 가치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배웠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외적인 성과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서도 저 자신을 인정해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한 일이고 최고의 성과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을 상담 해주려고 배우는 과목인 줄 알았는데, 저 자신이 상담을 받았던 수업이었습니다. 칭찬을 넘어서 제 존재 자체에 대한 인정을 받았던 수업이었습니다. 이재원 교수님! 한 학기 동안 정말 감사합니다! 


    "상담자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는 내담자의 답변을 듣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선생이 어떻게 강의를 했는지는 학생의 반응을 듣고 나서야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학생의 글을 읽어보니 그렇다. 사실, 해결중심모델에서 "수용"은 절반만 강조되어 있다: 해결중심모델이란 "내담자의 긍정적인 면"을 주로 긍정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해결중심모델을 가르쳤던 방식은 오히려 칼 로저스의 방식을 따랐나 보다. 칼 로저스가 말한 수용, 즉 "무조건적인 긍정적인 관심"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나 보다. 

     

    어쨌든 변화가 놀랍다. 역시, 아직 내면이 말랑말랑한 학생들이라서 빠르다. 그리고 참 다행이다. 마음도 뿌듯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 학생의 변화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좋은 교육이란 선생의 자존감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진심을 알아 주어서 학생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선생 이재원

    배움(learning)과 가르치는 일(teaching)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 모음 <어깨 장군 이야기: Re-Authoring 사례> 어깨 장군(?!) 이야기 (Re-Authoring 사례) 나에게 해결중심모델을 배우고 있는 학부생이, 이야기치

    empowering.tistory.com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