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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동안 다른 대가를 소개해 주셨지만...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4. 21:12728x90반응형
처음 접해보는 수업, 처음 접해보는 과제, 처음 접해보는 피드백 방식, 모든 게 처음인만큼 "교수님"을 "선생님"으로 칭하고 대하는 것이 낯설었다.
사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다는 공지에 "선생님께서 얼마나 버거운 과제를 주실까" 한 편으로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나도 효과적이었다. 그동안 겪었던 수업처럼 시험 한 두 개로 점수가 판가름 되고, 수업보다는 시험에 전력을 다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전에는 시험을 보기 위해서 한 학기 동안 배운 수업 내용을 읽고 또 읽으며 억지로 암기해야 했다. 하지만 이재원 선생님께서 매주 내주신 과제 덕분에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이 꽤 즐거웠다: "이 강의에서 핵심 내용은 이 부분인 것 같은데... 이 부분을 고민하고 질문하는 것이 좋을까? 이번 피드백은 어떻게 주실까?" 등 공부가 일방향이 아니라는 점이 효과성을 극대화 시킨 것 같다. 물론, 처음에는 다 새로 배우는 건데 느낀 점이 따로 있나? 질문을 뭐라고 해야할까? 많이 고민했고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로 피드백을 해주신다는 게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차가 지날수록 왠지 모르게 그 과정을 즐기고 피드백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해결중심모델이라는 낯선 대상에 대해 억지로 암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엔 정말 솔직하게 해결중심의 효과성에 대해 의심했다. 무의식적으로 상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상해온 상담은 박사님 같은 상담자와 눈물을 흘리며 감정올 토로하는 내담자 그 정도였다. 내담자를 치료하기 위해 그를 조금은 통제하고 과거를 파헤치며 원인을 진단하고 그런 뻔한 상상 속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강의가 모두 끝난 지금 "존재가 아닌 관점을 바꾼다"는 해결중심모델의 전제가 너무나도 와닿는다.
늘 새로운 시각으로 클라이언트를 대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다. 시각장애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닌 누구보다 잘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평소에도 의식적으로 관점을 바꾸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해결중심모델 개발 역사를 공부하며 관점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많이 고민하고 정의내릴 수 있었다. 해결중심 상담자는, 매우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른 질문을 반복하면서 내담자의 생각을 끌어낸다. 직접적으로 질문하지 않고 내담자가 깨달을 수 있도록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그를 존중하며 상담을 이어간다. 언뜻 보면 해결중심 질문은 전통적인 상담에서 사용하는 질문과 비슷해 보이지만 내포하는 의미와 가정이 분명히 다르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상담자가 내담자를 대할 때 얼마나 조심하고 섬세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아울러, 이번 수업을 통해서 상담에 대해, 대학 수업에 대해, 교수님에 대해 전부 달리 생각할 수 있었다. 학기 중 종종 한 두 명도 아닌 30명의 과제물을 매주 확인하고 모두에게 전화하해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물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좋지만 선생님의 개인 시간이 너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어서, 죄송하면서도 매순간 감사했다. 김인수 선생님과 마이클 화이트의 상담 축어록을 읽어주실 땐, 내담자의 특성에 맞게 목소리를 바꾸어 주셨고, 몇 번씩 읽어보셨을 사례에도 감정이 격해지는 모습을 보이시기도 했다. 다소 어렵고 딱딱한 용어로 쓰인 구절은 선생님의 방식으로 친근하게 다시 설명해주실 때는, 진심이 느껴져서 정말 많이 감동했고 선생님의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한 학기 동안 다른 대가(김인수, 마이클 화이트)를 소개시켜주셨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언제까지나 이재원 선생님이 처음으로 의미 있게 새겨진 대가로 기억될 것이다.
(*이 글을 쓴 학생에게 글을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았음.)
그랬다. 처음부터 최근까지 학생들에게 반복적으로 받아온 질문이 있었다: "이렇게 표피만 건드리고 심층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데, 정말로 상담 효과가 나타나나요?" 위 학생이 쓴 글에 나오듯이, 학생들은 "인간의 발달과 심리에 관한 엄청난 지식과 정보, 경험을 가진 박사님 같은 상담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감정을 토로하는 내담자를 만나서, 내담자의 심리에 관해서 심층적인 해석을 해 주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담자를 전문가로 여기고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해결책에 대해서 탐색하는" 해결중심모델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설명을 하자 학생들이 조금씩 해결중심모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학생 30명에게 매주마다 개별적으로 연락을 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미친짓"이었다. 아무리 해결중심모델에 미쳐 있는 나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꼭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 어떤 학생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해서 가르쳐서 마침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들도 이해하도록 돕고 싶었다. 해결중심모델을 아주 좋게 생각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적어도, "아~ 이게 가능하겠구나. 얼마든지 실전에서도 통하겠구나. 나도 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 헌데, 이 학생의 소감을 읽어 보니, 내가 성공했구나, 싶다. 성공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미친 짓"을 했기 때문이다. 옛말에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고 했다. 어리석게 삽집을 했더니 산이 옮겨갔다.
그럴 거다. 나는 반드시 대가가 될 거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되고 싶은 대가는, 반드시 본인이 엄청난 상담 능력을 뽐내는 대가는 아니다. 그보다는 나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끝내주게 상담을 잘하는 대가가 되도록 돕는 대가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주 오랫 동안 내 자신이 대가가 되고 싶었다. 내 영웅인 김인수나 마이클 화이트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해결중심 질문으로 어려운 상담 사례를 마법처럼 술술술 풀어가는 대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약간 달라졌다. 내 자신이 대가가 되면 좋겠지만, 되지 못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만큼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겁고 감동적이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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