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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만큼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분은 처음이었습니다상담 공부방/해결중심상담 교육 후기 2020. 7. 3. 10:09728x90반응형
2020년 봄 학기, 모교(성공회대학교)에서 해결중심모델을 강의했다. 모든 강의가 끝난 후에, 학생들에게 간단한 소감문을 받았다. 그 중 인상적인 글을 소개한다. 꾸밈 없이 담백한 글이다. (*학생에게 이 글을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공식적으로 받았음.)
<학생 소감문>
(1) 좋았던 점
매주 배운 점, 느낀 점, 실천할 점, 질문을 적어서 과제를 제출했던 것이 좋았습니다. 솔직히, 온라인 강의는 마음만 먹으면 수업에 소홀할 수 있는데, 매주 과제를 제출해야 하니까 더 열심히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강의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질문과 실천할 점을 생각하며 배운 내용을 심화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매번 과제를 내고 선생님이 피드백을 해주시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0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과제를 매주 보고 피드백을 주는 게 힘이 드셨을 텐데, 심지어 기말과제(상담 녹취록)까지 열심히 피드백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감명 깊었습니다. 강의 내용도 선생님이 가족 상담에 얼마나 전문가이신지 알 수 있을 만큼 알찼고 이해가 잘되었습니다. 지루하지도 않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되려 재미있었습니다.
(2) 강의를 통해서 본인의 생각이 변화된 점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상담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미디어를 통해 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이고 어떤 분위기일 것이라고 저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강의를 통해 해결중심모델을 배우면서 미디어에 비춰진 상담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되었습니다. 해결중심모델에서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친구 관계나 가족 관계에도 관점을 바꾸어서 생각하며 더 폭넓은 사고 방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3) 기타 자유로운 의견
한 학기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가족상담 수업 진행하시면서 정말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이때까지 여러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교수님에게 강의를 들었는데 선생님만큼 학생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보통 수업을 들으면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보고 거의 까먹는데 가족상담 수업은 그러지 않을 것 같아요.선생님이 매주 과제물 피드백해 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과제를 작성하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항상 알차고 재미난 수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블로그 자주 방문해서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원 생각>
"겸임교수"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사실은 지도교수님께서 안식년을 가시는 바람에 다소 "얼떨결에" 학부와 대학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더구나 우리 학교에서도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나 강의를 주는데, 나는 박사가 아닌데도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교수님, 감사합니다). 2019년 가을 학기에 대학원에서 강의할 때도 좋았지만 2020년 봄 학기에 학부에서 강의하면서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8년 동안 해결중심을 공부해 오면서 늘 이걸 내가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내 모습, 어떨까?" 뭔가 내가 알고 있는 대상에 대해서 이빨을 털고(?) 신나게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해서 가르치는 일을 좋아할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좋아할 줄은 미처 몰랐다. 농담조로 "해결중심모델에 관해서 떠드는 일은 밥 안먹고 잠 안자고 7박 8일은 족히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었으니.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내가 얼마나 가르치는 일을 즐기는지. 기말 과제는 학생들이 해결중심모델을 활용해서 직접 상담을 해 보고 녹음/녹취해서 mp3 파일과 녹취 보고서를 내는 것이었다. 30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그들이 제출한 녹취 보고서를 1:1로 검토했다. 나도 안다. 이게 완전히 미친 짓이라는 걸. 하지만 어떡하나, 하고 싶은데. 다시 하라고 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으면서도, 학생들의 순수한 소감문을 읽으면서 내가 잘했지 싶다.
작은 몸을 접으면서 모이를 열심히 받아 먹던 작은 새들은 이제 모두 제 길로 날아갔다.
이 미친 선생을 군말 없이 잘 따라와 준 작은 새들(학생들)이 무지 고맙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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