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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무가내로(?) 쌀을 요구하는 어르신에게 효과적으로 말씀드리는 방법
    상담 공부방/공감, 수용, 진정성 강의 후기 2022. 3. 14.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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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3월 한 달 동안, 양산시복지재단 웅상노인복지관 동료들과 함께 공감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매주 1회 3시간씩 / 총 4회 12시간). 첫 시간에는 동영상 시각 자료를 중심으로 공감과 관련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리한 후에, 공감 공식을 공부했다. 수업이 끝나면서 공감 과제를 내 드렸는데, 모든 동료들께서 마음을 들여서 성의껏 제출해 주셔서 놀라웠고 자랑스러웠다. 소중한 과제물을 하나씩 하나씩 빠짐없이 살펴 보면서 1:1로 코칭을 해 드렸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실 동료들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A 선생님께서 제출하신 과제물

     

    (1) 상황: 어르신이 복지관에 프로그램을 신청하러 오셨는데, 남아 있는 자리가 없자 한자리만 넣어 달라 우기시는 상황이었음. 어르신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만 계시는 생활이 답답하다며 한 번만 넣어 달라 하소연하심. 담당자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규정을 알려드리며 요청사항이 불가함을 알려드리며 대기접수 혹은 다음 접수를 기다려 달라 안내하며 종료하였지만 어르신은 뜻대로 되지 않아 서운해 하심.

     

    (2) 대안적 접근: “어르신,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계시면서 많이 지루하고, 답답하고, 힘드셨을 거 같아요. 집 밖을 나와 무언가 활동을 하시며 시간을 보내시고 싶으셨을 텐데, 지금은 원하는 프로그램을 접수할 수가 없어 더 속상하실 것 같아요. 지금 바로 접수를 도와드릴 순 없지만 대기 순서가 되시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이재원 사회사업가가 코칭해 드린 내용]

     

    말씀해 주신 상황을 고려해 볼 때(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원하시는 분은 많으니, 아마도 이런 상황은 늘 발생하리라 짐작합니다), 쉽지 않은 상황을 그래도 잘 넘기신 선생님께 존경하는 마음과 위로하는 마음이 드네요. 특히, 형평성이라는 원칙을 고수하신 점을 먼저 칭찬 드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담당 실무자는 이성적으로 대처하기 쉽습니다. 즉,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하지만 상대방은 이 상황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이성적으로 접근한다면, (얼핏 보기에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없을 겁니다. 어차피 현실적인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형평성을 어기면서 이 어르신 요구를 들어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일 때문에 어르신께서 느끼실 실망감과 속상함, 서운함은 진하게 알아 드릴 수 있겠지요. ‘이번에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답변은 짧고 간단하고 친절하게, 대신 감정을 공감해 드리는 말씀은 가급적 길고 자세하게 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주 잘 하셨습니다.


    B 선생님께서 제출하신 과제물

     

    (1) 상황: 코로나19로 방역지침이 강화된 상황에서 복잡한 출입절차에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 어르신!

     

    어르신: 병원을 가 봐도, 동사무소를 가 봐도 이렇게 복잡하게 확인하는 데가 없어.

    나: 어르신~ 노인복지관은 감염취약시설이기 때문에 절차가 좀 더 복잡합니다. 불편하시더라도 협조 부탁드립니다.

     

    (2) 대안적 접근: “어르신~ 요즘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가시기가 많이 불편하시죠? 복지관이라도 좀 편하게 이용하시고 싶으신데, 다른 시설에 비해 출입 절차가 복 잡해서 많이 불편하고, 답답하고, 화도 나셨겠어요.”

     

    [이재원 사회사업가가 코칭해 드린 내용]

     

    제가 가르쳐 드린 공감 공식에 맞춰서 아주 잘 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 출입 절차에 겉으로는 불만을 표하기는 하셨지만, 속마음으로는 출입 절차가 복잡한 이유에 대해서 이미 이해하고 계실 겁니다. 다만, 불합리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의미라기보다는, 그 순간에 조금 불편했다는 감정을 알아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먼저 감정적인 부분을 살펴 보시고 언어적으로 적절하게 알아주시는 표현을 하신 후에, 상황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시면 좀 더 부드럽게 납득하시고 수용하실 겁니다.


    C 선생님께서 제출하신 과제물

     

    (1) 상황: 이용자 어르신이 매번 복지관에 전화하셔서 복지관은 나에게 주는 것도 없느냐며 쌀을 달라고 했다. 매번 같은 요구를 하시는 어르신에게 조금은 지친 마음에 “어르신 저번에도 후원 받은 쌀을 드렸는데, 계속 이렇게 전화주시면 저희는 힘듭니다.”라고 했다.

     

    (2) 대안적 접근: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복지관에서 관심을 가지고 한 번 더 만나주시길 원하셨는데 복지관에서 알아주지 못해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에 슬프셨겠어요. 죄송해요.

     

    [이재원 사회사업가가 코칭해 드린 내용]

     

    우선, 이런 상황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저 같아도 말문이 막히고 지쳐서 ‘어르신, 매번 이러시면 저희도 힘들어요’ 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막막한 마음이 들어서 이 상황에 대해서 과제를 제출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과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시고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시려고 애쓰시는 선생님 태도에 동료로서 정중하게 경의를 표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음... 약간 다른 이야기를 드릴게요. 제 딸이 지금 생후 만 1개월이 되었습니다. 육아를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시기 아기는 그냥 욕망 덩어리입니다. 먹고, 자고, 싸고를 정말 순수하게 합니다. 먹을 때는 먹는 것만 생각합니다. 잘 때는 자는 것만 생각합니다. 쌀 때는 싸는 것만 생각합니다. 특히 젖을 먹여도 먹여도 금방 더 달라고 우는 식욕을 보면서 잠도 못자고 돌보고 있는 아내가 안쓰러워서 아기가 조금 밉기도 합니다. 헌데,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아기는 필사적인 거 잖아요? 전체적인 상황을 알고 있는 엄마는, 수유를 준비하느라(분유를 주려면 잠깐이라도 젖병을 준비하고 분유를 적정 온도 물에 타야 하잖아요) 젖을 아주 조금 늦게 주는 일일 뿐이지만, 아기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서 필사적으로 먹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절박한 쪽은 아기 쪽인 거죠. 

     

    언급해 주신 어르신도 그렇게 노골적이실 때는 본인 처지에서는 필사적이고 절박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시는 거라고 짐작해 봅니다. 아기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걸 엄마는 본능적으로 알기에 아기를 돌보느라 힘이 들고 지치면서도, 젖꼭지에 상처가 나서 무척 아파도, 젖을 물리는 거겠지요? 그러니까 힘들어도 우리가 어르신 분들 이면을 살펴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 드리자면, 저는 정말 가끔씩은 선생님께서도 솔직하게(어쩌면 적나라하게) 어르신께 말씀 드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주 말씀하지는 않는다는 전제로) “이렇게 계속 전화 주시면 저희는 힘듭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참기만 하지는 마세요. 해당 어르신을 본격적으로 미워하시라는 말씀이 아니라, (라포가 형성되어 있는 관계를 전제했을 때) 인간적으로 느끼시는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시라는 거죠.


    D 선생님께서 제출하신 과제물

     

    (1) 상황: 이용인이 신규 생활지원사와의 힘든 부분을 전화 함.

    이용인: “내가 어지간하면 이런 전화 안하고 싶은데 생활지원사 좀 바꿔줘요. 도대체가 소통이 안 되고, 저렇게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어떻게 일을 하겠냐 말이지. 내가 너무 힘들어요. 서로 편해야 하는데 선생님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참아 볼라고 했는데 지금 연초니까 좀 바꿔줬으면 좋겠어요”

    나: 생활지원사 선생님이 올해 바뀌어서 많이 속상하셨지요? 소통이 잘 안되어 힘드셨나봐요.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드셨어요? 생활지원사 선생님과 상담을 해보고 다시 전화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대안적 접근: 네 어르신~ 생활지원사 선생님과 편하게 소통하고 잘 지내고 싶으셨는데 생활지원사 선생님이 좀 더 살갑게 대해 드리지 못해 많이 불편하고, 서운하고, 화도 나셨겠어요. 어르신~

     

    [이재원 사회사업가가 코칭해 드린 내용]

     

    공식에 맞춰서 아주 잘 하셨습니다. 다만, 두 번째 부분에서 ‘생활지원사 선생님이 좀 더 살갑게 대해 드리지 못해’라고만 하시면, 생활지원사 선생님 편에서 서운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표현을 이렇게 바꾸시면 어떨까요? “생활 지원사 선생님이 살갑게 대해 주지 않는 것 같아서” 혹은 “생활 지원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져서” 라고요. 이렇게 바꾸시면 어르신 마음도 알아 드리고, 생활지원사 선생님 면도 세워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활지원사 선생님이나 이 어르신이나 잘못이 없고, 단순히 서로 성향이 맞지 않은 문제겠지요?) 핵심은, 공식에서 두 번째 부분 표현을 ‘~인 것 같아서’, ‘~처럼 느껴져서’ 라는 주관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E 선생님께서 제출하신 과제물

     

    (1) 상황: 계속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는 어르신

    나: OO님 OO프로그램은 대기자가 많아서 한번만 이용 할 수 있어요. 다른 프로그램을 신청하시는게 어떻까요? 

     

    (2) 대안적 접근: 

    OO님, 혼자 생활하시다 보니 대화 상대도 없고 적적하신데 OO프로그램 참여 하시니 회원들과 이야기도 하고 재미있었는데 더 이상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없다고 하니 서운하고 속상하고 답답하셨죠? 혹시, 다른 프로그램도 OO님 좋아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으니까 같이 알아보는 건 어떻까요? 

     

    [이재원 사회사업가가 코칭해 드린 내용]

     

    이런 상황이 정말로 많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구조적으로는 어차피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 기회는 한정되어 있고,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많으시므로,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서 안타깝지만 한 번만 이용하실 수밖에요. 그래서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끝내 짜증을 내시고 분노를 터뜨리는 분이 계실 거라고 예상합니다. 

     

    부디, 제가 가르쳐 드린 공감 공식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이미 분노를 터뜨리고 계신 어르신은 다분히 감정적인 상태이시므로, 너무 이성적인 설명을 하시기보다는 정서적인 반응을 먼저 하시는 게 방향상 옳다는 정도로 생각하셔요. 

     

    어쩌면 결국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보이는 짜증과 분노에 우리가 너무 휘둘리지 않고 진중하게 방향을 정해서 일관되게 밀고 가는 태도 같습니다.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응원하는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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