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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럼 딱 거기까지만 할게
    지식 공유하기(해결중심모델)/해결중심 고급 테크닉 2022. 11. 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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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성이 남성 상담자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는 이유로 상담실에서 말하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상담자는 옆으로 돌아 앉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방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우겼다. 상담실에는 집단상담 때 사용하는 의자를 넣어 두는 다락이 있었다. 상담자는 다락으로 기어 올라가 다락문을 약간 열고서 대화를 시작했고,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상담자가 다락에서 내려오는 데는 3주가 걸렸다."

    Greenwald, H. (1985). Beyond the paradox. In J. K. Zeig (Ed.) Ericksonian psychotherapy Volume II: Clinical applications. New York: Brunner/Mazel.


    안혜연: 생각해 보니, 우리 쉼터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요. 쉼터에 온 애들이 이렇게 이야기 할 때가 있거든요: "앞에 (사람이) 있어서 얘기 못하겠다."
    이재원: 그럴 땐 어떻게 하시죠?
    안혜연: 그냥 아이가 원하는 대로요. "그러면 선생님이 눈을 마주치지 말고 말할까?" 이렇게요. 그러면 애들이 '그래도 말을 못하겠다'고 말할 때도 있어요. 특히, 자기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 그렇죠. 그래서 어떤 상황이 부담스러워서 이야기 못하겠다고 하면, 그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어서, "선생님이 휴지 같은 거 한 장 뽑아서 눈을 가리고 너를 안 볼게. 이러면 말할 수 있어?" 또 선생님이 두 명 앉아 있을 때도 있거든요. 근데 아이가 뭔가 부담스러워 하면, 이렇게 말하는 거죠. "그래? 아직도 뭐가 불편해? 그러면 한 명은 (상담실에서) 나갈까?" 이렇게 해서 한 명이 나가 보고. 그런데도 불편해 하면, "그러면 잠깐 우리가 바닥에 앉아 있을까? 네 눈에 안 띄게."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해 보는 거죠. 
    이재원: 캬, 정말 기가 막힌 방법이네요. 이거야말로 정말 상담자가 내담자 세계로 들어가는 겸손한 태도고,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약간 유머러스하게 휴지 같은 걸로 눈을 가린다든지 하시니까, 이게 난 위험한 사람 아니니까, 괜찮아, 이런 뜻이잖아요? 네가 편안하게 이야기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안혜연: 그리고 아이들 중에서는 스킨십이 예민한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스킨십에 대해서도 선생님들이 진짜로 많이 물어보는 것 같아요.
    이재원: 그렇죠. 아무래도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안혜연: 쉼터에서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스킨십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막 껴안아주고, 어깨도 토닥여주고. 근데, 이런 행동에 대해서 움찔한다든지, 표정이 안 좋아지는 모습을 관찰하면, 구체적으로 물어보죠: "어디까지만 허용이 되니? 그럼 딱 거기까지만 할게. 네가 너무 좋고, 친해지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 불편한 선을 넘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렇게 물어 봐요. 그러면 애들이 점점 접촉 수위를 높여 준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화성여자청소년단기쉼터 안혜연 선생님과 매주 일요일 새벽에 2시간씩 책을 읽고 있다. 말하자면, 책읽기 모임 같은 것인데, 평범한 책읽기 모임처럼 대략 읽고 나서 대략 이야기 나누며 대략 교훈을 얻는 모임은 아니다. 한 단락 읽고 토론하고, 또 한 단락 읽고 토론하고, 자기 경험 이야기 하고... 이렇게 책을 1쪽부터 마지막 쪽까지 '각 잡고 정독'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최근에 읽기 시작한 책이 "밀턴 에릭슨과 혁신적 상담.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밀턴 에릭슨은 사람 이름이다. 이 사람은 '아리조나 사막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미국 출신, 정신과 전문의이자 간접 최면 대가이다. 그리고 내가 공부하는 해결중심상담이 개발되기 훨씬 이전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나 결함이 아니라, 강점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상담 접근법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위대한 상담자이다. 내가 안혜연 선생님과 함께 읽고 있는 책은, 밀턴 에릭슨 박사가 얼마나 혁신적으로 상담했는지를 수백 가지 마술적 사례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대화 문을 열면서 라포를 형성하는 단계에 관한 대목을 읽다가 위에 인용한 에피소드를 읽었다. 나는 에릭슨 박사가 보여준 놀라운 태도에 감탄했다. 에릭슨 박사는 '내담자가 편안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도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단순히 대화를 편안하게 이끌어 가려는 노력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 몸을 비좁은 다락방에 가두고 3주 동안 문만 살짝 연 채로 대화를 시도했다. 내담자를 내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끌고 오려는 시도를 완전히 포기하고, 내담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내가 다가서는 방식으로 상담을 이끌어 갔다. 

     

    그런데, 나는 안혜연 선생님께서 나누어 주시는 청소년 쉼터 사례를 들으면서 또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혜연 선생님과 동료들이 거의 밀턴 에릭슨처럼 움직이고 계셨기 때문이다. 쉼터에 온 청소년은 어떤 사람인가?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폭력과 학대 속에서 생존한 사람이다. 모든 폭력에 대해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혹은 자유롭게 자신을 보여주고 표현하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너무나도 안깝게도) 쉼터 선생님이 다정하게 다가오는 방식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안헤연 선생님과 동료 선생님들께서는 입소 청소년에 대하여 대단히 우호적인 태도와 따뜻한 호기심을 잃지 않으시면서도, 청소년 편에서 최대한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선을 넘지 않으신다.' 이 '선'은 누가 정한 선인가? 입소 청소년이 정한 대단히 개별적인 선이다. 청소년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대인관계 선은 각각 다르므로, 선생님들께선 해당 청소년이 편안하게 느끼는 선을 배우고 익히려고 노력하고, 그 선을 청소년마다 개별적으로 지켜 주시려고 애쓰고 계신다. 이런 모습을 뭐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 아! 적당한 표현이 있다: "정중한 호기심."

     

    내가 '공감'에 대해서 가르칠 때, 항상 빼먹지 않고 말하는 어구다. 타인을 도우려고 하고 공감하려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호기심이 없으면 도우려고 하지 않는다. 이 호기심은 기본적으로 선하고 좋은 마음이다. 하지만 무조건 좋지는 않다. 호기심이 지나치면 선을 넘기 때문이다. 내가 정한 선 뿐만 아니라, (좀 더 결정적으로는) 상대가 정한 선을 넘기 때문이다. 이 선을 넘으면 우리는 원치 않아도 상처를 주고 받게 되어 있다. 그리고 상처를 주고 받으면 관계는 망가지고 선하고 좋은 마음도 오염될 수 있다.


    글을 정리하기 전에, 한 가지 분명히 밝혀 둘 사항이 있다. 밀턴 에릭슨 박사께서도, 화성 쉼터 선생님들께서도 내담자와 여러 가지 방식을 시도해 볼 시간적 여유를 어느 정도 가지고 계셨다. 말하자면, 이렇게 하려면 어느 정도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접근법은 '질적인'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양적인') 서비스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방법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이 글을 읽는 독자 제위께서 이분들의 방식을 '허황되다'거나 '비현실적이다'라고 말씀하지는 마시길 바라기 때문이다.


    <50주 동안 이어질 강점관점실천 공부 자료 나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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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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