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사랑하는 딸들에게카테고리 없음 2023. 7. 24. 06:31
사랑하는 딸들에게 글쓴이: 이근자 (베스트지역아동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딸들, 엄마다. 우리는 매일 보고, 늘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뜬금없이 편지를 받으니 당황스럽지? 엄마가 정년퇴직할 때가 되니 이것 저것 생각이 많구나. 그래서 지난 일을 넋두리할까 하는데, 들어 주렴. 엄마가 매일 출근해야 했기에, 너희에게 ‘빨리 빨리’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지. 어린 아이 속도에 맞춰 기다려 주어야 하는데 정해진 출근 시간이 촉박해 재촉했단다. 그래도 묵묵히 서둘러준 너희들에게 지금도 많이 미안하고 고마워. 또 엄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니며 엄마를 ‘엄마’가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했지. 엄마 생각엔 이렇게 해야 다른 아이들이 엄마를 덜 찾을 것 같았어..
-
살벌한 두 줄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21. 22:49
살벌한 두 줄 글쓴이: 송부연(서운장애인주간보호센터 센터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이제 완전히 끝!!” 마지막 남은 모유 저장팩을 냉동실에 넣으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나 이제 술도 먹고 매운 것도 막 먹을 거야! 1년 동안 너무 고생했잖아.” 아이를 품고 있을 때보다 모유수유가 훨씬 힘들었다. 아이 울음소리에 젖이 돌면 전기에 감전되는 느낌이었고, 불은 젖을 빨리 짜지 않으면 가슴이 딱딱해졌다. 그런데도 모유 수유를 계속했다. 냉동실에 한가득 자리 잡은 '모유 저장팩(짜낸 모유를 담는 팩)'을 보면 곳간이 꽉 찬 듯 마음이 든든했다. 묘한 성취감이 느껴졌달까. 가장 먼저 쏘맥을 먹고 싶었다. 식도를 넘어가는 그 짜릿한 맛! 어떤 음료로도 대체 불가다. 이 순간부..
-
늙은 아빠가 쓰는 육아일기 (D+527)임상사회사업가 이재원입니다/Personal Stories 2023. 7. 21. 09:53
전문가로서 해결중심상담을 가르치다 보면, 가끔씩 사람들이 해결중심 질문을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교묘하게 꼬셔서 우리 말을 듣게 만드는 비법' 쯤으로 여기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럴 때, 미리 준비한 '우영우 동영상'을 튼다. 내가 트는 장면을 한 번 보자. 아버지: (골목에서 영우룰 찾으면서) 영우야~ 영우야~ 영우야~ 영우야~ 슈퍼 주인: (평상 위에 누워서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 영우에게) 자, 이거 까까. 너, 자꾸 울면 경찰 아저씨 부른다. 경찰 아저씨 오면 떼끼 이놈 한다. 아버지: (골목길에서 영우를 찾다가 두 사람을 발견한다) 영우야! 슈퍼 주인: 아 쬐끄만 게 어찌나 목적이 큰지, 내 귀청 나가는 줄 알았네. 아버지: (단호하게 울고 있는 영우에게) 우영우씨, 이 행동은 인근 소란에 해..
-
메타 글쓰기: 내 학생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19. 07:39
나는 글쓰기 선생으로서, 학생이 조금이라도 쉽고 편하게 자기 세계(생각/감정)를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는 방법: (1) 매번 달라지는 요령을 가르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글 쓰는 방법을 이해하는 원리를 가르친다. (2) 학생이 자기가 쓴 글에 대해서 통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어떻게 썼는지 묻는다. 현재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글발이 동시에,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어서 두 번째 방법을 좀 더 강력하게 밀어 붙여 보았다. 일단, 각자 자유롭게 쓰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쓰도록 권유한다. 학생이 작품을 완성하면, 스스로 자기가 쓴 과정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핵심 질문 세 가지를 던진다: (1) 어떻게 글감을 포착했나? (결국, 우리는 글감이 눈에 보여야 글을 쓰기 시작한다.) (2)..
-
할머니도 이쁘게 해 줄게요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17. 07:16
할머니도 이쁘게 해 줄게요 글쓴이: 차정숙(군산나운종합사회복지관 과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우리 둘째는 외할머니를 ‘뽀글할머니’라고 부른다. 여느 할머니처럼 머리카락이 짧은데 파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파마만 했을 뿐 화장도 일절 하지 않는다. 요즘엔 남자도 흔히 하는 눈썹문신조차도 허락지 않는 쇄국정책가다. 째쟁이(사투리: 멋쟁이) 둘째는 배려 하나없이 짧은 뽀글할머니 손톱이 너무 아쉬운가보다. 새로 산 매니큐어를 들고 한참 따라다니더니 기어코 발라준단다. “할머니, 제 손 좀 봐요. 얼마나 이뻐요.” “아이고 아이고~ 우리 강아지 손톱 발랐어? 뭘 해도 다 이쁘지~ 내 새끼~” “할머니, 가만 있어 봐요, 내가 할머니도 이쁘게 해줄게요.” 앙 다문 ..
-
응, 얼굴이 됐어! (보고 싶은 얼굴)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16. 10:13
응, 얼굴이 됐어! (보고 싶은 얼굴) 글쓴이: 이선영(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팀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나는 정신장애인을 돕는 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방학이 되면 사회복지현장을 실습 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우리 기관에 방문한다. 실습생을 받으면 언젠가 반드시 이렇게 질문해 온다: ‘어떤 사회복지사가 좋은 사회복지사인가요?' 왠지 나보다는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받는 클라이언트가 더 정확하게 답할 듯하여, 우리 기관 이용 회원에게 여쭈어보았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재미있는 사람, 취업을 잘 시켜주는 사람 등 다양한 답이 나왔다. 그런데 유독 김 선생님은 대답하지 않으셨다. 질문을 바꾸어 ‘제가 선생님 담당자인데 저는 어떤 점이 좋으세요?’ 라고 다시 ..
-
낯선 생일파티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15. 07:41
낯선 생일파티 글쓴이: 이정미(한국여성의집 원장, 2023) 첨삭 지도: 이재원(강점관점실천연구소, 2023) 한국여성의집에서는 입소자 생일이 돌아오면 생일파티를 연다. 매월 여러 명 생일을 한 번에 몰아서 축하하지 않고 한 명씩 그 사람 생일에 지극히 개별적으로 생일파티를 연다. 그래서 미역국만 끓이지 않고 생일을 맞이한 주인공에게 어떤 반찬이 먹고 싶은지 물어서 정확하게 그 반찬을 준비하고 특별식으로 치킨이나 피자까지 주문한다 이렇게 풍성하게 생일상을 차리고 나면 모든 식구가 둘러 앉아 케이크에 초를 꽂고 축하송도 부르며 제대로 생일파티를 한다. 그런데 한 친구가 자신은 우리집에서 열어주는 생일 파티가 형식적이어서 안 하겠다고 말했다. 담당선생님이 난감해 하기에 내가 그 친구를 만나 이유를 물어보았다..
-
'건' 만이라도 줄여봅시다지식 공유하기(기타)/글쓰기 공부방 2023. 7. 13. 11:18
이재원의 '한국어 문장, 이렇게 쓰면 곱게 쓴다' '건' 만이라도 줄여봅시다 한국어에서는 단어 위치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법적 의미를 담는 조사나 어미가 발달해서 명사든 동사/형용사든 위치와 상관없이 뜻이 통한다. 예컨대, '나는 너를 사랑해'나 '너를 나는 사랑해'나 '사랑해 나는 너를'이나 뜻은 같다. 하지만 영어는 다르다. 영문법에서 단어 위치는 문장 구성 요소로 등록되어 있진 않지만, 문장 구성 요소처럼 기능하고, 어쩌면 '주어'나 '동사' 같은 문장 구성요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예컨대, 'I love you'에서 단어 위치를 바꿔서 'You love me'라고 쓰면,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 영어에서 어떤 단어(구)를 강조하려면 어떻게 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공식처럼 굳어진 관용구..